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상승과 대규모 충당금 부담이 겹치며 은행권 실적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부실채권을 털어내도 새로 쌓이는 연체가 더 빠르게 늘어나면서 은행들의 건전성 관리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의 지난해 NPL 매각 규모는 8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은행들은 통상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채권을 부실채권(NPL)으로 분류하고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면 자산유동화전문회사에 매각해 연체율을 관리한다. 하지만 NPL을 적극 정리하고 있음에도 연체율은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 채권을 정리하는데도 새로 발생하는 연체채권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연체 상승 추세가 지속되는 것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 연체율은 0.50%를 기록했다. 2015년 말(0.5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0.59%로 전년 대비 0.09%포인트 높아졌다.
올해 은행권이 생산적 금융 기조에 따라 기업대출을 확대하면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전성 관리를 위한 NPL 매각 규모도 함께 증가할 수 있다. 올 상반기 NPL은 4조원으로 예상되며 연간으로는 지난해 규모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NPL 규모가 늘어나면 당기순이익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부실채권 매각 시 장부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각하면 차익만큼 손실이 발생한다. 올해를 기점으로 기업대출을 본격화하면 수년 뒤 NPL 확대에 따른 순이익 손실 후폭풍이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장 NPL 규모가 커지진 않겠지만 경기 침체 장기화 등 영향으로 수년 후부턴 점점 늘어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당기순이익이 감소하면 밸류업, 사업전략 등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LS 과징금,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등 순이익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점도 업계에 부담이다. 25일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ELS 판매은행 5곳에 대한 과징금이 약 1조4000억원 수준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ELS 과징금 대비 충당금을 2633억원 반영했으나 충당금을 5000억원 이상 더 쌓아야 한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충당금을 각각 1527억원, 920억원 쌓았다. 이 충당금은 영업외비용으로 반영돼 당기순이익을 끌어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 하반기부터 대출금리 산정 시 지급준비금·예금자보험료·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등 법정비용을 가산금리에 반영할 수 없게 되면서 이익 감소 압력도 커질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주택자 대출연장 금지 등 각종 부동산 규제가 추가되면 차주 이탈이 이어지며 먹거리를 잃을 수 있다"며 "기업 분석 시스템, 장기 연체율 관리 등 능력이 생존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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