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노 칼럼] 부동산 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간 일관성(time consistency)

이학노 동국대 명예교수국제통상학
[이학노 동국대 명예교수(국제통상학)]

부동산 정책의 시간 일관성(time consistency)
 
“지금 집을 팔아야(사야) 하나? 지금이 아니면 언제 파는(사는) 게 좋은가?”라는 지인들의 질문에 필자가 우물쭈물하면 “에이, 경제학 공부했다면서 그것도 몰라?”하는 무안한 핀잔이 돌아오기 일쑤이다. 그러나 변명거리는 있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지만 부동산을 연구하는 경제학과를 두고 있는 대학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동산이 경제학의 연구 대상에서 사라진 이유에 대해 설득력 있는 주장이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Henry George)는 토지소유자가 지가상승으로 얻는 지대(렌트)를 불로소득이라고 규정하고 이 불로소득에 대해 토지세(단일토지세, land-vlaue tax)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위협을 느낀 지주들이 헨리 조지를 배척하기 위하여 토지(Land)를 자본(Capital)에 포함시켜 버림으로써 아예 토지를 경제학의 연구 대상에서 제외하였다고 한다. 핑계지만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토지나 주택 등에 대한 지식이 충분치 않은 연유이다. 정부가 토지나 주택정책을 수립하면 부동산중개업 하시는 분들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정책 실패를 예단하면서 정부를 비난하는 것을 종종 듣게 된다. 이처럼 부동산 정책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분야이다.
 
경제학의 기본 원리는 수요, 공급과 균형이고 일반적으로는 수급에 의해서 균형가격이 결정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들도 있다. 한정된 공급이나 투기 수요가 가격을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17세기 네덜란드는 금융 중심지가 되면서 돈이 몰렸고 암스테르담 사람들은 투자처를 찾기에 혈안이 되었다. 단돈 몇 푼에 거래되던 튤립의 가격이 집 몇 채 가격까지 폭등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주택에도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작동하지만 부동산 필패 신념 같은 특성이 존재해 온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경제 성장 시대에 인구는 늘어나고 물가는 상승하는데 토지와 주택은 인플레이션을 헤징하는 대표적인 실물투자의 대상으로 인식되어 왔다. 토지와 주택은 장기적으로 가격이 상승하여 왔고 유동성이 풍부해지면 가격 상승은 더욱 현저하다.
 
토지와 주택 가격의 상승은 규제 논의로 이어진다. 토지세를 주장한 헨리 조지는 주택은 개량비가 들어가므로 주택으로부터 나오는 파생소득은 건물주에게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했지만 헨리 조지의 토지세 주장을 주택에까지 확장하여 주택 임대소득도 무겁게 과세하여 주택 임대이익을 거의 제로(영)로 만들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하는 사람도 일부 있다. 주택 건축을 위해 지불한 돈의 기회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주택에서 나오는 소득은 불로소득이고 나쁜 것이라는 주장이다. 주택을 여러 채 소유한 사람이 주택 임대로부터 얻는 소득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다주택 소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으로도 확장된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통해 검색하면 주택 보유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나라는 북한과 중국 정도이고 러시아도 다주택을 허용하고 있다. 시장경제 국가에서는 주택 소유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보다는 임대소득, 양도소득 과세 등 간접적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과세의 정도도 나라마다 천차만별이다. 국토 면적이 한국의 경상도보다도 작은 규제공화국 싱가포르는 취득세율을 30% 물리는 등 가장 강력하게 주택소유를 제한하는 대표적인 나라이고 영국이나 캐나다 등 여러 나라들이 주택에 대한 과세를 하고 있지만 제각각이어서 일률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
 
주택 정책의 변경은 시장에서 오랜 세월 형성되어 온 현상과 관행을 바꾸는 일로 쉽지 않다. 균형을 깸으로써 비효율과 사회적 혼란을 낳을 우려도 있다. 정책의 시간 일관성도 문제된다. 저축 장려를 위해 자본세를 인하하겠다던 정부가 저축이 많아지면 생각이 바뀌어 세금을 걷으려 들게 된다. 이와 같이 정책이 바뀌면 사람들은 양치기 소년 같은 정부의 말을 믿지 않게 되고 나중에는 저축이 필요해도 저축을 하지 않게 된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키들랜드와 프레스콧(Kydland and Prescott) 교수들이 지적한 정책의 시간 일관성(time consistency) 결여 문제이다. 우리나라 역대 정부마다 사이클에 따라 주택정책에 대한 강온 전략을 되풀이하여 왔다. 어떤 정부에서는 용인되던 정책이 정부 교체 후에 바뀌어 시장은 혼란에 빠진다. 국토교통부가 작년 11월에 발표한 2024년도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주거 점유형태는 자가 58.4%, 임차 38.0%, 무상 3.6%로 나타났다. 주택 소유를 제한하고 임대차를 규제하면 40%에 달하는 임대차 시장이 크게 동요할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이 정부의 정책 변화를 예상하면 바람직한 저축이 되지 않는 것처럼 주택 소유가 제한되면 임대차 거래가 사라져 경제가 비효율적인 균형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프레스콧과 키들랜드 교수는 정부가 재량보다는 준칙(Rules rather than discretion)을 따를 것을 제안한다. 정책을 자주 바꾸지 말자는 의미이다.
 
우리나라 인구는 점차 감소하고 추세이다. 따라서 이 추세가 지속되면 주택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수요가 증가할 요인도 있다. 첫째, 핵가족 등 독립된 세대수가 많아지고 주택 수요에 참여하면 주택 수요는 증가(+)할 것이다. 둘째, 단독 가옥에 여러 세대가 공동 거주하다가 재개발 등이 추진되면 아파트 세대의 추가 공급(+)이 필요하다. 셋째,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인구가 이동하면 수도권의 주택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통계청 등의 통계를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의 아파트 수요는 매년 2% 내외의 증가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공급은 수요보다 변동이 더 크다. 신도시나 수도권 아파트 신축 등에 대한 정부 정책이 자주 바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국민계정을 보면 우리나라의 주거용 건물 건설에 대한 지출은 국민소득(GDP)의 2%를 중심으로 상하로 움직인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는 1.96%(2001년)~2.31(2004년)으로 비교적 높은 건설 실적을 보였고 2007년부터 2012년까지는 1.09(2011년)~1.73(2008년)으로 낮은 수준을 기록하였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는 1.29(2013년)~1.94(2016년)으로 점차 증가한 반면 2017~2021년간에는 2.13(2017년)으로 다소 높게 출발하였다가 1.63(2021년)으로 점차 낮아졌다. 2022년 이후 2024년까지는 1.63(2022년)~1.40(2024년)으로 낮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주택공급 정책이 변동하는 만큼이나 주택 소유나 거래에 대한 규제 정책도 자주 바뀌고 있다.
 
현 정부도 주택 정책을 시리즈로 발표하고 있다. 부동산 대출 규제에 대한 6·27 수요억제정책, 중장기 공급에 대한 9·7 대책, 추가 규제 및 관리 강화를 담은 10·15 안정화 대책, 그리고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예고한 5.9 대책 등이 바로 그것이다. 단기로는 수요억제, 중기로는 공급대책, 그리고 과도기적으로는 양도세 압박을 통한 주택 매물 압박 등 논리적으로 정교한 정책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동안 정부의 빈번한 정책 뒤집기에 익숙한 국민들이 가지는 정부 정책의 시간 일관성에 대한 의구심의 시험대로 올라 있다는 점이다.
 
주택 정책의 변경은 사회정치적 필요성 때문에 추진되겠지만 그 동안 잦았던 정책 변경은 사람들의 내성을 키워 왔다. 우리는 정부 정책이 사람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바람직한 결과를 낳지 못한다는 교훈을 알고 있다.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택에 대한 논쟁이 건강한 사회적 토론을 거쳐 좋은 정책이라는 열매를 맺기를 소망한다. 정권이 바뀌고 세대를 넘어서도 살아남을 좋은 주택정책으로 자리매김한다면 그 논쟁은 생산적인 것으로 바람직하다. 그러한 선거가 몇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잠깐 나왔다 사라지는 잠시만의 소동으로 그친다면 역시 부동산은 경제학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의 영역이라는 세간의 믿음을 확인시키는 씁쓸한 결과를 낳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학노 필진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경제학 박사 △통상교섭민간자문위원회 위원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