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별건·기획수사는 근절돼야 한다

  • 검찰은 원칙으로 신뢰를 회복하라

검찰은 이미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다. 수사 결과를 통보하는 방식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이른바 ‘통보 매직’이 반복될수록 국민의 의심은 더 짙어질 뿐이다. 법 집행의 정당성은 절차의 정교함이나 형식적 완결성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법 이전의 양심, 최소한의 상식, 그리고 권력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성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오늘의 검찰은 그 출발선에서 이미 멀어져 있다.

인류의 법사는 언제나 양심의 역사였다. 성문법이 정교해지기 이전에도 공동체는 옳고 그름을 가르는 기준을 공유해 왔다. 법은 그 기준을 제도화한 결과물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일부 검찰은 법의 정신보다 조문 해석의 빈틈과 기술에 매달린다. 공정한 잣대가 아닌 선택적 엄격함과 선택적 관대함이 반복될 때, 검찰은 더 이상 ‘법의 수호자’가 아니라 ‘법기술자’로 인식된다. 국민의 눈에는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 아니라, 법을 상황에 따라 소비하는 권력으로 비칠 위험마저 커지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일관성이다. 동일한 행위에는 동일한 기준이 적용돼야 하고, 권력의 크기와 정치적 무게에 따라 수사의 속도와 결론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어떤 사건에서는 전광석화처럼 움직이던 수사가, 다른 사건에서는 이유 없는 지연과 침묵으로 이어진다. 검찰이 스스로 신뢰를 갉아먹는 장면이다.

특히 전주지검을 둘러싼 일련의 수사 논란은 이러한 불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문재인 전 대통령, 김관영 전북지사, 서거석 전북교육감과 관련된 사안에서 기획수사·별건수사 여부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이어졌고, 관련 고발 사건이 수사기관에 배당되는 등 사회적 쟁점으로 확산된 바 있다. 수사의 실체와 무관하게, 수사의 방향과 범위가 정치적 맥락에 따라 설계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한, 결과가 무엇이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렵다.

만약 수사가 본래의 사건 범위를 넘어 별건으로 확장되거나, 특정한 흐름에 맞춰 기획된 정황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는 명백히 수사권의 일탈이다. 그 경우에는 위법·부당 행위에 대한 엄정한 책임 추궁이 뒤따라야 하고, 왜곡된 수사로 인해 훼손된 명예와 질서에 대해서는 원상회복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법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완성된다. 잘못된 과정 위에서 내려진 결론은 정의가 아니라 상처만 남긴다.

별건수사와 기획수사는 검찰권 남용의 대표적 유형으로 지적돼 왔다. 수사의 편의나 정치적 환경에 따라 사건의 외연을 자의적으로 넓히는 관행은 법치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 이러한 수사 방식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는 점이 확인될 경우, 원칙적으로 배제되고 엄정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일벌백계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법 집행은 공정이 아니라 특혜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전주지검 수사를 둘러싼 논란 역시 제도적 차원에서 재점검될 필요가 있다. 문 전 대통령과 서거석 교육감 관련 기소 과정에서 수사의 적정성과 절차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제기됐고, 검찰 내부에서도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이러한 논란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수사 시스템 전반의 문제다. 특검 도입이나 법무부의 감찰·조사 권한을 통해 수사의 적정성을 재검증하고, 위법·부당이 확인될 경우 훼손된 절차와 명예를 원상회복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가능한 선택지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논란에 대해 검찰이 충분한 설명과 자기 성찰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민이 보기에 이는 무혐의의 결과라기보다, 아예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인상으로 남았다. 의혹에 대한 해명과 검증을 회피하는 태도가 반복될수록, 검찰은 스스로 “우리는 예외”라는 잘못된 신호를 사회에 보내게 된다.

검찰이 진정으로 회복해야 할 것은 권한이 아니라 신뢰다. 강한 수사권, 넓은 재량, 복잡한 절차는 이미 충분하다. 부족한 것은 오히려 절제와 자기 통제다. 권력과의 거리 유지, 사건을 대하는 태도의 균형, 그리고 불리한 의혹 앞에서도 도망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 국민은 완벽함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같은 잣대, 같은 속도, 같은 기준을 요구할 뿐이다.

법은 국민 위에 군림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검찰 역시 마찬가지다. 법을 집행하는 자가 법의 정신을 외면할 때, 제도는 살아 있으되 정의는 사라진다. 지금 검찰이 서 있는 자리는 법의 최전선이 아니라 신뢰의 벼랑 끝이다. 그 사실을 직시하지 않는 한, 아무리 정교한 통보와 그럴듯한 설명이 이어져도 국민의 마음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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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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