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중국이 자유화하면서 미국과 닮은 경제구조로 변화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통념이었다. 그 대신 미국의 자본주의가 중국을 닮아가고 있다." (그렉 입 월스트리트저널 수석 경제 논설위원)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 '주식회사 USA'가 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기업 정책을 보면 문어발식 국영 기업을 거느리고 있는 중국과 유사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대기업의 최대 주주가 되는 한편, 중국 등으로 향하는 수출 이익의 일부를 가져가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개입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외교협회(CFR)는 이를 '미국식 국가 자본주의'라 부르고 있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 반도체 기업 인텔은 대관 담당 부사장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가경제위원회(NEC) 부위원장을 지낸 로빈 콜웰을 선임했다. 사실 대관 담당 고위 임원에 고위 관료 출신이 오는 것은 미국 사회에서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현재 인텔의 최대 주주가 미국 정부라는 상황에서 콜웰의 기용은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또한 지난달 8일에는 엔비디아의 최신 인공지능(AI) 반도체인 H200의 중국 수출 승인 소식이 전해졌다. 아예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발표했다. 트럼프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미국이 엔비디아 H200을 중국 등 승인된 고객에게 수출하도록 허용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 역시 관련 수익의 25%를 수수료로 미국 정부에 납부하는 조건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현행 (미국) 연방법상 수출 허가가 매매될 수 없다는 점에서 법률적으로 의심스러운 점이 있지만,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중국 수출 장벽을 뛰어넘은) 거대한 승리"라고 짚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같은 행보는 국가가 우수 기업을 육성하고 그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고 CFR은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층에는 공격적인 기업 개입이 특징인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출신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헤지펀드 등에서 기업을 쥐락펴락하면서 막대한 부를 창출했던 논리대로 정부의 기업 관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 정부가 한화오션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을 중심으로 트럼프에게 제시한 투자 카드인 '마스가(MASGAㆍ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는 트럼프의 이같은 국가 자본주의 기조에 적극 대응한 성과로 꼽힌다. 미국 NBC뉴스는 홍콩발 기사에서 "몇십 년간의 쇠락으로 글로벌 점유율 1% 미만인 미국 조선업을 한국의 장비와 디자인, 지식으로 되살리겠다는 제안은 한미 양국에 전략적이고 상징적인 승리"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한편 미국 산업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업 개입 정책에 대해 사적으로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지만 공개적인 반대 의견은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지지하는 목소리가 크다. WSJ는 "(CEO들이) 트럼프를 두려워하는 한편, 트럼프 정부의 친기업적 행보에 환호하기도 한다"면서 "트럼프 정부와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아예 트럼프의 이너서클에 적극적으로 다가서고 협력해 중요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서 '거래의 기술'을 펴냈을 정도로 승부사적 비즈니스 스타일을 뽐내온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도 굵직한 산업 이슈에 개입할 전망이다. 당장 헐리우드 공룡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인수 건이 있다. 넷플릭스와 파라마운트가 인수를 위한 '쩐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워너브러더스가 트럼프와 앙숙인 CNN을 인수하고 있다는 점도 관심 포인트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개입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정치적 요소가 (인수전에)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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