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울시, 공급대책 하루도 못 가 또 '엇박자'…용산·태릉 두고도 충돌

2일 유원제일1차아파트 공사 현장을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하주언 기자
2일 유원제일1차아파트 공사 현장을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하주언 기자]

정부가 용산국제업무지구 등 도심 핵심 입지를 대상으로 한 주택공급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서울시가 "공급대책의 최소 전제조건이 배제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대책이 '공공 주도 방식'에 매몰돼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라는 핵심 과제를 외면했다는 것이 서울시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서울시의 정책 엇박자가 재현되며 전체 주택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29일 국토교통부의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 발표 후 관련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공급 대책이 현장의 여건과 지자체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됐다고 비판했다.
 
앞서 정부는 이날 도심 내 공공 부지 활용(4만3500가구), 신규 공공주택지구 조성(6300가구), 노후청사 복합개발(9900가구) 등으로 약 6만가구를 공급한다는 내용의 '도심 주택공급 확대·신속화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 용산과 태릉, 경기 과천과 성남 등 수도권 주요 입지의 유휴부지 등을 중심으로 신속한 주택 착공에 나서겠다는 것이 골자다. 반면 민간 정비사업 완화를 통한 공급 유도 방안은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
 
서울시의 이번 입장 표명은 공공 주도 공급 대신, 정책 패러다임을 민간 공급 중심으로 돌려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내 주택공급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민간 공급 동력이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 주장이다. 특히 정부의 10.15 대책 이후 강화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과 이주비 대출 규제가 치명타가 됐다는 지적이다.
 
시에 따르면, 올해 이주가 예정된 서울 시내 사업장 43곳 중 39곳이 대출 규제 여파로 이주비 확보에 난항을 겪으며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2029년에 착공 가능한 공공 유휴부지 공급에만 매달리는 것은 당장의 공급 절벽을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시는 그간 정부와 이견을 보였던 역시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공급 비중을 두고서도 갈등을 이어가는 중이다. 정부는 이날 용적률을 최대한 끌어올려 업무지구에 주택 1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서울시는 주거 비율 40% 이내, 8000가구가 국제업무지구로서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기준임을 고수하고 있다. 국토부는 최종 공급 물량은 지구 지정과 사업계획 수립 과정에서 추가 협의를 통해 확정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태릉CC 개발 방안을 두고서도 서울시는 인근 상계·중계동 등 노후 도심의 민간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2만7000가구를 확보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시는 이번 공급 대책 발표를 앞두고 정부에 용산국제업무지구와 태릉CC 부지의 공급 규모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지만, 이번 대책 수립에서 시의 의견은 사실상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서울시의 공급 정책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속도전’이 핵심인 수도권 공급 로드맵 전체가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공급 등의 사업을 시행할 때는 지자체와 주민에 대한 합의와 의견 수렴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며 “그렇지 못할 경우, 사업이 좌초되거나 사업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요건을 선제적으로 구비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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