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동해시의 극단 김씨네컴퍼니가 오는 21일과 22일, 조선 후기 대표 화가인 단원 김홍도 선생의 일화를 담은 연극 '미인의 발걸음'을 초연한다.
2025 공연장예술단체육성지원사업 선정작인 이 작품은 김민경 대표가 직접 창작과 연출을 맡았으며, 김홍도의 예술혼과 동해 추암 촛대바위를 중심으로 한 강원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데 엮어냈다는 점에서 지역 문화계의 큰 기대를 모았다.
작품은 중인 출신 무인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그림 재능을 보였다. 스승 강세황의 추천으로 궁중 도화서 제조인 심사정의 주목을 받았던 그의 예술적 여정이 극의 주요 줄기를 이룬다. 특히 극 속에는 노비 출신임에도 그림에 비범한 재주를 지닌 가상의 인물 '문정'이 등장하며, 김홍도와 깊은 화담을 나누고 그의 그림을 완성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설정이 있다.
'미인의 발걸음'은 세상을 마음으로 바라보는 깊이 있는 시선과 함께, 추암 촛대바위의 웅장한 기암절벽, 그리고 그 위에 서서 시대를 담아냈던 이들의 발자취에 담긴 예술혼을 서정적으로 담아낸다.
김민경 대표는 이 작품을 "왕의 초상화에서 천민의 씨름판까지, 붓끝에 담긴 조선의 희노애락과 촛대바위에 맺힌 김홍도의 예술혼"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백성 속으로 들어가 삶의 모습을 그려낸 김홍도의 그림 이야기와, 가상의 그림 동무 문정에 얽힌 흥미로운 서사가 조화롭게 펼쳐질 것임을 시사한다.
한편, 단원 김홍도는 1788년 44세의 나이로 정조의 명을 받아 '금강사군첩(金剛四郡帖)'을 그렸다. 이 화첩에는 추암 촛대바위를 배경으로 한 '능파대(凌波臺)' 그림이 포함되어 있다. 당시 '능파대'는 촛대바위와 그 주변 해안 일대를 일컫는 명칭으로 사용됐으며, '파도 위를 걷는 듯한' 미인의 걸음걸이를 연상시키는 해안 절경을 의미했다.
추암 촛대바위에는 어부와 두 여인의 망부석 전설을 비롯해, 원래 여러 개였던 돌기둥 중 하나가 벼락에 맞아 부러져 오늘날의 모습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지역의 풍부한 설화와 역사적 사실이 작품에 녹아들어 더욱 풍성한 이야기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연은 김홍도의 불꽃 같은 예술 세계와 동해 지역의 수려한 자연미, 그리고 오랜 세월 전해져 온 문화적 전설을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인의 발걸음'은 동해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는 의미 있는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정희 작가 장편소설 ‘복수초’, 문경 탄광촌 서사 초연하며 희망의 메시지 전달
문경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깊이 있게 그려낸 전정희 작가의 새 장편소설 ‘복수초’(도서출판 작가)가 출간되며 문학계와 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소설은 1960년대 은성탄광 광부 이태열과 전통 양조장 가업을 이어받은 김성수 두 가족의 세대를 잇는 삶과 사랑, 그리고 문경의 전통을 지켜온 장인들의 숭고한 정신을 담아낸 대하 서사극으로 설명된다.
혹독한 고난 속 '희망'을 노래하는 '복수초'의 메시지
전정희 작가가 제목으로 선택한 '복수초'는 복과 장수, 부유를 상징하며, 이른 봄 눈과 얼음 사이를 헤치고 피어나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꽃으로 알려져 있다. 작가는 이 꽃이 엄혹한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새 생명의 약동을 일깨우는 강력한 암시를 동반한다고 언급했다. 강원도 동해 출생의 전정희 작가는 소설가이자 방송인으로 활동하며 ‘하얀 민들레’, ‘두메꽃’ 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이번 ‘복수초’는 그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로 나타났다.
탄광의 애환, 술도가의 시련… 팍팍한 삶 속 인간애 그려
소설 ‘복수초’는 1960년대 서울에서 문경 은성탄광으로 흘러든 광부 이태열과 그의 아내 지연의 이야기로 서두를 초연한다. 은성탄광 광부의 숙명과도 같은 진폐증, 대형 갱내 매몰 사고에서의 기적적인 생환 등 1960~70년대 탄광촌 광부들의 애환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낸다. 작가는 "그들은 지상의 하늘과 막장의 하늘, 두 개의 하늘을 이고 살아갔다"는 언표로 막장 광부들을 향한 인본주의적 시선을 드러냈다.
한편, 서울법대 출신의 수재였으나 고시 실패 후 귀향하여 아버지의 황진양조장을 물려받은 김성수는 IMF 등 시대적 시련 속에서 가업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태열이 광산을 나와 사과 농장에 도전하고, 김성수가 동생과 양조장을 일으키는 과정은 1세대 개척자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며, 두 가족이 팍팍한 삶 속에서도 깊은 우정과 동료애를 나누는 서사가 펼쳐진다.
문경 전통문화의 재발견… 도예와 한지로 잇는 미래 담아내
소설은 문경의 상징적인 전통인 도자기 장인과 한지 장인의 예술혼도 중요하게 다룬다. 문경의 도예 산업과 한지의 전통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윤정(도자기 장인)과 남찬호(한지 장인) 등 젊은 세대가 이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계승하는 과정을 통해 소설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특히 문경 한지가 2024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 지정을 신청하고, 2017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서 국제학술회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등 그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작가는 '천년만년 가는 한지'라는 강력한 레토릭을 부여하며, 광산에서의 어둠에 대비되어 문경 고유의 전통이 다음 세대로 어떻게 전승되는가를 보여준다.
폐광 넘어 새로운 문경 향한 차세대의 귀환
은성광업소 폐광이라는 역사적 사건은 소설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작용한다. 폐광 후 사과밭의 생기가 돋아나고, 1세대의 희생 위에 성장한 2, 3세대 인물들이 문경으로 귀환하여 각자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소설가가 된 이진희, 변호사 김민수, 사과 농장을 잇는 이진우, 양조장을 현대화하는 김민우 등은 쇠락한 광산의 유산을 발판 삼아 감홍 사과밭 혁신, 막걸리에서 와인까지 전통 양조업 현대화, 도예 및 한지 기술의 재해석을 시도하며 문경의 새로운 미래를 그려나간다. 특히 태열의 딸 진희가 소설가가 되어 이 모든 이야기를 '기록'하는 역할은 자못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2026년 광부 100주년 기념, 2부작 드라마로 시청자 찾아
이러한 ‘복수초’의 이야기는 대한민국 광부 100주년을 맞이하는 2026년, 특집 2부작 드라마로 시청자들을 찾아갈 예정으로 밝혀졌다. 광부의 땀과 문경의 아름다운 사계를 배경으로 제작될 드라마는 '검은 땅'이었던 탄광촌의 삶과 대비되는 문경의 수려한 자연을 아름다운 영상미로 담아내며, 시청자들에게 힐링과 역사의식을 동시에 전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종회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전정희의 장편소설 ‘복수초’는 경북 문경이라는 한 지역사회의 특징적 성격과 그 문물, 그리고 값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펼쳐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소설이 한정된 공간 안에서도 삶의 애환과 난관을 돌파하는 건실한 의지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고 밝혔다.
문경의 아름다운 사계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애환, 그리고 세대를 이어 전통을 지켜나가는 사람들의 따뜻하고 강인한 이야기를 담은 ‘복수초’는 문경을 이해하는 필독서이자 전정희 작가의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작품이 좋은 K-콘텐츠로 만들어져 국내외 독자들의 사랑을 받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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