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1년 중동에서 발발한 걸프전이 현대전의 출발점이었다면, 그로부터 35년 뒤 벌어진 이번 이란 전쟁은 '인공지능(AI) 전쟁'의 서막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의 본격적인 도입은 전장의 속도와 구조, 그리고 현실 인식까지 바꾸며 ‘AI 전쟁’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열고 있다.
우선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전쟁의 속도다. AI는 정보 수집과 분석, 표적 식별, 공격 실행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몇 시간에서 며칠이 걸리던 의사결정이 이제는 거의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의사결정 압축(decision compression)’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설명된다. 실제로 이번 전쟁 초기 미국과 이스라엘은 단시간 내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며 기존 인간 중심 체계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작전 속도를 보여줬다.
문제는 이러한 속도 증가가 인간의 통제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형식적으로는 인간이 최종 결정을 내리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방대한 정보와 빠른 판단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인간은 점점 AI의 판단에 의존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인간은 실질적 결정자가 아닌 ‘승인자’로 전락할 위험에 놓이게 된다.
이처럼 AI가 만들어낸 ‘가짜 전쟁’은 실제 전쟁만큼이나 큰 영향을 미친다.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조작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지면서 여론은 쉽게 흔들리고, 정보에 대한 신뢰는 급격히 약화된다. 전쟁이 더 이상 물리적 충돌에만 국한되지 않고, ‘현실을 둘러싼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AI가 전쟁에 도입되는 방식이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는 이번 전쟁을 계기로 AI가 군사 영역에 ‘조용히 스며들고 있다(creeping use)’고 분석했다. 이는 AI가 특정 기능으로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정보 분석과 작전 계획, 위협 예측 등 전쟁 수행 전반에 걸쳐 보이지 않는 기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에 비해 국제 규범과 제도는 아직 충분히 정립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AI가 개입된 공격에서 책임 주체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자동화된 판단이 초래한 피해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는 여전히 부족하다.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이를 통제할 규칙은 뒤따르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환경이 오판과 확전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AI가 제시한 판단이 오류를 포함하고 있더라도 인간이 이를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채 실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화된 의사결정이 군사 행동으로 직결될 경우, 의도치 않은 충돌이 빠르게 확산될 위험도 존재한다.
결국 이번 이란 전쟁은 AI가 전쟁의 보조 수단을 넘어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쟁의 속도는 인간의 판단 속도를 앞지르고, 현실 인식은 기술에 의해 왜곡되며, 전쟁 수행 구조 자체가 AI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전쟁의 본질이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AI는 이제 전쟁을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도구를 넘어, 전쟁을 어떻게 수행하고 어떻게 인식할 것인지까지 규정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국제사회가 어떤 규범과 통제 장치를 마련하느냐에 따라 향후 전쟁의 양상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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