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강한 일본', '강한 경제' 내세운 '다카이치'호… 日언론 "아베 노선 회귀"

  • 다카이치, 첫 국회연설서 '강한' 10차례, '안전보장' 18차례 언급

  • 아베 전 총리가 썼던 '강한 경제'도 사용...아사히 "아베 언어 반복해 보수 결집 노려"

  •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 71%로 출발...20·30대 80%로 압도적 지지

2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로이터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의 첫 여성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이 '강한 일본', '강한 경제'를 내세우며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했다. 일본 주요 언론은 다카이치 총리의 첫 국회 연설을 토대로 이번 내각을 두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노선을 계승한 보수 회귀 정권"이라 평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4일 국회에서 첫 연설을 통해 "강한 일본 경제를 구축하고, 외교와 안보에서 일본의 국익을 끝까지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한'이라는 단어를 10차례, '안전보장'을 18차례 언급하며 안보 중심의 국가 운영 방침을 분명히 했다.

특히 아베 전 총리가 자주 사용하던 "세계 한가운데에서 활짝 피어나는 일본 외교"라는 문구를 직접 인용하며, 정치적 스승으로 존경하는 아베 전 총리의 철학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카이치 총리는 경제 정책 기본 방침과 관련해서도 아베 전 총리가 썼던 표현인 '강한 경제'를 강조했다. 다만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다카이치 총리가 연설에서 반복한 '강한 경제'의 구체적인 방향 제시는 이제부터"라며 방위력 강화에 대해서도 "재원의 뒷방침이 부족하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다카이치 총리가 아베의 상징적 언어를 반복한 것은 보수층의 결집을 통해 정권 기반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다카이치 총리가 연설에서 개헌안 발의, 외국인 규제 강화, 방위비 증액을 언급한 것은 "보수 회귀 노선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카이치 내각은 집권 자민당이 중도 보수 성향의 공명당과 결별하고, 강경 우익 성향의 일본유신회와 손잡으며 구성됐다. 양당이 체결한 연정 합의문에는 평화헌법 9조 개정 논의 착수, 긴급사태 조항 신설, 스파이방지법 제정, 방위 장비 수출 규제 완화 등 아베 전 총리의 안보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조항들이 대거 포함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조만간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조기 증액하겠다고 공언했다. 자위대를 '국방군'로 명시하는 헌법 개정도 중점 과제로 삼고 있다. 아베 정권 시절 추진됐다가 좌초된 개헌 논의가 다시 본격화될 가능성이 나온다.

이같은 강경 행보에 야당은 즉각적인 우려를 표했다.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우리가 브레이크 역할을 하겠다"며 "중도 개혁 노선의 균형을 잃지 않도록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자민당과 '26년 연정' 결렬 후 여당에서 야당으로 돌아선 공명당의 사이토 데쓰오 대표 역시 "방위 정책이 너무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다"며 "일부 발언은 독재적"이라고 비판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사설에서 "다카이치 정권은 '아베 2.0'으로 돌진하고 있다"며 "시대가 변하는데 과거 노선으로 회귀하려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또 방위력 강화 방침은 충분한 논의 없이 추진되고 있으며, "주변국의 불안과 긴장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카이치 내각은 출범 직후부터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지난 24∼26일 18세 이상 남녀 1천59명을 상대로 전화 설문 조사한 결과 다카이치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률은 74%로 이시바 시게루 내각 출범 초의 51%보다 23%포인트나 높게 나왔다. 아사히신문이 25∼26일 1천342명을 설문한 결과에서도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68%에 달했고,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21~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각 지지율은 71%로 역대 다섯 번째로 높았다. 아베 정권 출범 당시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특히 20·30대 젊은층의 지지율은 80%로 이시바 내각 말기보다 다섯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18~39세의 80%가 다카이치 내각을 지지한다고 답변한 것인데, 이시바 내각의 9월 조사에선 15%에 불과했다.

여성층 지지율이 남성보다 높은 것도 눈길을 끈다. 성별로 보면 남성 71%, 여성 72%가 지지했다. 당초 일본 정치권에선 "다카이치는 여성 유권자에게 인기가 없다"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막상 '일본 첫 여성 총리'가 탄생하자 여성층의 분위기도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 언론들은 이러한 현상을 '첫 여성 총리' 효과로 분석하면서도, 높은 지지율이 향후 우경화 정책의 추진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다카이치 총리는 납북 일본인 피해자 가족과 면담한 뒤 "어떻게든 돌파구를 열겠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27일부터 29일까지 일본을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납북 피해자 가족간 면담도 조율 중이다. '강한 일본'을 내세운 다카이치 내각이 향후 한반도와 동아시아 정세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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