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공소 취소 요구·대법원장 압박…법조계 "삼권 분립 위협"

  • "형사 소송 절차상 檢·法의 판단 영역"

  • "사법 제도 개편 신중한 검토 거쳐야"

지난달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 기소 사건과 관련해 공소 취소를 요구하고 대법원장 퇴진까지 촉구하자 법조계에서 삼권 분립 훼손과 사법 독립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정치권이 특정 사건에 대해 공소 취소를 요구하는 것은 형사 사법 체계에서 전례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등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두고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부당했다며 공소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추진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여당 의원 100여 명이 공소 취소 요구에 동참하는 모임을 꾸린 것으로도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공소 취소 요구 자체가 형사 사법 절차와 맞지 않는다는 견해가 나온다. 형사합의 재판을 담당했던 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수사를 거쳐 유죄 입증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기소한 사건을 뒤늦게 공소 취소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며 "정치적 압력 때문에 공소 취소가 이뤄지는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형사소송법상 공소 취소는 검사가 법원에 신청할 수 있으며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야 효력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는 증거 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있거나 공소 유지가 어려울 때 등에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이런 구조 때문에 정치권 요구만으로 공소 취소가 이뤄지는 것은 형사 사법 체계상 쉽게 상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 측 설명이다.

헌법학계에서는 이번 논란이 사법부 독립과 삼권 분립 원칙과도 연결된 문제라고 보고 있다. 헌법 전문가인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기소·재판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보장돼야 공정한 형사 사법 절차가 가능하다"며 "정치권이 특정 사건에 대해 공소 취소를 요구하는 것은 형사 사법 체계 독립성과 평등 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인사는 "국회가 정치적 주장으로 문제 제기를 할 수는 있지만 공소 취소 여부는 형사 소송 절차상 검찰과 법원이 판단하는 영역"이라며 "국회 요구만으로 공소 취소가 이뤄지는 구조는 아니다"고 언급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해 즉각적인 퇴진을 촉구한 것 역시 법조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입법부가 사법부 수장을 직접 압박하는 모습은 삼권 분립 원칙에 비춰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번 갈등의 배경에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사법 개혁 3법'도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법왜곡죄 신설과 재판소원제 도입은 공포 즉시 시행됐고 대법관 증원법은 공포 후 2년 유예기간을 거쳐 2028년부터 매년 4명씩 대법관을 단계적으로 늘리는 방식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법조계에서는 사법 제도 개편 자체는 논의될 수 있지만 충분한 의견 수렴과 제도적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사법제도 개편은 신중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며 "정치적 상황에 따라 제도가 급격히 바뀌면 법적 안정성과 삼권 분립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은 오는 12~13일 법원행정처장과 각급 법원장 등이 참석하는 전국 법원장 간담회를 열고 사법 제도 개편에 따른 후속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법왜곡죄 시행에 따른 형사 재판 법관 지원 방안 등도 주요 논의 대상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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