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EV) 시장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후방 산업인 2차전지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전기차에 적대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퇴임하는 2029년은 되어야 전기차 수요가 반등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내년에도 생존을 위한 업체들의 다운사이징(사업 규모 감축)이 이어질 전망이다.
28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국 완성차 업체인 포드 및 배터리팩 제조사 FBPS와 약 13조500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해지했다. 이는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매출 25조6200억원의 절반에 달하는 금액이다.
포드는 주력 전기차였던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생산 중단과 차세대 전기차 로드맵 백지화를 결정했다. 이에 맞춰 LG에너지솔루션과 맺은 배터리 공급 계약도 해지했다. 독일 프로이덴베르크 그룹을 모기업으로 둔 FBPS도 배터리팩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앞서 포드는 SK온과 합작 관계도 청산했다. SK온과 포드의 미국 배터리 생산 합작 법인인 블루오벌SK의 생산 시설 중 테네시주 공장은 SK온이 맡고, 켄터키주 공장은 포드의 자회사가 맡아 각각 운영하기로 했다. 포드는 중국 CATL로부터 기술 라이선스를 받아 켄터키주 공장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셀을 생산한다는 구상이다. K-배터리 기업의 전기차 파트너에서 ESS 경쟁자로 관계가 180도 달라졌다.
또 다른 대형 완성차 업체인 GM도 최근 3300여명을 감원하고,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 오하이오·테네시 공장도 내년 1월부터 가동을 일시 중단하기로 하는 등 북미 전기차 시장 축소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는 지속해서 악화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2021년 109%로 정점을 찍고 2022년 56.9%, 2023년 33.5%, 2024년 16.6%로 지속 하락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0월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고, 유럽연합이 2035년 내연기관차 금지 정책을 사실상 철회하면서 전기차 시장은 올해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이로 인해 국내 배터리 3사의 공장 평균 가동률은 2023년 70%에서 올해 들어 50%대까지 하락했다.
더 큰 문제는 국내 배터리 3사가 전기차 시장을 낙관하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생산능력(캐파)을 지속 확장할 계획이었던 점이다. 배터리 3사의 북미 생산능력은 현재 연 200GWh(기가와트시)를 살짝 웃도는 수준인데, 이를 2027년까지 400GWh 이상으로 끌어올려 일본 파나소닉, 미국 테슬라 등과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 수요처인 포드, GM, 현대차·기아 등의 전기차 생산량 감축이 현실화한 만큼 내년 투자 계획 변경 및 백지화는 불가피하다.
국내 배터리 3사는 ESS가 전기차의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전체 2차전지 수요 중 ESS의 비중은 20% 내외로 전기차에 비해 많이 작다. 하지만 배터리 3사의 전기차 중심 수요 편중을 완화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보탬이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배터리 3사의 ESS용 배터리 주력 판매 지역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로 인해 전력 수요가 크고, 관세와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로 인해 중국 제품보다 비교우위가 있는 북미 시장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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