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범인' 부녀(父女) 16년 만에 '무죄' 석방

  • 광주고법 "항소심 재심에서 검찰 수사 위법"...검경 사과

청산가리 막걸리사건 피고인들이 16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고 28일 석방됐다 사진연합뉴스
청산가리 막걸리사건 피고인들이 16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고 28일 석방됐다. [사진=연합뉴스]

순천에서 일어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의 피고인들이 부녀(父女) 간 치정에 얽혀 패륜범죄를 저질렀다는 오명을 16년 만에 벗었다.
 
1심과 항소심, 대법원 상고심에 이어 항소심으로 돌아간 4번째 재판에서 이들 부녀는 명예를 되찾았다.
 
하지만 강압수사로 애먼 사람을 법정에 세운 이들은 처벌을 면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고법 형사2부(이의영 부장판사)는 28일 살인 및 존속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75)와 딸(41)의 항소심 재심에서 검찰 수사의 위법성을 들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심 재판부는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조서의 허위 작성과 자백 강요가 있었다며 검찰 수사가 적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초등학교 2학년을 중퇴한 A씨는 자신의 이름 등 쉬운 단어를 제외하고 한글을 쓰고 읽는 일이 서툰 사실이 검찰 초기 수사 과정에서부터 확인됐다.
 
재판부는 당시 20대 중반이었던 A씨의 딸도 독립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운 ‘경계성 지능인’으로 평가했다.
 
기록에 따르면 A씨와 딸은 각각 장시간 이어진 신문을 마치고 불과 몇 분에 조서 열람을 마쳤다.
 
일련의 과정에서 부녀는 진술 거부권, 신뢰관계인 또는 변호인 참여권 등 권리를 누리지 못했다.
 
A씨는 논리정연한 자필 진술서를 검찰에 제출하기도 했는데, 당시 검사 또는 수사관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제기됐다.
 
부녀에게 생각을 주입하고 정해진 답변을 강요하는 듯한 진술 녹화영상은 유죄 판결이 내려졌던 2심 재판에서는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재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증거가 재판에 제출되지 않았던 절차도 문제 삼았다.
 
해당 증거물은 검찰이 특정한 막걸리 구입 경로와 부녀의 행적이 일치하지 않는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이다.
 
범행 도구로서 압수된 일회용 수저에서 청산염이 검출되지 않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또한 증거물 목록에서 누락됐다.
 
재심 판결에서 드러난 검찰 수사의 문제점들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범죄사실에 해당한다.
 
하지만 각각 7년인 공소시효가 이미 지나버렸기 때문에 관련자들의 처벌은 어렵게 됐다.
 
다만, 재심에서 잇따라 무죄가 선고되자 이 사건을 담당했던 검찰과 경찰은 뒤늦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A씨 부녀는 지난 15년 동안 감옥에서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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