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케데헌' 아덴 조 "K-콘텐츠, 일시적 유행 아닌 새로운 현재 되길"

넷플릭스 케데헌 루미 역을 연기했던 배우 아덴 조 사진웨이브 나인
넷플릭스 '케데헌' 루미 역을 연기했던 배우 아덴 조 [사진=웨이브 나인]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는 공개와 동시에 하나의 현상처럼 번졌다. K팝이 흐르고, 한국적인 캐릭터와 음식, 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든 이 작품은 단순한 장르 애니메이션을 넘어 글로벌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들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K컬처의 조합은 ‘케데헌’이라는 애칭과 함께 빠르게 확산됐고, 한국 콘텐츠가 소비되는 방식과 감각을 또 한 번 갱신했다. 그 중심에는 할리우드에서 활동해 온 재미교포 배우 아덴 조가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루미 역의 목소리를 맡은 그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살아온 자신의 정체성이 캐릭터와 맞닿아 있었다고 말한다.

"'케데헌'의 인기는 너무 실감하고 있죠. 켈리 클락슨부터 유명한 분들이 '케데헌'을 재밌게 봤다며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고 말해줄 때 놀라워요. 그들과 평범하게 대화할 수 있다니! 신기한 일이죠."

평소 애니메이션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그에게 한국의 정서를 바탕으로 한 '케데헌'의 시나리오는 그 자체로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저는 원래 애니메이션을 정말 사랑해요. 그래서 처음 대본을 받자마자 너무 신나서 어쩔 줄을 몰랐죠. 특히 한국에 대한 스토리를 다룬 애니메이션은 처음이라 '이거 정말 재밌겠다'는 확신이 들었거든요. 사자 보이즈가 처음 등장하거나 소다팝 장면이 나올 때는 정말 '빵' 터졌거든요. 이 재밌는 걸 나만 보고 있다는 게 아까워서 빨리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죠. 애니메이션 팬들이라면 좋아해 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뜨거운 반응이 올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어요. 너무 고맙고 감동적입니다."
넷플릭스 케데헌 루미 역을 연기했던 배우 아덴 조 사진웨이브 나인
넷플릭스 '케데헌' 루미 역을 연기했던 배우 아덴 조 [사진=웨이브 나인]

할리우드라는 거대한 시장 안에서 아시안 배우, 특히 한국계 배우로서 자신의 뿌리를 지켜내며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은 외로운 투쟁에 가까웠다.

"배우가 된 이후로 줄곧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인들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사실 그런 기회가 전혀 없었어요. 커리어를 쌓아오는 과정이 참 힘들었죠. 제 본격적인 커리어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MTV '틴 울프'의 키라 유키무라 역도 원래는 일반적인 캐릭터였어요. 하지만 제가 한국 사람이다 보니 제작진과 상의해 스토리를 수정했고, 아빠를 한국인으로 설정해 '한국계 일본인'으로 캐릭터를 바꿨죠. 저라는 사람과 더 잘 맞게끔요. 작품 속 디테일을 바꾸는 과정도 치열했어요."

넷플릭스 '파트너 트랙'의 경우 중국계 미국인 역이었지만 작가와 감독의 제안으로 한국인 캐릭터로 바뀌게 되었다. 아덴 조는 '잉그리드 윤'이라는 캐릭터에 한국계 미국인의 정체성을 담아냈다.

"원래 딤섬을 먹는 장면이 많았는데 그걸 추석 설정으로 바꾸기도 했죠. 한국 송편, 잔치 음식을 준비하고요. 물론 미국에서 촬영하니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엄마 역을 하는 배우도 한국어를 할 줄 알아서 함께 만들어가는 장면들도 있었어요. 일부러 콩글리시를 쓰기도 하고요. 작가, 감독님은 이해 못 하셨지만 우리끼리는 '이게 실제 우리의 모습이다'라며 설득했어요. 리얼리티를 살리면서, 어떻게든 한국 문화를 작품 안에 담으려고 노력해왔습니다."
 
넷플릭스 케데헌 루미 역을 연기했던 배우 아덴 조 사진웨이브 나인
넷플릭스 '케데헌' 루미 역을 연기했던 배우 아덴 조 [사진=웨이브 나인]

아덴 조에게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은 한때 지독한 고립과 상처의 원인이기도 했다. 아시아인에 대한 이해가 전무했던 시절, 텍사스에서 보낸 유년 시절은 보이지 않는 벽과 싸워야 했던 치열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제가 태어난 텍사스에는 당시 우리 가족밖에 한국인이 없었거든요. 인종차별도 심했고, 선생님 중에도 나쁜 분들이 많았어요. 폭행을 당한 적도 있을 만큼 어릴 때는 참 어려웠죠.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는 게 너무 싫었어요. 당시 미국 미디어에서는 한국에 대해 알려주는 게 거의 없었거든요. 대학에서 한국 친구들을 만났을 때는 제가 한국어를 못 하니 끼워주질 않더라고요. 미국 사람으로도, 한국 사람으로도 속하지 못하는 기분이었어요. 연기를 시작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였어요. 아시아계 미국인을 대표해 미디어에 나가서 우리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그토록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던 한국 문화는 OTT 스트리밍 서비스의 폭발적인 성장과 K-콘텐츠의 성공을 기점으로 미국 사회의 주류 문화로 급부상했다. 아덴 조는 과거의 상처가 무색할 만큼 달라진 작금의 풍경을 보며 묘한 감회에 젖어 있었다.

"스트리밍 덕분에 K-콘텐츠를 접하기가 정말 쉬워졌잖아요. K-팝 스타들이 사랑받고, '기생충'이나 '오징어 게임' 같은 작품들이 대박 나면서 이제 전 세계가 당연하게 한국 문화를 아는 것 같아요. 어릴 때는 미국 친구들이 한국 음식을 먹는 걸 보면 놀리곤 했거든요. 그게 참 힘들었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먼저 '김밥은 어디에서 먹을 수 있냐' '떡볶이는 뭐냐'며 관심 가지는 게 귀엽고 웃겨요. 이런 변화를 볼 때면 정말 세상이 변했다는 게 체감돼요."

작품의 디테일이 곧 진정성으로 직결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였다. 아덴 조는 극 중 '루미'가 뱉는 짧은 한국어 한마디조차 가볍게 넘기지 않았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한국어 발음의 완벽함이었어요. 아무리 한국어를 할 줄 알아도 미국 작품에서 어설프게 발음하면 한국 관객들이 보기에 바로 몰입이 깨지잖아요. '미국 작품 속 한국어는 늘 이상해'라는 편견을 깨고 싶었죠. 특히 한국에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컸거든요. 루미는 스스로를 돌보고 사랑하며 존경할 줄 아는 멋진 캐릭터인데, 그 모습이 한국어 대사에서도 당당하게 묻어나길 바랐어요. 그래서 엄청나게 노력했죠. 영어만큼이나 한국어도 완벽하게 소화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거든요. 진짜 '멋진 루미'를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넷플릭스 케데헌 루미 역을 연기했던 배우 아덴 조 사진웨이브 나인
넷플릭스 '케데헌' 루미 역을 연기했던 배우 아덴 조 [사진=웨이브 나인]

작품을 향한 아덴 조의 진심은 제작진과의 끈끈한 유대감으로 이어졌다. 특히 매기 강 감독은 아덴 조에게 단순한 연출자 이상의 의미였다.

"매기 강 감독님과 크리스 아펠한스 감독님은 정말 환상적인 팀이에요. 특히 매기 감독님은 이 작품을 마치 자신의 아기처럼 소중하게 여기며 세심하게 신경 쓰셨죠. 루미의 목소리도 감독님들의 구체적인 추천과 디렉션, 제 의견이 합쳐져서 비로소 완성될 수 있었어요. 사실 매기 감독님이 워낙 완벽주의자라 작업을 하면서 제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많았거든요. 그래서 감독님이 저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더 최선을 다했어요. 영화를 다 마치고 나서 감독님이 제게 '정말 잘했다'고 말씀해 주셨을 때, 그제야 안도감이 들더라고요."

극 중 '진우' 역의 배우 안효섭과의 호흡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였다. 평소 한국 드라마의 팬임을 자처한 아덴 조와 매기 강 감독은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안효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작품 속에 녹아들 K-드라마 특유의 정서를 구체화해 나갔다.

"매기 감독님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안효섭 배우 이야기를 했어요. 저도 워낙 좋아하는 배우라 둘이서 한국 드라마나 배우들에 대해 한참 수다를 떨었죠. '진우' 역을 누가 맡게 될지 참 궁금했는데, 감독님도 참 귀여운 면이 있으셔서 그런 설레는 포인트들을 잘 잡아내시더라고요. 특히 루미와 진우가 만나는 장면은 전형적인 K-드라마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잖아요. 슬로우 모션이 걸리고 음악이 깔리면서, 처음에는 별로라고 생각했던 상대가 갑자기 잘생겨 보이는 그런 '모먼트'들이요.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추면 덜 부끄러울 텐데 보이스 액팅은 부스에서 혼자 하다 보니 어려운 점이 많았어요. 하하. 효섭 씨는 물론 헌트릭스 멤버들과도 '마마'(시상식)에서 처음 만났어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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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케데헌' 루미 역을 연기했던 배우 아덴 조 [사진=웨이브 나인]

아덴 조의 시선은 단순히 한 작품의 성공에 머물지 않고, 그 뿌리가 되는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 전반으로 향해 있었다. 그는 K-콘텐츠가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전 세계가 당연하게 향유하는 ‘새로운 표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지금의 관심이 일시적인 '트렌드'에 머물지 않길 바라요. 저는 이게 우리의 '새로운 현재'가 되었으면 좋겠거든요. K-팝을 넘어 뷰티, 패션 등 한국 문화 전체를 관통하는 힘은 결국 한국 사람들의 깊은 '정'과 '사랑'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 뜨거운 마음이 담긴 스토리에 전 세계가 공감하는 거죠. BTS 콘서트를 보며 느꼈던 '넥스트 레벨'의 에너지는 아티스트와 팬들이 서로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보여주는 대목이고요. 한국인들만 알고 있던 이 특별함을 이제야 세계가 발견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이 흐름이 앞으로 더 많은 기회의 문을 열어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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