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은 특이한 장면을 연출했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서울 전역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민주당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성동에서 압도적 지지로 3선에 성공했다. 서로 다른 당, 다른 무대였지만 두 인물의 승리는 공통의 신호를 담았다. 유권자들은 그날 '말을 잘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도시를 읽을 줄 아는 관리자'를 선택했다.
필자는 그 결과를 보며 '오세훈 대통령·정원오 서울시장론'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칼럼을 썼다. 그때 이미 정원오가 언젠가 서울시장 후보군의 중심에 설 것이라는 촉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오세훈은 서울을 넘어 국가 단위의 질문을 던질 인물이라는 예감도 분명했다. 이 예감은 개인적 호감이 아니라, 두 사람이 공유하는 어떤 공통의 태도, 즉 도시에 대한 장기적 상상력에서 비롯됐다.
오세훈을 권력 욕망형 정치인으로 분류하는 건 쉽다. 그러나 정확하지 않다. 그는 대중영합형도 아니고, 투쟁형 정치인과는 더 거리가 멀다. 오세훈의 정치는 늘 불리했다. 환호를 좇지 않았고, 즉각적 성과를 과장하지 않았으며, 설명되지 않는 선택을 버텼다. 그가 정치하는 이유는 권력이 아니라 '증명'에 있다. 자신이 옳다고 믿은 선택이 시간 앞에서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려는 강박, 이것이 오세훈 정치의 동력이다.
이 '증명 강박'은 단기 선거의 문법과는 충돌한다. 그러나 도시의 문법에는 맞는다. 도시의 성패는 임기 안에 결론 나지 않는다. 한강, 주거, 교통, 환경, 공간의 질은 10년, 20년의 축적 위에서만 평가된다. 그래서 서울시장에게 요구되는 시대정신은 명확하다. 지금의 민심보다 10년 뒤의 서울을 상상할 수 있는가이다. 이 질문이 또렷이 드러난 장면이 있었다. 최근 쿠알라룸푸르 간담회에서 오 시장은 이런 질문을 받았다. "지금 서울시장 선거가 이전투구로 흐르고 있다. 서울시장이 가져야 할 시대정신은, 또 시장님이 갖고 있는 경쟁력은 무엇인가." 자격의 문제를 묻는 질문이었다.
오세훈의 답은 흥미로웠다. 그는 자기 자랑으로 가지 않았다. 대신 민주당의 정원오 성동구청장을 언급하며 한강버스를 둘러싼 시각 차이를 꺼냈다. 특정 인물을 '띄운다'는 정치적 해석이 뒤따랐지만, 본질은 달랐다. 그는 시대정신을 '정책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의 깊이'로 옮겨 놓았다. 이 장면은 질문이 인물의 언어를 바꾸는 순간이었다. 실제로 이 질문은 YTN 정치부의 기획기사로 확장됐다. 질문이 사건을 만든 것이다.
정원오의 이름이 여기서 다시 중요해진다. 성동에서의 압도적 3선은 지역의 신뢰가 단기 성과가 아니라 축적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오세훈이 말한 '시대정신'은 특정 정당의 구호가 아니라, 이런 유형의 행정과 통한다. 다만 두 사람의 지향점은 다르다. 정원오는 도시의 세밀한 운영에서 강점을 보였고, 오세훈은 서울을 넘어 국가의 구조를 묻는 질문으로 확장해 왔다. 그래서 '오세훈 대통령·정원오 서울시장'이라는 구상은 도발적이면서도 논리적이었다. 도시를 잘 운영하는 사람과, 도시의 경험을 국가로 번역하는 사람의 역할 분담의 가능성을 본 것이다. 오세훈의 시대정신은 여기서 분명해진다. 인기보다 신뢰, 단기 성과보다 장기 판단, 할 수 있는 것보다 하지 않는 선택이다. 그는 정치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0년 뒤의 서울이 지금의 선택을 어떻게 평가할지, 그 질문 앞에 그는 계속 서 있다. 정치는 종종 욕망의 언어로 설명되지만, 오세훈의 정치는 책임의 언어에 가깝다. 그래서 느리고, 그래서 불편하다. 그리고 도시의 시간은 늘 정치보다 느리다. 서울시장이 가져야 할 시대정신은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지금 욕을 먹더라도, 10년 뒤의 서울 앞에서 설명할 수 있는가. 오세훈은 그 질문을 감당하려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점이 그가 여전히 정치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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