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 조별리그 C조에 속한 한국은 일본 도쿄돔에서 총 네 경기를 치른다. 오는 5일 체코전을 시작으로 7일 일본, 8일 대만, 9일 호주와 차례로 격돌한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8강행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선 조 2위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 한다.
대표팀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인한 전력 누수다. 마운드에서 선발투수 임무를 맡아줄 것으로 기대했던 문동주(한화 이글스)와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이 낙마했고, 마무리로 낙점됐던 한국계 빅리거 라일리 오브라이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마저 종아리 부상으로 합류가 불발됐다. 야수진 역시 주전 라인업에 들어갈 수 있는 핵심 자원인 김하성(애틀랜타 브레이브스)과 송성문(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빠졌다.
전문가들은 현재 대표팀의 전력을 80~85% 수준으로 진단했다. 송재우 티빙 해설위원은 지난달 27일 본지와 통화에서 "부상으로 낙마한 선수들이 대부분 대표팀의 핵심이다. 특히 투수 세 명이 빠진 게 너무 크게 느껴진다"며 "WBC는 최상의 전력으로 나가야만 가능성이 있는 대회다. 100% 전력으로 나서지 못하게 되면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류현진(한화)의 리더십은 마운드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민 위원은 "큰 경기, 중요한 상황에서는 류현진이 책임져 줄 것"이라면서 "노련한 두뇌 싸움 등 투수로서의 가치도 충분하지만, 마운드 밖에서도 선수들이 의지하며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존스와 위트컴은 대표팀 화력에 힘을 보태줄 선수들이다. 민 위원은 "두 선수 모두 오른손 거포다. 두 선수의 합류로 왼손 투수들을 상대로 강하게 부딪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송 위원은 "위트컴은 강력한 힘을 가진 선수다. 대표팀이 한 방이 필요할 때 기용돼 영향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닝은 선발과 중간 계투를 오가는 전천후 활약이 예상된다. 송 위원은 "더닝의 활약에 주목해야 한다. 대표팀의 '조커 카드'"라면서 "경험이 많은 선수다. 특히 주무기인 싱커의 낙폭이 커서 병살타나 땅볼 유도가 필요할 때 활약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8강에 오르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은 대만이다. 조별리그에서 상대적으로 약체인 체코와 호주를 반드시 잡는다는 전제하에 대만전이 8강 진출을 판가름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 대만과의 역대 WBC 맞대결 전적에서 4승 무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양상은 사뭇 다르다. 가장 최근 맞대결이었던 지난 2024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조별리그에서도 대만에 뼈아픈 패배를 당하며 일격을 맞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대만의 전력을 경계했다. 송 위원은 "이번 대만은 역대 최강 전력"이라면서 "과거엔 한국이 1.5군으로도 상대할 수 있는 전력이었지만, 지금 대만은 150㎞ 중후반을 던지는 투수만 5~6명이 포진해 있는 팀이 됐다. 그만큼 선수 운영 폭에 여유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민 위원 역시 "'대만은 수비가 흔들리는 팀'이라는 건 다 옛말이다. 이제 실력으로 우리와 대등하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가장 큰 변수는 험난한 일정이다. 대표팀은 7일 오후 7시에 운명의 한·일전을 치른 뒤 하루도 쉬지 못한 채 8일 낮 12시에 곧바로 대만과 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대만전에서 모든 걸 쏟아내기 위해선 1차전 체코전 초반부터 다득점을 뽑아내 필승조 등 투수진의 소모를 최소화한 뒤 2차전 일본전, 3차전 대만전 상황을 봐야 한다.
송 위원은 "체코를 초반에 박살 내고 기세를 올려야 한다"며 "투수를 아끼고 선수들의 자신감이 올라간 상태에서 일본과 대만을 상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대 WBC 맞대결에서 한국과 일본은 4승 5패로 팽팽한 접전을 벌여왔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앞두고 양 팀의 객관적인 전력 차이는 크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최근 한국과 일본의 야구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냉정한 평가도 나온다.
민 위원은 "선수들의 이름값이나 전체적인 타선, 투수진의 짜임새를 객관적으로 보면 분명 한국이 밀린다"고 짚었다. 송 위원 역시 "전력은 우리가 확실히 떨어지기 때문에 결국 실력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 단기전 특유의 팽팽한 흐름 속에서 분위기를 단숨에 바꿔줄 '해결사'가 등장해야 대등하게 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객관적인 열세 속에서도 한·일전 무대에서 발휘될 선수들의 '투혼'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단기전이자 숙명의 라이벌전인 만큼 전력 차이를 뛰어넘는 강인한 정신력 등 외적인 요소가 승패를 가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민 위원은 "한·일전은 객관적인 전력 외의 변수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꽤 많이 나온다"며 "단일팀으로 강하게 맞붙었을 때 우리가 일본을 꼭 잡지 말라는 법은 없다. 우리 선수들도 단단히 정신 무장을 한 상태"라고 말했다. 송 위원 또한 "정신력 등 정말 실력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 해결사가 등장해 대등하게 경기를 끌고 가다가 막판에 승리를 낚아채는 것이 우리가 그릴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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