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부동산 자산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 결과가 조만간 나온다. 한화생명·태광그룹(흥국생명)과 중국계 사모펀드(PEF) 힐하우스 인베스트먼트 등 세 곳 중 한 곳이 승자가 될 전망이다. 힐하우스의 '고가 베팅'이 막판 변수로 등장한 가운데, 시장에선 실질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국내 전략적 투자자(SI)인 태광그룹과 한화가 우세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태광과 한화 둘 중 한 곳이 인수에 성공할 경우 의미는 크다. 태광은 그룹 내 금융계열사와 연계해 부동산 자산 운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화는 그룹 3세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금융 부문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낼 기회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지스운용…"매물가치 1조 이상"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이지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두고 매각주간사(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와 주요 주주간 대화가 진행 중이다. 결과는 금명간 나올 예정이다.이번 인수전은 당초 예상보다 뜨겁다. 이지스가 개발(디벨로퍼)과 자산운용을 모두 영위하는 국내 유일한 부동산 플랫폼이란 점에서다. 이지스의 총자산은 1조880억원(연결 기준)이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의 부실 우려 속에서도 수익성도 좋다. 지난해 매출은 4182억원, 영업이익은 1132억원이었으며 올해도 3분기까지 매출 2142억원, 영업이익 304억원을 올렸다.
이어 "매수자가 사는 건 부동산 운용 분야에서 이지스가 구축한 독보적 플랫폼"이라며 "PF가 흔들릴수록 역량이 검증된 대형사로 쏠리는 경향도 있다. 결국 이지스를 사면 시장 1위인 이지스의 운용 역량을 통째로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누가 더 인수에 간절한가?
태광그룹과 한화가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이지스의 독보적인 플랫폼의 활용가치 때문이다. 특히 태광그룹의 인수의지가 강하다.
태광그룹은 이지스 인수를 통해 수익성 압박을 받는 보험 계열사의 투자 기반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태광그룹은 20개 계열사 중 금융 계열사가 8개다. 이 중에서 흥국생명·흥국화재 등 보험 계열사들은 고령화와 보험업 규제 등으로 수익성 압박을 겪는 상황에서 투자손익이 전체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 3분기 누적 기준 투자손익이 1024억원으로 전체 순이익(1925억원)의 53%를 차지하면서 전년 동기(35%)보다 크게 늘었다. 반면 보험손익은 715억원에 그쳐 현금 확보가 절실해진 상황이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보험 손익은 매년 적자가 반복되고 투자 손익으로 실적을 끌어올리는 상황이라 부동산·대체투자를 장기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태광그룹이 과거부터 부동산 투자 규모가 크고 관련 자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인수전 참여 동력이다. 그룹 내 자금력을 바탕으로 이지스운용의 운용 전략과 결합하면 상품 라인업과 투자 규모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말 티시스염창피에프브이㈜가 시행하는 서울 강서구 염창동 사업부지 개발사업을 위한 토지담보대출에 나섰고, 태광그룹은 서울 중구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 인수를 확정하기도 했다. 업계에서 "삼성SRA, 교보AIM처럼 금융지주가 부동산 운용사를 직접 거느릴 때 나타나는 시너지 효과가 태광이 노리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화도 운용 역량 강화와 그룹 내 부동산 자산 효율 극대화 차원에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한화자산운용이 신탁업·집합투자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개발·관리와 운용을 결합해 '상품+실물+운용'을 한 번에 추진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화그룹 2세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이번 인수를 통해 금융 부문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인수의지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시장에 나온 여러 매물 중 하나로 투자 기회를 검토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최종 승자는 어디가 될까?
우선협상자 선정이 임박한 가운데 현재 경쟁구도는 '흥국 대 힐하우스'다.지난달 마감한 본입찰에서 흥국은 약 1조500억원, 한화와 힐하우스는 각각 9000억원 중반대를 써냈다. 하지만 본입찰 후 진행한 '프로그레시브 딜'에서 힐하우스가 1조1000억원을 제시한 상태다. 입찰가만 놓고본다면 중국계 PEF인 힐하우스가 가장 유리한 형국이다.
하지만 입찰가 외의 다른 요인들까지 고려된다면 최종 승자는 아직 모른다는 게 IB업계 전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흥국과 힐하우스의 입찰가는 약 500억원 차이"라며 "이지스를 중국 PEF에 넘기는 데 대한 부정적 여론 등이 고려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인수 심사 때 중국계 자본이 국내 최대 부동산 운용사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대한 우려가 고려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IB업계는 이지스 인수전이 각 그룹의 부동산·금융 전략을 좌우할 결정적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 시장 관계자는 "자금력·사업 구조·포트폴리오·장기 전략을 모두 고려하면 세 곳 모두 이유 있는 경쟁"이라며 "이지스를 가져가는 곳이 그룹 내 자금 조달과 대체투자 전략의 핵심 키를 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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