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갈등이 만든 결집, 수도권 판을 다시 짜는 오세훈 카드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정치는 종종 위기 속에서 방향을 찾는다. 겉으로는 갈등처럼 보였던 사건이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계기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치권에서 흔히 말하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바로 그런 순간을 가리킨다. 갈등이 끝없이 확산되면 조직은 분열되지만, 적절한 시점에 갈등이 정리되면 오히려 더 강한 결집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최근 국민의힘에서 벌어진 흐름 역시 그런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때 긴장과 충돌의 가능성을 내포했던 상황이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새로운 정치적 정렬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있다.
 서울은 대한민국 정치의 심장이다. 특히 수도권 선거는 전국 정치의 흐름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다. 역대 선거를 돌아보면 수도권에서 승리한 세력이 결국 전국 정치의 주도권을 가져갔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오래전부터 "수도권이 흔들리면 정치 판이 흔들린다"는 말이 반복돼 왔다.
 지금 수도권 정치 지형은 결코 평탄하지 않다. 어느 한쪽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에 가까운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정당이 승리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내부 경쟁이 아니라 결집이다. 갈등이 길어지면 조직의 에너지는 내부에서 소모될 뿐이다. 반대로 갈등이 정리되고 하나의 중심으로 힘이 모이면 정치의 판세는 빠르게 달라질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국민의힘이 직면한 선택이 중요해진다.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때로는 자존심보다 현실을 선택해야 한다. 정치사는 이러한 결단의 순간으로 가득하다. 내부 경쟁을 끝없이 끌다가 스스로 힘을 약화시키는 정당도 있었지만, 반대로 한 인물을 중심으로 빠르게 결집하면서 판세를 바꾸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지금 국민의힘이 바라보고 있는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도권 선거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징성과 경험을 동시에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정치인은 많지 않다. 바로 그 점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존재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현직 서울시장이라는 위치는 단순한 직책 이상의 정치적 상징성을 지닌다. 서울시는 대한민국 인구의 핵심이자 경제와 문화의 중심이다. 이 도시를 운영하는 행정 경험은 그 자체로 정치적 자산이다. 여기에 정책 성과와 전국적 인지도까지 더해지면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
 오세훈 시장은 이미 여러 차례 서울시 행정을 통해 도시 정책의 방향을 제시해 왔다. 도시 경쟁력 강화, 문화와 관광을 통한 도시 브랜드 확대, 그리고 미래 산업 기반을 위한 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울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이러한 경험은 수도권 정치에서 매우 중요한 자산으로 작용한다.
 정치는 결국 사람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수도권 선거는 특히 인물의 상징성과 신뢰도가 크게 작용하는 곳이다. 조직과 이념도 중요하지만, 유권자들이 마지막 순간에 선택하는 기준은 결국 '누가 더 책임 있는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가깝다.   이런 점에서 오세훈이라는 이름은 국민의힘에게 하나의 전략적 자산이다. 수도권에서 경쟁력을 갖춘 몇 안 되는 정치인 가운데 한 사람이며, 동시에 당내 결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상징적 인물이기도 하다. 갈등의 국면이 지나가고 결집의 흐름이 형성된다면, 그 중심에 오세훈 카드가 놓이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전화위복의 정치가 의미를 갖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과정에는 반드시 책임을 감당하는 인물이 존재한다. 갈등이 스스로 사라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누군가는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상황을 정리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지도자의 역할이 드러난다.
 정치에서 승자가 있다면 그 공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결집이 만들어졌다면 그 결집을 가능하게 한 리더십 역시 평가받아야 한다. 국민의힘이 앞으로 수도권 정치에서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낸다면, 그 중심에서 역할을 한 인물의 공을 외면할 이유는 없다.
 수도권 정치의 판은 언제나 빠르게 움직인다. 작은 갈등이 큰 변화를 만들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결집이 정치 지형을 바꾸기도 한다. 지금 정치권이 맞이한 국면 역시 그런 변화의 한복판에 있다. 결국 정치의 역사는 선택의 역사다. 갈등을 끝없이 확대할 것인가, 아니면 갈등을 넘어 결집으로 나아갈 것인가. 그 선택에 따라 정치의 판은 완전히 달라진다. 지금 수도권 정치에서 필요한 것은 새로운 균형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다시 평평하게 만드는 힘, 그리고 조직을 하나로 묶는 리더십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세훈 카드는 단순한 정치인의 이름이 아니라 수도권 정치의 판을 다시 짜는 하나의 전략적 선택일지도 모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