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 발등에 불] 日 대미투자 1호에 다급해진 韓…투자 논의 속도 내나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기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이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를 확정한 가운데 한국 정부도 본격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투자특별법 논의 지연을 문제 삼으며 관세 재인상을 시사한 상황에서 투자 프로젝트를 구체화해 관세 인상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일본이 첫 프로젝트로 에너지·자원 분야 투자를 공식화한 만큼 한국 역시 유사한 분야에서 협력 카드를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韓 실무협상단 출국…특별법 통과 전 투자처 논의 속도

19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박정성 산업통상부 통상차관보를 단장으로 한 실무 협상단은 전날 미국으로 출국했다. 일본이 1차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확정한 데 따른 대응 차원으로 해석된다. 실무단은 미국 상무부 관계자들과 만나 대미 투자 후보 사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일본은 미국에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뒤 상호관세율 25%를 15%로 낮춘 바 있다. 이후 미·일 양국은 최근 360억 달러 규모의 1차 프로젝트 3개 분야를 확정했다. 오하이오주 화력발전소 사업이 330억 달러로 가장 규모가 크고 텍사스주 석유 수출 시설(20억 달러), 조지아주 인공 다이아몬드 제조 설비(6억 달러) 투자도 포함됐다.

한·미 양국도 관세 인하를 전제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에 나서기로 합의한 상태다. 이 가운데 1500억 달러는 ‘마스가(MASGA)’로 불리는 조선업 투자에 활용된다. 미국 역시 최근 ‘미국의 해양 행동계획’을 통해 한국과 조선 협력에 나설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나머지 2000억 달러는 연간 최대 200억 달러씩 분할 투자될 예정이다. 양국이 지난해 발표한 공동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에는 에너지, 반도체, 의약품, 핵심광물,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등이 전략적 투자 분야로 명시돼 있다.

다만 구체적인 사업 확정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국회가 한·미 무역 합의 이행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며 관세 재인상을 시사한 것도 이러한 지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미국이 아직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은 만큼 당장의 관세 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관세 장벽이 다시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투자 프로젝트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번 실무단 방미 역시 이를 위한 사전 조율 성격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설 연휴 직전인 지난 13일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 이행위원회’를 열고 대미 투자 후보 사업에 대한 사전 검토에 착수했다. 정부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는 즉시 프로젝트를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에너지 분야 협력 관측…속도 낼지는 미지수

일본이 에너지 인프라를 중심으로 1호 프로젝트를 확정한 만큼 한국도 발전·에너지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본이 화력발전소 사업에 투자하기로 한 가운데 한국은 원전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약 100GW(기가와트) 수준인 미국 원전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400GW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 착공을 추진하고 있으나 원전 건설 역량 측면에서는 한국이 비교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원전 건설과 기자재 공급 등에서 강점을 가진 한국과 미국 간 협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원전뿐 아니라 LNG 발전소,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협력 수요가 존재한다는 평가다.

다만 이번 실무단 파견이 곧바로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국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는 미국 대통령이 상무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투자위원회에서 추천을 받아 최종 결정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한국 산업부 장관이 위원장인 협의위원회와 조율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 측은 사업의 상업적 타당성을 전제로 협상에 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간 정책 조율이 필수적인 만큼 단기간에 구체적인 결론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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