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격 자유화 이후 30년 만에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류에 최고가격제를 도입한다. 비상시를 대비해 관리해 온 전략비축유도 역대 최대 규모로 방출한다. 석유류 가격을 안정시켜야 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전방위 대책을 투입하겠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12일 석유류 최고가격제를 13일 0시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기준가격에 변동률을 곱한 뒤 제세금을 더해 최고가격 상한을 정하는 방식이 유력한 가운데 산식과 가격 수준을 두고 막판 조율이 진행 중이다. 기준가격은 정유사의 주간 단위 세전 공급가격을, 변동률은 싱가포르 석유제품 가격(MOPS)을 반영한다.
최고가격제는 개별 주유소가 아닌 정유사를 대상으로 적용된다. 지역별·업체별 운영 방식이 다양한 주유소를 일률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고시 후 관보에 게재된 다음 날 0시부터 효력이 발생하며 변동률은 2주 단위로 재설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공급 물량 확보를 위한 수출 제한도 병행된다. 국내외 시장 간 가격 차이를 노리고 국내 공급 물량을 해외로 돌리는 행위를 막기 위해 수출 물량을 전년 동기 수준으로 제한한다.
주유소에 대해서는 과도한 가격 인상을 막기 위해 모니터링을 실시할 예정이다. 공정성 확보를 위해 시민단체 등 중립적 기관을 활용해 판매가격과 매입·판매·수출 등 물량 흐름을 점검하는 방식이다. 가격 상승이 과도할 경우 매점매석이 의심되는 주유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뒤 결과에 따라 과태료 부과나 영업정지 등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석유류 가격 안정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전략비축유 2246만 배럴을 방출한다고 발표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에너지 수급 위기 완화를 위해 회원국에 전략 비축유 긴급 방출을 권고한 데 따른 것으로 전체 공동 행동 물량(4억 배럴)의 5.6% 수준이다. 정부는 국익 관점에서 방출 시기와 물량 등 구체적인 사항을 IEA 사무국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석유류 최고가격제는 가격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취지라기보다 매일 변동 폭이 큰 상황에서 소비자 불안을 낮추기 위한 조치”라며 “기름 가격이 현재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석유류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에도 시장 불안이 이어질 경우 제도의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전날 석유 최고가격제에 대해 “국제유가 급등과 같은 큰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 부담을 일시적으로 줄여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면서도 “도입 기간이 길어질수록 초과 수요 발생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석유류 최고가격제 외에도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바우처 확대와 유류세 인하 등을 검토하고 있다.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시장 상황과 국제 정세를 살피면서 유류세 인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시장 상황을 보면서 추가 대책 시행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국제유가 동향 등을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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