
심리불속행 기각은 통상 대법원이 1·2심과는 달리 사실관계를 재판단하지 않고 하급심 판결에 법률 해석 상 중대한 오류나 위법이 있을 경우에만 본안 심리에 착수한다.
특히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건을 별도 심리 없이 간이 절차로 기각하는 제도다. 포항 촉발지진 손해배상 소송은 기각 가능 시기(상고 기록 접수 후 4개월 이내)가 경과하면서 대법원이 사건의 본질에 대한 실질적인 법리 검토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포항 지진, 자연 재해 아닌 국가와 기업 책임 얽힌 사안"
포항 시민들은 촉발지진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보상 받기 위해 2018년 10월 15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했다. 1심 판결 선고는 2023년 11월 16일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에서 지열발전사업과 포항 지진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해 포항 지진 피해 시민에게 각 200~3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선고했다.
이에 포항 지진 피해 시민과 국가는 같은 해 11월 30일 각각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에는 포항 시민 50만1550명이 소송에 참여해 96%의 참여율을 기록했다.
2025년 5월 13일 대구고등법원에서 열린 판결에서는 제1심 판결 중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사업의 영향을 받아 촉발됐음은 인정하나 지열발전사업 관련 기관의 과실 또는 업무 미흡이 불인정(증거부족) 됨으로 피고 패소 부분 취소 및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피고 및 보조 참가 비용을 포함해 원고들이 부담하는 것으로 선고했다.
포항 지진은 단순한 자연 재해가 아닌 국가와 기업의 책임이 얽힌 복잡한 사안이다. 1심 법원은 국가의 과실과 책임을 인정해 일부 주민들에게 배상 판결을 내렸지만 2심은 과학적 증거의 부족을 이유로 국가의 책임을 부정했으며, 이러한 판결의 엇갈림은 법리와 사회적 정의 사이의 갈등을 드러냈다.
포항 시민들은 2심의 판결 선고에 반발하며, 2025년 6월 11일 대법원에 사건을 접수하고 7월 9일 상고이유서를 제출했으며, 포항 시민 단체들은 대법원 집회 및 정의 판결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법원, 공익과 개인의 권리 균형 있게 판단해야"
포항 시민들은 사회적 정의와 국민 신뢰 측면에서 1심의 판단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믿고 있다. 정부가 지열발전사업을 추진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충분히 예견하고 관리했어야 하며, 그 책임을 일정 부분 인정하는 것이 피해자 구제와 사회적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요컨대 2심은 국가 재정과 정책적 안정성을 중시한 판결이지만, 그 과정에서 법의 목적이 ‘정의 실현’이 아니라 ‘관리의 정당화’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즉, 법이 사회의 ‘약자 구제 장치’가 아니라 ‘공공의 방패’로 작동하는 순간, 법 해악 민낯이 드러난다는 의미다.
특히 이러한 엇갈린 판결은 법이 과학적 증거와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대법원은 법리적 엄정성과 사회적 정의를 동시에 고려해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권리가 조화를 이루는 판결을 내려야 한다.
법은 정의를 실현하는 도구여야 하며, 과학적 증거와 사회적 책임을 균형 있게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법원이 이러한 균형을 잘 잡아 판결을 내린다면, 포항 지진과 같은 사안에서 법의 역할이 더욱 명확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이제는 대법원이 사건의 본질을 심리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며 “포항시는 시민 불안을 최소화하고 법률적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앞으로도 시민 한 분 한 분의 권리가 정당하게 보호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원고(시민) 측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로고스 김창석 대표변호사(전 대법관)는 “이번 사건은 단순한 손해배상 소송을 넘어 국가 정책의 책임성과 시민 권리 보호라는 중대한 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대법원이 본격적인 심리를 통해 사실관계와 법리를 충분히 검토해 정의롭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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