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정전안을 압박하자 유럽이 러시아와의 일방적 휴전에 대비한 대규모 파병 준비에 나섰다.
20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존 힐리 영국 국방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휴전에 합의할 경우, 몇 주 안에 유럽 군대를 우크라이나로 파병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힐리 장관이 언급한 파병 계획은 유럽연합(EU) 26개국이 참여하는 우크라이나 지원 협력체 '의지의 연합'이 휴전 시나리오에 따라 마련한 사전 계획의 일환이다. 그는 지난 6개월간 38개국에서 온 280명 이상의 군 전략가들이 준비 작업을 진행했다며 필요할 때 즉시 파병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힐리 장관의 우크라이나 파병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동이 고성으로 끝났다는 사실이 전해진 직후 나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담에서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전역을 러시아에 넘기라고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푸틴 대통령이 전화 통화에서 휴전 조건으로 제시한 요구를 그대로 되풀이한 셈이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에 유리한 휴전 조건을 우크라이나에 압박하자 유럽 각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EU는 러시아의 동결자산 활용 방안과 추가 제재안을 논의하고 있는데, 유럽 정상들은 오는 23일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어,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담보로 한 1400억 유로(약 232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대출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또한 EU 회원국들은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내년 1월부터 전면 금지하는 새로운 제재안에도 합의를 추진 중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21일 CNN에 따르면 백악관 당국자는 미·러 정상회담 일정을 협의할 예정이던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회동이 연기됐다고 밝혔다. 당초 미·러 정상은 지난 16일 통화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이 '영광스럽지 못한' 전쟁을 끝낼 수 있을지를 논의할 것"이라면서 회담이 2주 내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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