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유럽 등에서 '김치의 날'이 확산되는 등 김치가 글로벌 식탁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올해 김치 수출도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되는 등 글로벌 확산에 속도가 붙고 있다.
2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15구는 이달 4일(현지시간) 김치의 날을 공식 제정하고 선포식을 열었다. 유럽연합(EU) 내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이다. 이번 제정은 식품업체인 대상을 비롯한 AMA협회·SF글로벌라이즈가 공동으로 추진한 결과다.
김치의 날은 2020년 국내 법정기념일(11월 22일)로 제정된 이후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202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김치의 날이 처음 채택된 뒤 뉴욕·워싱턴DC 등 미국 13개 주가 공식 기념일로 지정한 바 있다.
김치의 글로벌 영향력이 확산되면서 수출 실적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김치 수출액은 2016년 7890만 달러에서 2021년 1억5992만 달러로 5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22년 일시적으로 수출이 주춤했지만 이듬해부터 반등해 2024년엔 1억6357만 달러로 사상 최대 기록을 썼다
올해도 1~9월 기준으로 수출액 1억2558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1억2167만 달러)을 웃돌며 2년 연속 최대 실적 전망이 나온다. 김치 수출 국가도 2020년 85개국에서 지난해 95개국으로 늘어나는 등 100개국 돌파도 기대된다.
식품업계는 김치 수요 확산에 맞춰 제품 포맷을 다변화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대표 제품 '비비고 김치' 외에도 B2B(기업 간 거래) 전용 '만능 김치요리용 소스'를 12개국에 수출하며 현지 외식 산업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샘표는 '김치앳홈'을 앞세워 해외 소비자 저변을 넓히고 있다. 절임 과정 없이 채소에 버무려 김치를 완성할 수 있는 키트로, 해당 제품은 지난해 프랑스 식품박람회에서 혁신 제품에 선정되며 유럽 시장에서 관심을 모았다.

대상은 김치의 문화적 가치와 활용성을 알리는 글로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대상이 미국 뉴욕에서 개최한 글로벌 요리대회 '종가 김치 쿡 오프'는 경쟁률 56대 1을 기록하며 현지 관심을 입증했다. 유럽에서도 프랑스 파리15구의 '김치의 날' 제정에 공동 참여하고 현지 김장 행사와 선포식 운영을 지원하는 등 김치 문화 확산에 직접 관여했다.
대상은 현지 생산 거점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2년 미국 LA에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김치 공장을 설립한 데 이어 현재 폴란드 크라쿠프에 150억원을 투입해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 공장은 대상의 11번째 해외 생산 기지이며 2030년까지 연간 3000톤 이상 김치 생산 체제를 구축해 유럽 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대상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김치가 이미 주류 유통 채널에 안착했지만 유럽은 아직 주요 유통망 진입 여지가 남아 성장 여력이 더 큰 시장"이라며 "파리15구의 ‘김치의 날’ 제정은 유럽에서 김치 인식이 확산되는 출발점으로, 앞으로 김치 수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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