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시사평론가]
지난 12일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오찬 회동이 전격 취소됐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약속 한 시간을 앞두고 판을 깼기 때문이다. 법사위 갈등이 배경으로 보이지만 변명은 궁색하고 행태는 설득력이 약하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함께 만나는 자리가 이런 식으로 깨지는 건 처음 보는 장면이다. 애초 만나자고 하지 말든지, 아니면 청와대 요청을 거부했으면 될 일이다. 이 또한 우리 정치의 수준이라는 점에서 부끄러운 일이다. 장 대표가 많이 흔들리고 있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당 대표로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얘기다. 주변에 휘둘리는 것도 정도가 있다. 장 대표 뒤에 누가 있는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안타깝다는 말도 적절치 않다. 자멸하고 있다는 말이 더 적절하다.
설 연휴가 끝나면 ‘6.3 지방선거’ 체제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우울하다. 대구와 경북 등 영남권을 제외하면 승산이 있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구시장 선거도 알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갤럽이 이달 초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가 현실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2월 3일부터 5일까지 조사). 정당 지지도만 놓고 보면 더불어민주당(41%)이 국민의힘(25%)을 압도하고 있다. 물론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절반을 훌쩍 넘고 있다(58%). 국민의힘이 이대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뜻이다. 여론조사 결과보다 더 아픈 것은 지지율을 반등시킬 수단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정책 대결은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수준이다. 인물 대결도 그저 그렇다. ‘프레임 전략’은 이미 ‘윤 어게인 세력’에 발목이 잡혀 있다. 그러니 선거 때 바람은커녕 역풍이 불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장동혁 대표 체제를 위협하는 ‘친한계’ 인사들을 몰아내고 있는 중이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미 제명되었으며 그의 핵심 측근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제명이다. 이에 반대하는 성명을 주도한 배현진 의원도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은 참으로 의아하다. 합리적 보수 세력을 끌어안을 수 있으며 중도 외연 확장까지 상징할 수 있는 인물들을 영입해도 모자랄 판국에 외려 쫓아내는 그 심사를 도무지 알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물론 이젠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차기 총선 공천권이 있는 당권만큼은 어떻게든 뺏기지 않겠다는 그 집요한 셈법 말이다. 한마디로 ‘닥치고 당권’에 전전긍긍하는 그 행태가 이젠 더 노골적이다.
신당 창당은 그 타이밍도 중요하다. 범보수 진영의 분화가 점점 가시화되더라도 새로운 보수 세력이 지금 당장 ‘신당 창당’으로 결집하기엔 역부족이다. 우선 시간이 많지 않을뿐더러 인적 자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물론 정치자금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아니기에 절박함도 떨어진다. 따라서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신당을 창당하기엔 이번 지방선거가 그 승부처로서는 약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신당을 창당한들 지방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어차피 수도권은 민주당 독주를 막기 어렵다. 자칫하면 야권표만 나눠 먹는 수준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신당의 타이밍을 좀 더 미루는 것이 옳다. 2028년 4월 12일이 제23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총선 이전인 내년 말이나 2027년 새해 초가 적절하다. 대략 2년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 분열을 획책하는 담론이 아니다. 이 땅의 보수 세력이 어쩌다 극우 세력에 휘둘려서 다가오는 지방선거마저 포기하고, 지방선거 참패 후에도 인적 혁신이 어렵다면 그건 진정한 보수가 아니다. 극우의 숙주이거나 기회주의 세력과 다름없다. 그게 아니라면 극우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합리적이고 건강한’ 보수 세력 중심의 신당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타이밍도 차기 총선 직전이라면 적절하다. 그즈음 국민의힘은 극우 정당으로 내몰려서 수도권에서는 경쟁력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재명 정부도 레임덕에 걸려서 민주당 분위기는 지금과 같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수도권을 기반으로 하는 ‘보수 신당’의 출현은 적잖은 관심을 모을 수 있다는 얘기다. 명분도, 인물도, 타이밍도 나쁘지 않다.
야당이 건강해야 여당도 건강한 법이다. 견제하는 힘이 약하면 휘두르는 힘은 무소불위가 되기 마련이다. 민주당 독주도 나쁘지만 국민의힘의 무기력은 절망이다. 장동혁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최대 분수령이다. 혹여 선전이라도 한다면 그 기세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참패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버티려 하겠지만 뜻대로 버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래도 버틴다면 ‘수도권 보수 신당’의 가능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아직은 하나의 그림에 불과하다. 굳이 설 명절을 앞두고 ‘보수의 재편’을 언급하는 이유는 설 밥상머리에서도 보수층의 관심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미 ‘헤어질 결심’을 하는 당 안팎의 기류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보수의 재건이냐, 극우의 재림이냐의 혈투다. 국민의힘이 점점 회복 불능의 벼랑 끝으로 가고 있다.
필자 주요 이력
△시사평론가(현) △인하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전) △혁신과미래연구원 원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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