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힘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정당성으로 유지된다. 정당성은 절차에서 나오고, 절제에서 완성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 허용 법안은 단순한 사법제도 개편이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권력구조의 균형점을 이동시키는 중대한 결정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 사회적 합의도, 숙의도, 충분한 토론도 없었다.속도만 있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2일 제기한 문제의식은 바로 그 지점이다. 이것이 과연 국가의 미래를 위한 제도 개편인가, 아니면 특정 정치인의 사법 리스크와 맞물린 정치 일정의 산물인가라는 질문이다.
대통령은 누구보다 무거운 도덕적 기준을 적용받는 자리다. 법적으로 허용된다고 해서 정치적으로 모두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다수 의석을 가졌다고 해서 헌정 질서의 근간을 빠르게 재편하는 것이 항상 옳은 것도 아니다. 권력은 가능하다고 해서 다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행사하지 않을 줄 아는 절제가 더 큰 미덕이다.
공자는 말했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참된 앎(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이라고 했다. 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권력의 한계를 아는 것이 진짜 힘이다. 다수의 힘으로 무엇이든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순간, 정치는 오만해진다. 지금의 사법 개편 논란은 단순히 법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이 묻는 것은 '왜 지금인가.', '왜 이렇게 서두르는가.', '왜 이 시점에 최고법원 구조를 바꾸는가.'이다. 이 의문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법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다.
오세훈 시장의 주장은 바로 이 '정당성'의 문제를 건드린다. 그는 대통령 개인의 운명과 국가 제도를 분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법제도는 어느 한 사람을 위해 설계되거나 수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강조한다. 이것은 특정 인물을 공격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헌정 질서의 기본을 지키자는 주장이다.
반대로, 대통령과 그를 극성으로 지지하는 일부 세력은 모든 비판을 정치공세로만 치부한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다수의 의지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다수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작동할 때 비로소 건강해진다. 열성 지지자들이 지도자의 모든 선택을 무조건 정당화하는 순간, 지도자는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를 잃는다. 책임은 권력자만의 것이 아니다. 무조건적 추종 또한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통령은 법 위에 있지 않다. 대통령은 헌법 안에 있다. 그리고 헌법은 권력의 확장을 경계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 경계선을 넘는 순간, 권력은 스스로 정당성을 깎아내린다. 이재명 대통령이 진정으로 민주주의의 지도자라면, 다수 의석을 앞세운 속도전이 아니라 사회적 설득과 합의를 택해야 한다. 사법제도의 개편이 필요하다면 더 많은 토론을 거쳐야 하고, 대통령 개인의 이해와 무관하다는 점을 국민에게 명확히 입증해야 한다. 그것이 책임 정치다.
정치는 결국 신뢰의 싸움이다. 권력이 두려움에서 움직이면 국정은 불안해지고, 원칙에서 움직이면 국정은 안정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정당성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다수의 힘이 아니라 권력의 절제다. 공자의 말처럼,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태도가 지도자의 첫 번째 조건이다. 권력은 오래 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정당하게 남는 것이 중요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