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전력반도체 '국산화 거점' 선포..."AI·에너지 시대 주도권 확보"

  • 11개 대학 연합 '전력반도체 인재양성' 본격화

  • 제2회 지산학 K-포럼에 산학연 300여명 집결

사진박연진 기자
[사진=박연진 기자]

부산이 전력반도체 산업의 '국산화 허브'로 본격 도약한다.

4일 부산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제2회 전력반도체 지산학 K-포럼'은 국내외 기술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부산이 전력반도체 국산화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알리는 자리였다.

한국전력소자산업협회와 동의대 파워반도체 인력양성센터, 부산테크노파크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산학연 관계자 300여명과 소재부터 패키징까지 100여개 기업이 참여해 산업 혁신 방향을 공유했다.

최윤하 한국전력소자산업협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AI와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전력반도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산업 혁신 방향을 논의하고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 조성과 전문 인력 양성 기반 강화를 위한 실질적 협력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전성하 부산시 미래전략특별보좌관은 축사에서 “전력반도체는 미래 산업의 심장”이라며 “부산을 대한민국 전력반도체 산업의 새 거점으로 키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인재’다. 주최 측은 ‘교육-취업-산업이 연결되는 선순환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11개 대학이 연합한 파워반도체 인재양성 공유대학 시스템을 전면에 내세웠다.

동의대, 경성대, 국립부경대, 국립한국해양대, 동서대, 동아대, 부산대, 신라대, 경남정보대, 동의과학대, 부산과학기술대 등 11개 대학은 '파워반도체 인재양성 공유대학'을 통해 전력반도체 산업 성장 전주기(소재-설계-전공정-후공정-응용) 전 분야를 아우르는 통합 교육 시스템을 완성했다.

파워반도체 인재양성 공유대학은 소재부터 응용까지 전력반도체 산업 전주기를 커버하는 14개 이상의 전문 트랙을 11개 대학이 공동으로 운영한다. 학생들은 대학 간 벽을 넘어 필요한 강좌를 자유롭게 수강하며, 각 대학의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체계적으로 전문성을 쌓을 수 있다.

특히 지역 8개 대학이 보유한 470여종의 반도체 장비를 산업체와 공동 활용하는 '기술·인재 교류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 핵심이다.

인재양성 체계는 신규 인력 배출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현장 재직자를 위한 실무 심화 교육과 취업 준비생을 위한 실전형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동시에 운영해 산업 현장의 즉각적 수요에 대응한다.

기업이 원하는 최신 기술과 트렌드를 반영한 재직자 교육으로 산업체의 기술 경쟁력 향상을 지원하는 한편, 취업 준비생에게는 모의면접, 이력서 컨설팅 등 실전 취업 역량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임건 동의대 부총장은 “부산은 전국 최초 파워반도체 공유대학 출범 이후 실무형 전문인재 양성에 주력해 왔다”며 “연간 300여 명의 전문 인력을 배출하며 지역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라이즈혁신원은 동부산 전력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 내에 현장 캠퍼스를 조성 중이다. 이는 교육과 실무를 즉시 연결하는 '산학 일체형'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학생들이 특화단지 내 기업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며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구조다.

대학의 연구개발 역량과 기업의 상용화 능력을 결합해 기술 혁신 속도를 높이고, 개발된 기술이 즉시 산업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부산형 RISE 전력반도체산업 Open-UIC' 모델이다.

이준현 부산라이즈혁신원장은 “향후 5년간 300억원 이상을 전력반도체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실습 중심의 산학 협력 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윤의준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기조강연에서 "전기화 시대로 전환되면서 전력을 지배하는 국가가 미래 산업 경쟁력을 확보한다"며 "SiC·GaN 화합물반도체는 실리콘 대비 전력손실을 70~80% 줄이고 고온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필수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화합물반도체는 기술이전이 거의 불가능해 선진국들도 자국 내에서만 생산하며 기술을 보호하고 있다"며 "우리가 독자 개발하지 않으면 영원히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국가 주력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화합물반도체는 전기차, AI 데이터센터, 수소연료전지, 방산 등 모든 미래 산업의 뿌리"라며 "신정부가 SiC 반도체를 5대 우선과제 1순위로 선정한 만큼, 소재 국산화와 전문 인재 양성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형주 부산테크노파크 원장은 "부산은 특화단지, 동부산 클러스터 등 우수한 인프라를 갖췄다"며 "AI, 해양, 수소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겠다"고 말했다.

오후 세션에서는 전력반도체의 다양한 응용 분야 전문가들이 산업 동향을 발표했다.

전력산업의 핵심 과제는 ‘전력손실 최소화·시스템 효율 극대화’다.

전기차 확산으로 차량 탑재 반도체가 급증하며 SiC 채택이 빠르게 늘고, 수소연료전지는 95% 이상 가동률과 높은 효율을 바탕으로 데이터센터·분산전원으로 확장 중이다.

K-방산 수출 확대와 함께 경량·고효율 화합물 전력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며,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방반도체의 국산화와 전용 파운드리 논의도 본격화됐다.

부산은 다품종·소량생산 제조기반과 모빌리티·해양·수소 등 응용산업을 갖춰 빠른 실증·양산이 가능하고, 지역 기업의 SiC 웨이퍼 국산화와 공유대학–기업 매칭으로 인재·산업 선순환을 확인했다.
 
부산광역시의회 의장상 왼쪽부터 안광석 베스트에너지 대표 최윤하 한국전력소자산업협회 회장신병철 동의대학교 파워반도체센터 소장사진박연진 기자
부산광역시의회 의장상 왼쪽부터 안광석 베스트에너지 대표, 최윤하 한국전력소자산업협회 회장,신병철 동의대학교 파워반도체센터 소장[사진=박연진 기자]
 

행사 개회에 앞서 전력반도체 산업 발전에 기여한 관계자들에 대한 시상식이 열렸다.

부산광역시의회 의장상은 △안광석 베스트에너지 대표 △신병철 동의대학교 파워반도체센터 소장이 각각 수상했다.

안 대표는 2차전지 소재 산업의 기술 고도화와 생활 안전 정책 강화에 힘써온 점이 주목받았고, 신 소장은 전력반도체 분야 인재 양성과 산업 인프라 기반 마련에 지속적으로 매진해온 성과를 인정받았다.

부산광역시장상은 △이원재 동의대 교수 △배시영 부경대 교수 △김현미 경성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세 교수는 고성능 화합물반도체 생태계 구축과 국내외 산학 협력 확대에 기여하며, 전력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반 조성에 앞장서 왔다. 

취업박람회 동시 개최..."교육-취업-산업 선순환"
포럼과 함께 열린‘파워반도체 공유대학 취업·홍보 페스티벌’은 전력반도체 기업과 청년 인재를 직접 매칭하는 실전형 취업 지원 모델을 제시했다.[사진=박연진 기자]
포럼과 함께 열린‘파워반도체 공유대학 취업·홍보 페스티벌’은 전력반도체 기업과 청년 인재를 직접 매칭하는 실전형 취업 지원 모델을 제시했다.[사진=박연진 기자]

포럼과 함께 진행된 '파워반도체 공유대학 취업·홍보 페스티벌'은 11개 대학 공동 교육과정 이수생과 기업을 직접 연결했다.

전력반도체 및 연관 기업 20개사가 참여해 현장면접과 채용 상담을 진행했고, 학생들에게는 모의면접, 이력서·자소서 컨설팅 등 실전 취업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 제공됐다. 중·고교생을 위한 산업 홍보 및 체험존도 운영됐다.

주최 측은 "교육-취업-산업이 연결되는 지역 전력반도체 생태계 선순환 구조 형성, 특화단지와 연계한 부산의 거점 도시 성장, 청년층 유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등 3대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부산은 지난해 7월 전국 유일의 전력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로 지정됐으며, RISE 사업을 통해 올해만 52억7900만원을 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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