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초양극화 시대] 규제에 막힌 실수요…전월세 혼란에 "무주택자만 더 힘들다"

  • 서울 아파트전셋값 39주 연속 상승…고소득층만 버티는 시장 양극화 심화

사진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 30대 회사원 김모씨는 현재 살고 있는 서울 강서구 아파트 전세를 최근 8억원에 재계약했다. 김씨는 "정부 정책 이후 전세 매물도 줄고 대출도 받기 어려워지면서 전세를 연장하기로 결정했다"며 "작년과 비교하면 전세가격이 1억원 이상 올라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는 초고강도 대책 이후 과열됐던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는 가운데 양극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규제 여파로 거래 절벽과 매물 잠김 현상이 뚜렷해졌고 무주택자의 주거 불안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반면 일부 상급지에서는 여전히 고가 아파트 거래가 이어지며 시장의 초양극화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정부의 대책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는 대신 자금 여력이 충분한 고소득층의 매수세를 강화해 오히려 주거 양극화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이후 서울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로 매매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전월세 시장에 혼란이 가중되는 등 무주택자의 주거 부담은 커지는 반면 상대적으로 대출 영향이 작은 수요자들은 여전히 고가 아파트 위주로 매매에 나서는 모습이다. 

아파트 정보제공 앱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전날 기준 2만6467건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1월 1일 3만1814건에 비해 17% 감소한 양이다.

전세 물건이 줄어들자 가격은 치솟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5% 오르며 40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세 물건을 찾기도 어렵고 가격 부담도 커지자 수요자들이 서울과 가까운 경기권으로 눈을 돌리면서 경기 지역 전셋값도 덩달아 들썩이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11월 둘째 주 경기도 아파트 전셋값은 0.10% 오르며 14주 연속 상승했다.

전세 물건이 줄고 전셋값이 뛰고 있지만 전세를 구하려는 실수요자들은 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57.7을 기록했다. 2021년 10월 162.2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수요자들의 고민을 더욱 키우는 건 전세뿐 아니라 월세 가격도 급등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매매 시장이 안정돼 규제가 완화될 때까지 전월세를 연장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44만3000원까지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규제에 더해 입주 물량 감소까지 현실화하면서 전월세 물건이 빠른 속도로 감소할 것"이라며 "전세 일부가 월세나 보증부 월세로 전환되는 등 수요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도 강남 등 핵심 지역에서는 여전히 신고가 거래가 나타나는 등 수요가 유지되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고소득자들이 주담대에 신용대출을 더해 규제를 우회하는 등 주택시장에 양극화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대출 문턱이 높아질수록 실수요자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자금력이 충분한 수요자가 집중된 아파트 시장만 가격을 방어하게 된다"며 "실수요자를 보호할 수 있는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