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독일의 흔들림이 말해주는 것, AI·생산성·노동 개혁의 시간

 
독일 경제의 침체는 더 이상 일시적 경기 둔화로 설명하기 어렵다. 한때 ‘유럽의 우등생’으로 불리던 독일에서 기업 도산 급증, 제조업 경쟁력 약화, 성장 정체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이는 외부 충격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구조 전환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며 누적된 내부 문제라는 점에서 한국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통계는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2025년 독일의 기업 도산 건수는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파산은 자동차 부품·기계·전기전자 등 전통 제조업에 집중됐다. 에너지 비용 상승과 글로벌 수요 둔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라는 공통 요인 위에 생산성 정체와 구조 개혁 지연이 겹쳤다. 대규모 재정 지출에도 불구하고 회복 신호가 뚜렷하지 않은 이유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생산성 문제다. 독일은 여전히 높은 기술력과 인재를 보유하고 있지만,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 도입에서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자동화와 데이터 기반 경영, AI를 활용한 공정 혁신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으면서 노동 투입 대비 부가가치가 정체됐다. 재정 투입이 성장으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노동시장 역시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경직된 고용 구조와 복잡한 규제는 기업의 전환 속도를 늦췄고, 신산업으로의 인력 이동도 원활하지 않았다. 그 결과 기존 산업은 경쟁력을 잃고, 새로운 성장 동력은 충분히 자리 잡지 못하는 이중 부담이 누적됐다. 

이 지점에서 한국은 독일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한국 역시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의존도가 크며, 인구 고령화와 노동력 감소라는 구조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단기 재정 확대나 특정 산업에 대한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해법의 방향은 분명하다. AI의 전면적 접목을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그에 맞춰 노동시장 구조를 유연하게 개편해야 한다. AI는 일자리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노동의 효율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도구다. 이를 현장에 안착시키려면 직무 재설계와 재교육, 산업 간 인력 이동을 가로막는 제도적 장벽을 함께 낮춰야 한다. 

노동 개혁 역시 ‘비용 절감’의 논리가 아니라 생산성 중심의 구조 개혁으로 접근해야 한다. 연공 중심의 임금 체계, 경직된 근로 형태, 산업 간 이동을 제한하는 규제는 AI 시대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독일이 겪는 어려움은 변화의 속도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할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보여준다. 

독일 경제의 흔들림은 특정 국가의 실패담이 아니다. 기술 전환과 생산성 제고, 노동 구조 개혁을 동시에 추진하지 못할 경우 치러야 할 대가에 대한 경고다. 한국은 아직 선택의 시간이 남아 있다. AI를 성장의 도구로 삼고 생산성과 노동 구조를 함께 개편할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ChatGPT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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