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사실을 지우고 시민을 속이려는 박주민의 공세"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정치는 때때로 숫자를 갖고 장난을 친다. 문맥을 지우고, 전후 사정을 덮고, 그럴듯한 것만 들이민다. 최근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쏟아낸 한강버스·9호선 관련 공세가 딱 그렇다. 겉으로는 세금 낭비와 교통지옥 해결을 말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실관계와 기본 개념조차 흔들린 아마추어적 공세다. 선거가 가까워지자 '오세훈 흔들기'에 조급함이 묻어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먼저 한강버스부터 보자. 박 의원은 "1500억원이나 쏟아붓고도 운영수입이 104억원뿐인 실패한 정책"이라고 말한다. 얼핏 들으면 서울시가 수천억을 집어넣고도 적자를 떠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1500억원은 서울시 예산이 아니다. 전액 민간 투자금이다. 서울시가 매년 수백억씩 퍼붓는다는 식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서울시의 재정지원은 초기 2년간 약 42억원 수준이다. 그것도 '준공영제 방식'이 아닌, 신사업 도입기 수요 안정화를 위한 최소한의 인큐베이팅 지원이다. 이후에는 관광·순환형 상품, 광고, 연계 서비스 등으로 자립 구조에 진입할 것이라는 분석이 이미 나와 있다. 즉, 한강버스는 '세금 먹는 하마'가 아니라 '민간 투자 기반의 신생 교통·관광 모델'이다.
 박 의원의 비판에서 빠져 있는 것은 한강버스의 정체성이다. 이 사업은 단순한 대중교통 대체재가 아니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면모를 바꾸는 '공간 이동 혁신'이고, 외국인 관광·MICE 경쟁력의 핵심축이다. 뉴욕·파리·런던 같은 글로벌 도시들이 왜 리버버스를 운영하는지, 왜 물길을 활용한 교통을 관광과 접목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숫자만 들이대니 정책 논의가 빈곤해질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박 의원의 주장은 오해를 가장해 만든 정치적 프레임에 더 가깝다.
 문제는 9호선 공약에서도 똑같은 오류가 반복된다는 점이다. 박 의원은 "9호선 급행열차를 8량으로 증량해 혼잡도를 해결하겠다"고 말한다. 2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들여 3년이면 충분하다는 식의 설명도 달았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미 '지하철 혼잡도 150%대 관리 계획'을 실행 중이다. 2024년 8편성을 추가 투입했고, 2027년까지 4편성을 더 도입하기 위해 총 1313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즉, 박 의원이 제시한 해결책은 이미 서울시가 진행 중인 정책이다. 남의 집에서 이미 끓고 있는 국을 자기 솥에 담아와 '이게 내 요리'라고 우기는 셈이다.
 더 심각한 것은 예산과 타당성이다. 박 의원의 방식대로라면 9호선 8량화에는 최소 3811억원이 든다. 역사 연장, 설비 개량, 차량 구매, 급행선로 조정까지, 어느 하나 비용이 가볍지 않다. B/C(비용 대비 편익)는 0.18. 경제성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이런 프로젝트를 "임기 내 해결하겠다"고 공언하는 것이 과연 정책인지, 아니면 표를 모으기 위한 것인지 되묻게 된다. 이쯤 되면 질문은 하나로 좁혀진다. 박 의원은 정말 서울의 교통 문제를 고민하는가, 아니면 '오세훈 지우기'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정책을 억지로 비틀고 있는가. 한강버스가 성공하면 누가 가장 곤란한가. 9호선 혼잡도 관리가 예정대로 완화되면 누가 정치적 공간을 잃게 되는가. 답은 너무도 분명하다.

 오늘 정치가 해야 할 일은 누군가의 성과를 지우기 위해 '정책 프레임'으로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세금이 어디 쓰이는지, 민간투자와 공공재정의 구분이 무엇인지, 대중교통과 관광정책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최소한 시민들이 체감할 변화를 이야기하려면 사실 위에 서 있어야 한다.
 정치가 사실을 곡해하면 정책은 흔들리고, 정책이 흔들리면 시민이 피해를 본다. 이것이 정치의 오래된 진실이다. 박 의원의 공세는 지금 그 진실을 무시하고 있다. 서울의 미래를 논하려면 프레임부터 걷어내야 한다. 정책은 '지우기'가 아니라 '쌓기'의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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