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해외파생상품 손실"…금감원의 증권사 실태점검 무게추 이동?

  • 벨기에펀드 이어 해외파생상품 손실 보호지침 강화

  • 지난 3일부터 증권사 해외영업실태 릴레이 점검

  • '고환율' 점검 대신 최근 '파생상품 손실'에 집중

금감원
 
금융감독원이 해외 파생상품과 해외 레버리지 상장지수상품(ETP) 등 손실 위험이 큰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개인투자자 보호 규제 문턱을 높이기로 했다. 연 평균 4500억원에 달하는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로 인한 '개미'들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번 조치를 두고 최근 금감원이 증권사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해외투자 영업실태 '릴레이 점검'의 종착지가 결국엔 소비자보호 체계 허점을 찾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에 해외 파생상품 투자 관련 대대적인 점검과 제재가 뒤따를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금감원은 오는 15일부터 해외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하는 개인을 대상으로 사전교육 및 모의거래 의무제도를 본격 시행한다고 14일 밝혔다. 이에 따라 해외 파생상품에 투자하려는 개인투자자는 최소 1시간의 사전교육, 3시간 이상의 모의거래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해외 레버리지 ETP 투자도 1시간 이상의 사전교육을 받아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조치는 해외 파생상품 투자 손실이 커지는 데 따른 것이다. 금감원 집계에 따르면 해외 파생상품 투자 손실은 연 평균 4490억원에 달한다. 2022년(-4574억원), 2023년(-4458억원), 2024년(-3609억원) 등에 이어 올해도 지난 10월까지 3735억원의 투자손실을 봤다. 손실은 대부분 개인투자자들에 쏠렸다. 해외 파생상품 거래의 82.5%가 개인투자자들인 탓이다. 금감원 측은 "해외 파생상품은 레버리지 구조 특성상 투자금액을 웃도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해외 레버리지 ETP 역시 변동성이 커질 경우 단기간에 손실 폭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며 "환율 변동에 따른 추가 손실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는 최근 금감원이 증권사 해외투자 영업실태 점검에 나선 것과 맞물려 주목된다. 금감원은 지난 3일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8일 키움증권과 하나증권에 대한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내년 1월까지 주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당초 증권가에선 이번 점검이 환율급등에 영향을 미칠 원인 분석을 위한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았다. 개장 직후 몰리는 달러 환전수요를 분산해달라는 식의 구두개입을 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점검을 받은 곳들에선 "해외 주식투자 과열을 조장하는 광고 및 마케팅을 가급적 자제해달라는 당부에 그쳤을 뿐 별도 지침은 없었다"고 전했다. A증권사 관계자는 "환율과 동떨어진 부서를 살피는 등 고환율 관련 점검이 주 목적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이번 점검의 목적이 다른 곳에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적잖게 나오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는 이찬진 원장의 뜻에 맞춰 이번 릴레이점검에 이어 금감원이 내년 해외 파생상품 거래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흘러나온다. 실제로 해외 파생상품 투자 영업이 많은 일부 증권사에서 선제적으로 관련 영업·마케팅을 줄이거나 자제하는 중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감원이 벨기에펀드 손실, 해외 파생상품 손실 등에 주목하고 있다"며 "이번 릴레이점검은 '맛보기'이고, '본게임'은 내년 해외 영업 쪽 소비자보호 부실 점검이라는 얘기가 솔솔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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