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저스트 메이크업' TOP3 "메이크업, 살아있는 사람에게 하는 예술"

왼쪽부터 손테일 우승자 파리금손 오돌체비타 사진쿠팡플레이
(왼쪽부터) 손테일, 우승자 파리금손, 오돌체비타 [사진=쿠팡플레이]
메이크업은 얼굴을 바꾸는 기술이 아니라 한 사람의 세계관이었다. 쿠팡플레이 예능 '저스트 메이크업'은 그 사실을 가장 극적으로 증명한 무대였다.

그 여정의 끝에서 우승을 거머쥔 '파리 금손' 민킴은 그 무대의 결과물이자 상징 같은 인물이다. 그는 실험적이고 과감한 터치로 메이크업이 표현할 수 있는 감정과 세계의 깊이를 확장시켰다. 디테일 속 아름다움의 균형을 찾아내던 손테일(손주희), 색감과 구조로 무드를 조립하던 오 돌체비타(오현정) 역시 마지막까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미 각자의 무대에서 '최고'라 불리던 이들이지만 이 프로그램 안에서 다시 도전했고 흔들렸고 결국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섰다.

"프로그램 출연하고 난 뒤 알아보는 분들이 생겼어요. 저라는 아티스트가 궁금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는데 그게 아직도 신기해요. 감사한 마음으로 일상을 지내고 있어요."(파리금손)

"요즘은 바쁘게 지내는 거 같아요. '저스트 메이크업' 덕분에 제안도 많이 들어오고요. 독립해서 브랜딩도 해보고 있고 유튜브도 오픈했어요. 방송에서 보여드린 걸 더 풀어보고 싶어서요. 저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감사하고 행복해요."(손테일)

"저는 브랜드 소속이라 그동안 제 이름이 온전히 비춰질 일이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프로그램 이후 주목을 받으니까 외출할 때도 '메이크업 아티스트답게 보여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래도 남녀노소 인사해주시고 말 걸어주시는 게 그냥 고맙죠. 아직도 좀 어색하지만요."(오 돌체비타)
우승자 파리금손 민킴 사진쿠팡플레이
우승자 파리금손 민킴 [사진=쿠팡플레이]

출연을 결정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고민이 있었다. 이미 각자의 영역에서 '정상'으로 불리는 아티스트들이기에 예능형 서바이벌은 명확한 리스크를 동반하는 선택이었다. 평가받는 자리, 비교되는 구조, 실시간으로 소비되는 반응들.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 무대에 섰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결심이었다.

"제작진에게 설득을 당했다기보다는 결정은 스스로 했어요. 어느 순간 스스로 조금 작아졌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나는 도태됐나? 예전보다 못해진 건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이 프로그램이 나를 테스트하고 다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느꼈어요. 물론 부담은 컸어요. 도마 위에 올라가는 기분도 있었고요.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잘한 선택이었던 거 같아요."(손테일)

"저는 처음에 고민이 컸어요. 제가 못하면 저 혼자 욕먹는 게 아니라 브랜드 전체가 욕먹을 수도 있으니까요. 특히 해외 브랜드라 승인 절차도 어려웠고요. 그런데 제작진의 톤과 방식이 악의적이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또 그냥 '경쟁'이 아니라 각자 보여줄 수 있는 걸 진지하게 다루는 프로그램이라는 점도 중요했고요. 그래서 마지막엔 결심했어요. 이 자리까지 오느라 정말 많이 노력했는데 그게 어느 정도 위치인지 스스로 확인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나왔어요."(오 돌체비타)

"저는 그냥 제 작업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연락 왔을 때 바로 '오케이' 했는데 막상 하고 나니까 살짝 무서웠죠. '내가 K-뷰티를 대표해서 나가는 게 맞나?' 그런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도 결론은 하나였어요. 떨어지더라도 내 작업으로 떨어지자. 그래서 준비 많이 했어요."(파리금손)
손테일 손주희 사진쿠팡플레이
손테일 손주희 [사진=쿠팡플레이]

방송이 끝난 뒤 세 사람은 스스로의 무대를 다시 마주했다. 경쟁이었던 순간들은 시간이 지나 '기록된 창작물'로 남았고 이제는 냉정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자신의 결과물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만족과 보완점 그리고 배움이 동시에 자리한 감상이었다.

"'붉은 말'은 나도 다시 봐도 잘했다고 생각해요. 컨셉도 명확했고 미술적인 해석도 나를 잘 보여준 미션이었어요. 어려울 수 있는 과제였는데 제가 해오던 작업 방식이 원래 좀 실험적이고 크리에이티브한 방향이라 오히려 기회였던 것 같아요. 다들 좋게 봐주셨고요. 근데 아이돌 미션은 진짜 어려웠어요. K-뷰티의 완성체 같은 분야잖아요. 그걸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이 프로그램에서 많이 배웠어요."(파리금손)

"'카마데누'는 지금 봐도 만족스러워요. 닮고 싶었던 감정이 작품에 그대로 표현됐거든요. 특히 고상우 작가님 작품에 빠져 있었던 시기라 예의라고 생각했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회화처럼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 많이 했는데 결과물이 그림처럼 나와서 좋았죠. 다만 아쉬운 건 있어요. 첫 번째 라운드, 다섯 번째 라운드… 제 기준에서는 미완성이었거든요. 특히 마지막 무대는 1등을 바란 건 아니지만 조금 더 다른 방식으로 풀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있어요. 그래도 그때의 한계가 지금의 저를 확장시켰다고 생각해요."(손테일)

"저는 메시지 전달은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주제가 '소설'이었잖아요. 그냥 예쁜 인어가 아니라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관의 존재를 현실처럼 구현해야 했고요. 그 기준에서 봤을 때 저는 제 의도를 정확히 구현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무섭다는 반응까지 포함해 좋았어요. 인어가 가진 존엄성 그리고 그걸 잃었을 때 우리가 가져야 하는 감정. 그걸 표현하고 싶었고 그건 성공했다고 생각해요."(오 돌체비타)

카메라가 도는 동안 미션은 단순한 경쟁을 넘어 개인의 역사를 꺼내는 순간이 되었다. 특히 '카마데누' 미션은 참가자뿐 아니라 심사위원과 스태프까지 울컥하게 만들며 이번 시즌을 대표하는 장면으로 남았다. 그날의 감정과 떨림은 지금 다시 입으로 꺼내도 생생했다.

"카마데누 미션은 쉽지 않았어요. 웃고 떠드는 오락 프로그램도 아닌데 엄마를 평가 대상으로 올린다는 게 처음엔 낯설고 부담됐어요. 그런데 결국 그 미션에서 얻은 건 '어머니' 자체였어요. 저는 모성을 경험해본 적 없어요. 하지만 저는 그걸 '받아본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이번 작업은 내가 받은 사랑을 시각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이었어요. 현장에서 엄마가 긴장해서 얼굴이 빨개질 정도였는데 포즈를 취하는 순간 이미 작품이었어요. 정샘물 선생님 말씀 듣고 엄마도 그제야 우리가 뭘 하고 있었는지 이해하신 것 같아요. 그 표정, 잊을 수 없어요."(오 돌체비타)
오돌체비타 사진쿠팡플레이
오돌체비타 [사진=쿠팡플레이]

메이크업은 살아있는 사람에게 하는 예술이다. 그래서 결과는 언제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피부의 컨디션, 숨의 속도, 모델의 표정,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미묘한 떨림까지 모든 변수가 작품의 결을 바꾼다.

"1라운드 때 클래식 메이크업을 했는데 오버립을 하려고 했던 게 아니었어요. 그냥 떨렸어요. 모델 앞에서 손이 바들바들 떨리니까 라인이 점점 커지고 선명해진 거죠. 그런데 그걸 심사위원들이 극찬했어요. 그때 느꼈어요. 메이크업은 계산대로만 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앞에 두고 일어나는 일이라는 걸."(오 돌체비타)

"메이크업은 살아있는 사람에게 하는 예술이에요. 피부가 있고 표정이 있고 그날 컨디션도 있고 모델이 어떤 느낌인지에 따라 룩이 바뀌어요. 준비해온 걸 그대로 할 수도 있지만 현장에서 '이 얼굴엔 이게 아니다' 싶은 순간 갈아엎어야 해요. 그래서 더 긴장감 있고 그래서 더 짜릿해요."(손테일)

"메이크업은 그냥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작업이에요. 그래서 저는 먼저 마사지를 해줘요. 몸이 풀리면 얼굴도 풀리거든요. 그리고 이야기를 해요. 그 사람이 원하는 감정이나 이미지가 뭔지 듣고 맞춰요. 그래야 결과물이 그 사람 얼굴에서 '이질감'이 아니라 '의도'로 남아요."(파리금손)

경연은 스스로를 증명하는 자리였지만 동시에 자신이 어떤 아티스트인지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정해진 룰 속에서 오히려 개성이 더 선명해졌고 '색'은 비교가 아닌 발견에 가까웠다.

"저는 메이크업에 한계가 없다고 생각해요. 경연을 하면서 더 확신했어요. 기술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시도하고 확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그래서 저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라기보다 '아티스트'에 가깝고 싶어요."(파리금손)

"이번 경연을 하면서 제 방식이 더 명확해졌어요. 의미 없이 하는 메이크업은 없다는 거요. 색 하나, 쉐도우 하나에도 이유가 있어야 해요. 그리고 그 이유가 이야기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하고요. 저는 의미 있는 메이크업을 하는 사람이라는 걸 다시 확인했어요."(오 돌체비타)

"저는 항상 디테일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번 경연에서 그게 제 강점이자 고민이라는 걸 알았어요. 너무 디테일에만 갇히면 다른 해석을 놓칠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버릴 수 있는 디테일'과 '여백이 있는 표현'을 고민하고 있어요. 그 안에서 제 색을 더 찾게 될 것 같아요."(손테일)
왼쪽부터 손테일 우승자 파리금손 오돌체비타 사진쿠팡플레이
(왼쪽부터) 손테일, 우승자 파리금손, 오돌체비타 [사진=쿠팡플레이]

메이크업이 '서비스'에서 '예술'로 인식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이번 프로그램은 그 흐름을 바꿔놓았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이 메이크업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어요. '미용인'이 아니라 왜 '아티스트'라고 불리는지요. 우리는 누군가를 꾸미는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의 본연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는 사람이에요. 감성과 철학이 있어야 하고 메시지도 담을 수 있어야 해요. 이런 무대가 더 많아져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가진 세계관을 보여줄 기회가 계속 생기면 좋겠어요."(오 돌체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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