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스타그램 (팔로워수가) 1000만명을 달성했어요. 극중 무희도 인스타그램 1000만명을 달성해 기뻐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그게 참 귀여운 설정이자 소재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내게도 이 작품을 통해 그런 일이 벌어지다니. 자꾸 의미부여를 하게 되더라고요."
무명 배우에서 하루아침에 톱스타가 되는 '차무희'의 서사는 고윤정에게도 완전히 낯선 이야기는 아니었다.
"직업적으로 같은 부분이 있어서 공감되는 지점이 있었어요. 공식 석상이나 대기실 같은 장면들은 제가 늘 해오던 일들이라서 습관 같은 걸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었고요. 다만 무희처럼 갑자기 확 떠오른 상황은 아니니까 불안의 크기는 다르겠죠. 그래도 어느 정도는 공감이 돼요. 저는 항상 '이게 다 내가 이뤄낸 걸까? 운이 너무 좋았던 건 아닐까? 혹시 거품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는 편이거든요. 무희도 그런 자기 객관화를 하는 인물이라고 느꼈어요. 무희만큼은 아니지만 판단 하나로 잘못된 길을 가면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이 많다는 걸 일을 하면서 매년 느끼고 있어서 그런 불안감은 충분히 공감됐어요."
"지금도 긴장 많이 해요. 캐릭터로 말하는 게 아니라 저로서 그 상황을 라이브하게 헤쳐 나가야 하는 거잖아요. 그게 제일 긴장돼요. 제가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 실수하거나 행동을 잘못하면 괜히 민폐가 될 수도 있고요. 걸어가다 치마라도 밟으면 스타일리스트도 난감해지고 그러잖아요. 그런 생각 때문에 긴장감이 더 높은 것 같아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의 인상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초반부에서는 통역사와 여배우의 로맨스로 출발한 이야기였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전혀 다른 얼굴의 캐릭터가 드러나면서 스스로도 이 작품을 '1인 3역'에 가깝게 받아들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4부까지였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도라미가 망상이긴 했지만 현실로 튀어나오지는 않았거든요. 무희가 도라미에게 잠식되기 전까지는 통역사와 여배우의 사랑 이야기라서 신선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제가 로맨스를 메인으로 한 작품은 거의 처음이었거든요. '환혼'이나 '슬기로운 전공의 생활'도 멜로 요소는 있지만 중심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7부 엔딩을 보고 나서는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아, 내 역할이 하나 더 있었구나' 싶었죠. 무희, 도라미 그리고 도라미에게 잠식된 무희까지 다 다르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혼자서 1인 3역이라고 생각했어요. 설렘도 더 컸고요. 개인적으로는 B급 느낌으로 살리고 싶었어요. 절대적인 악이라기보다는 악동 같은 '순수악'에 가깝게요. 의도치 않게 빌런이 되는 존재, 귀엽고 유쾌한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더 반가웠던 것 같아요."
'환혼' 시리즈를 통해 인연을 맺은 홍자매와의 재회, 그리고 차기작인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박혜영 작가의 색깔은 고윤정에게도 분명한 대비로 다가왔다. 그는 두 작가의 대본이 지닌 결을 서로 다른 이미지로 설명하며 배우로서 장면을 만들어가는 방식 역시 달라졌다고 말했다.
"홍자매는 비유를 정말 많이 써요. 육수나 다시마 같은 표현도 그렇고요. 배우 입장에서는 신을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게 해줘요. 버섯을 한 번 던질 수도 있고 그렇게 여러 방향으로 다채롭게 찍을 수 있었어요. 반면에 박혜영 작가님은, 홍자매 작가님이 알록달록한 동산 같다면 회색 시멘트 속에 있는 보석 같은 느낌이에요. 현실은 되게 삭막한데 그 안에 빛나는 캐릭터들이 있는 느낌이랄까. 분위기가 확 달라요. 박혜영 작가님 대본은 제 말이 많지는 않은데 문어체 느낌이 있어서 선호 오빠의 연기도 참고해보고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대사를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유연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 그런 것도 많이 고민했어요."
무희는 밝음과 어둠이 동시에 드러나는 인물이다. 고윤정은 이 캐릭터를 단순히 슬픔을 강조하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더 환하고 씩씩한 얼굴을 앞세워 대비를 키우는 쪽으로 접근했다.
"어둠을 더 어둡게, 슬픔을 더 슬프게 연기하는 것도 좋지만, 무희 같은 캐릭터는 웃고 있어도 슬프게 보일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무희가 더 밝고 해맑게 보일수록 어두운 면이 더 대비돼서 느껴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최대한 그 갭을 크게 가져가려고 했고, 개인적으로는 텐션을 조금 띄운 편이에요. 무희가 해맑고 씩씩하고, 감정 표현은 서툴지만 솔직한 부분이 밝게 느껴져야 밝은 면이 살아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감정의 기복을 조금 더 극대화하려고 했어요."
김선호와의 호흡에 대해서는 작품의 완성도를 함께 만들어간 동료로서의 신뢰부터 꺼냈다. 현장에서의 호흡뿐 아니라 모니터로 확인했을 때도 김선호의 리액션이 장면을 단단하게 받쳐주고 있었다고 했다.
"무희와 호진이는 주로 제가 액팅을 하고, 선호 오빠가 리액션을 담당하는 구조였어요. 로코를 보면 여주인공이 사랑스러워 보이는 건 그를 사랑스럽게 바라봐주는 남주 표정 덕분인 경우가 많잖아요. 현장에서도 잘해주셨지만 모니터로 보니까 정말 더 잘해주시더라고요. 제가 할 게 많았지만 오빠가 없었으면 이 작품이 완성되지 못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빠가 지지해줬다고들 하는데, 그만큼 저도 많이 의지했고 보고 배우면서 한 신 한 신 만들어갔던 것 같아요."
실제 연애 스타일에 대한 질문에는 비교적 담담한 자기 분석부터 꺼냈다. 불안형과 안정형으로 나눈다면 자신은 안정형에 더 가깝다고 말문을 열었다.
"불안형, 안정형으로 나눈다면 저는 안정형에 가까운 것 같아요. 주호진은 애교가 조금 없어서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다정한 사람이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불안을 어떻게 다루는지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는 편이라, 그 불안을 잠시라도 끊어내는 자신만의 방식이 생겼다고 했다.
"불안하면 보통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사서 걱정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일시적으로 즉각적으로 잠을 좀 자려고 해요. 늘 보긴 하지만 쇼츠 같은 호흡 빠른 영상들 보면서 많은 정보가 빨리 들어오게 해서 환기시키는 것도 도움이 되고요. 내일 당장 찍을 신이 중요한데 생각한 대로 못 하면 어떡하지, 이런 단발성 불안은 있어요. 그래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은 미리 걱정하지 말자고 생각하게 됐어요. 미리 걱정해도 안 일어날 일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할 필요는 없겠구나 싶더라고요. 책임감이 좀 더 커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2026년에 대한 계획을 묻자 거창한 목표보다는 '변화'와 '도전'이라는 단어를 먼저 꺼냈다. 이번 작품에서 도라미까지 연기하며 스스로에게도 작은 변화를 느꼈다고 했다.
"사실 저는 좀 안일한 편이에요. 그런데 도라미 역할까지 해보면서, 도전하고 변화하고 모험하는 게 저를 긍정적으로 바꿔준 것 같아요. 안 해본 것들 많이 해보고, 늘 그래왔듯이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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