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슈퍼사이클 그림자] 품귀 심화에 생태계 전반 경색… 기업·소비자 부담

  • 공급이 수요 감당 못해 품귀 현상

  • PC·스마트폰 등 가격인상 불가피

  • AI용 서버전력·인프라 산업 등 타격

M

인공지능(AI) 시대 도래에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초호황)'이 시작되면서 공급이 수요를 감당 못하는 품귀 현상이 함께 심화하고 있다.

특히 범용 D램·낸드 가격도 2배 이상 치솟으면서 메모리 사용량이 많은 AI용 서버·전력 등 인프라 산업은 물론 다양한 정보기술(IT) 기기를 구매하는 일반 소비자까지 부담을 떠안게 되는 상황이다.  

17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4분기 D램 가격 상승률 전망치는 종전 8~13% 수준에서 최근 18~23%로 상향 조정됐다. 추가 상향 가능성도 크다. 3분기 기준 보급형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저전력 더블데이터레이트(LPDDR)4X 고정거래가격은 전분기 대비 38~43%, 플래그십(최고급)용 LPDDR5X는 10~15% 상승하는 등 오름세가 가파르다.

메모리 제조 3사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DDR5 고정거래가격 책정 협상을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D램 가격 추이를 더 지켜본 뒤 공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속내다. 

메모리 수급 불균형 때문에 PC·스마트폰 등 완제품 제조사들의 공급 일정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향후 소비자 가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모바일 업체들은 D램 가격 급등으로 제품 출고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애플은 '아이폰17'에 이어 '아이폰18'도 큰 폭의 가격 인상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역시 '갤럭시 S26' 가격 수준을 놓고 고민 중이다. 

소비자용 저가 메모리 제품 판매가 중단되는 사례까지 발생 중이다. 다이소는 최근 미국 샌디스크의 USB 메모리(32GB)와 마이크로 SD카드(32GB)를 재고 소진 시까지만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낸드 가격이 너무 올라 저가 제품 확보가 어려워진 탓으로 분석된다.

메모리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인프라 산업군 고객사 역시 메모리 품귀 현상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AI 데이터센터 서버 구축 비용 등이 증가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이 PC·모바일용 D램 생산 비중을 줄이고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집중하면서 D램 공급 부족이 심화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 제조사들마저 앞다퉈 스마트폰 가격을 올릴 만큼 D램 등 부품 가격 상승 압박이 거세다"며 "반도체 업계는 슈퍼 사이클에 진입했지만 제조업체들은 원가 부담에 출고가 인상을 고려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했다"고 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HBM 수요 급증이 일반 소비자용 메모리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공급 부족이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며 결국 소비자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