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1400원이 저점… 환율 '눈높이' 자체가 달라졌다

  • 이달 들어 다섯 차례 1500원 돌파

  • 대외변수, 수출·에너지 의존 영향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반을 새로운 ‘저점’으로 굳히는 모양새다. 과거 위기 국면에서 상단으로 여겨졌던 1400원대가 이제는 하단 지지선으로 바뀌며 환율 레벨 자체가 한 단계 올라섰다. 시장에서는 1500원선이 일시적 고점이 아니라 안착 가능한 ‘슈퍼 뉴노멀’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환율 상승이 일시적 충격이 아닌 구조적 흐름으로 이어질 경우 자본 유출과 물가 상승, 경기 둔화가 맞물리는 복합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와 달리 환율 상승이 수출 경쟁력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라는 점에서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 1400원대 ‘상단’에서 ‘지지선’으로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달 원·달러 환율은 야간 거래에서 세 차례, 주간 거래(정규장)에서 두 차례 등 벌써 다섯 차례나 1500원을 찍었다. 중동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맞물린 영향이다. 환율은 유가 흐름에 따라 하루 20원 넘게 등락하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목할 점은 환율의 ‘레벨’ 자체가 상향 이동했다는 점이다. 지난 9일 1500원을 돌파한 이후 유가 급락 영향으로 11일 1460원대까지 밀렸지만, 곧바로 반등해 16일에는 주간 거래에서도 다시 1500원선을 넘어섰다.

이 같은 흐름은 과거와 비교할 때 환율의 ‘눈높이’ 자체가 달라졌음을 시사한다. 과거 위기 상황마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400원대 중반이 이제는 견고한 저점으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당시 환율은 1440원대, 2024년 윤석열 정부 비상계엄 이후에는 1480원대에 진입하며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당시에는 급등이 일시적 과열로 평가됐지만, 현재는 과거의 고점이 지지선으로 전환되며 고환율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대외 변수의 구조적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 중동 지역 지정학 리스크로 국제유가가 상승 압력을 받는 데다,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까지 겹치며 달러 강세 환경이 조성됐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유가 상승은 달러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 달러보다 더 약한 원화, 구조적 취약성 노출

최근에는 달러 강세보다 원화 약세가 더 두드러진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달 들어 17일까지 원화 가치는 3.33% 하락한 반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 상승률은 2.02%에 그쳤다. 주요 통화 가운데서도 원화 낙폭이 가장 컸다. 글로벌 달러 강세라는 공통 요인에 더해 한국 경제 고유의 취약성이 환율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의미다.

수출 구조 역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경기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사이클 둔화 시 원화 약세 압력이 빠르게 커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외환시장 규모 대비 외국인 자금 비중이 큰 구조적 특성도 환율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확대될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이 빠르게 나타나면서 원화 가치가 다른 통화보다 더 크게 흔들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원화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원화 약세가 국내 경제 펀더멘털 약화만으로 설명되기보다는 글로벌 자금 흐름과 외환시장 구조적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인을 감안할 경우 단순한 통화 가치 비교만으로 원화 약세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이수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원화가 상대적으로 절하되고 다른 주요국 통화 대비 변동성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이를 우리만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며 “대만 달러에 대한 환 헤지 수단으로 원화가 활용되는 측면도 있는데, 이는 우리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를 확대시키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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