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지도자가 되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은 결국 죽음을 맞는다”고 경고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사망 이후 후계 구도가 논의되는 와중에 나온 발언이다. 그는 또 이란의 미사일과 발사대가 빠르게 제거되고 있다며 미국 “군사력의 장대한 과시”라고 자평했다. 전쟁의 진척을 홍보하려는 수사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동맹과 국제사회가 받아들이기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언사다. ‘지도부 제거’를 공공연히 예고하는 발언은 전쟁을 단기 작전이 아니라 정권교체를 겨냥한 장기 충돌로 변질시킬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번 군사작전의 명분으로 이란의 핵·미사일 위협, 역내 안보 위협, 그리고 억압 통치로부터의 이란 국민의 자유와 해방을 내세웠다. 하지만 정작 전쟁의 한복판에 놓인 이란 시민들은 더 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공습과 보복 공격 속에서 민간인 피해는 늘고 경제는 급속히 마비되고 있다. 정치적 자유를 외치는 목소리 역시 전시 체제 속에서는 오히려 더 강하게 억압될 가능성이 크다.
명분은 목표의 경계가 분명할 때에만 정당성을 얻는다. 핵 확산을 막고 미사일 능력을 저지한다는 목적이라면 전쟁은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 반대로 지도부 ‘참수’와 후계자 제거를 시사하는 발언이 이어진다면 전쟁의 목표는 ‘능력 제거’에서 ‘체제 붕괴’로 미끄러진다. 목표가 바뀌는 순간 전쟁은 더 이상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출구전략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란의 핵·미사일은 분명 중대한 안보 이슈다. 그러나 이번 충돌은 에너지 수송로와 국제 해운·보험 체계, 그리고 아시아의 원유 조달 축을 동시에 흔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과 중동 항로의 불안이 길어질수록 그 비용은 세계경제,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 누적된다. 전쟁의 목적이 ‘핵 억제’라는 단일 목표에 머물지 않고 지정학적·경제적 계산과 결합되는 순간 전쟁은 더욱 복잡해진다. 무엇을 얻기 위한 전쟁인지가 흐려지고 그때부터는 ‘목적 달성’의 기준 역시 모호해진다.
미국 내부의 민주적 통제 역시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권한을 제한하려는 결의안이 미 상원에서 부결되면서 단기간에 정치적 브레이크가 작동할 가능성은 낮아졌다. 추가 예산과 군수물자 투입 논의가 뒤따를수록 동맹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으로 이미 탄약과 방공 자산이 빠듯한 상황이다. 중동에서의 작전 확대는 나토 주변국의 군수 부담을 동시에 늘리고, 그 부담은 다시 역내·역외 동맹국들에게 연쇄적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주변 강대국들의 움직임도 냉정히 봐야 한다. 중국은 아직 즉각적 개입보다는 관망과 관리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러시아 역시 미국의 공격을 비판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추가 행동 여력은 제한적이다. 오히려 이런 틈은 북한 같은 변수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북한이 신형 구축함 전력과 전략순항미사일 능력을 과시한 것은 결코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국제 분쟁의 초점이 중동으로 쏠릴 때 한반도 긴장을 흔들어 협상력을 높이려는 유인은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 전쟁의 당사자가 아니지만 경제와 안보에서 결코 비켜서 있을 수 없는 나라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큰 만큼 유가·물류·보험료 급등은 곧바로 물가와 무역수지, 기업의 비용 구조를 압박한다. 안보 측면에서도 확전은 주한미군과 역내 기지의 위험도를 높이고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자극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이 견지해야 할 원칙은 분명하다.
우선 전쟁 목표는 제한돼야 한다. 핵·미사일 능력 제거와 정권교체는 분명히 다른 문제다. 확전 방지는 외교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항행 안전과 민간 선박 보호 등 국제 공조는 강화하되 군사적 연루는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한반도 대비태세는 강화하되 불필요한 긴장 고조는 피해야 한다. 동맹 억제력을 유지하면서도 위기 국면이 ‘도발의 창’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정교한 관리가 필요하다.
전쟁은 시작보다 끝이 어렵다. 특히 ‘지도자를 제거하면 끝난다’는 착시는 위험하다. 권력 공백은 더 강경한 후계 구도를 낳을 수 있고, 내부 혼란은 주변국과 동맹국을 끌어들이며 세계경제에는 장기적인 비용으로 남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전쟁의 승리를 선언하는 선전이 아니라 전쟁의 원칙과 출구전략을 흐리는 신호가 되지 않도록 미국은 메시지를 절제해야 한다. 강대국의 언어가 거칠어질수록 전쟁의 결말은 더 비싸진다. 그 대가는 언제나 전장 밖의 시민과 경제, 그리고 동맹이 치르게 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