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수주전 윤곽…책임준공 내건 조합, 단독입찰 속 실속 챙기기

  • 전 구역 '책임준공 확약' 가시권...삼성물산 이례적 승부수

  • '1조5000억원' 압구정5구역, 현대건설vsDL이앤씨 경쟁구도

압구정4구역 항공 사진 사진삼성물산
압구정4구역 항공 사진. [사진=삼성물산]

공사비만 2조원을 웃도는 압구정4구역 재건축 사업 시공사 선정에서 삼성물산이 단독 응찰하며 주요 구역별 수주전 판도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경쟁 구도가 약화된 가운데서도 조합이 계약 조건을 전면에 내세우며 사업 주도권을 쥐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3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특별계획구역4 재건축정비사업(압구정4구역) 시공사 선정 1차 입찰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만 참여해 유찰됐다. 당초 현대건설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삼성물산이 이례적으로 ‘책임준공 조항’을 확약하며 승부수를 던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은 그간 시공사 귀책 사유가 없더라도 공기를 보장해야 하는 책임준공 조항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변화로 읽힌다.

단독 입찰로 마무리됐지만 직전까지 현대건설과 신경전이 이어진 만큼 조합은 계약 조건을 한층 강화하는 모습이다. 압구정4구역 조합은 △책임준공 확약 △분양수익금 내 기성불 지급 △분담금 납부 방식(미입주 시 6개월 내·입주 시 2+2년 선택) 등을 주요 조항으로 제시할 방침이다. 경쟁 구도 약화에도 불구하고 공사 지연과 비용 전가를 차단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김윤수 조합장은 “경쟁입찰을 기대했지만 건설사들이 위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수주 전략을 택하면서 삼성물산 단독 응찰로 유찰됐다”면서도 “오는 5월 23일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시공사와 마찰을 빚을 것에 대비해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압구정5구역에서는 경쟁 구도가 유지될 전망이다. 다음 달 10일 입찰 마감을 앞두고 현대건설과 DL이앤씨 간 수주전이 예상된다. 이 사업은 한양1·2차 아파트를 지하 5층~지상 최고 68층, 8개 동, 총 1397가구 규모로 짓는 프로젝트로, 예상 공사비는 약 1조5000억원이다. 조합은 컨소시엄 불가와 책임준공 확약을 조건으로 내걸며 사업 안정성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양사는 금융 지원을 앞세워 차별화 경쟁에 나섰다. DL이앤씨는 5대 시중은행과 증권사와 협약을 맺고 조합원 대상 금융 서비스를 구축하고, 고자산가를 겨냥한 ‘더 리치 파이낸스’ 프로그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하나은행 등 17개 금융기관과 협력해 재건축 전 단계 금융 지원 체계인 ‘H-금융 솔루션’을 구축하고 추가 상품 개발에도 나섰다.

압구정3구역 역시 현대건설 단독 입찰 가능성이 거론된다. 해당 구역은 재건축을 통해 최고 65층, 5175가구 규모로 탈바꿈하는 초대형 사업으로, 예정 공사비만 5조5610억원에 달해 올해 최대 정비사업으로 꼽힌다. 계약에는 책임준공 확약 등 조합이 요구해 온 핵심 조건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압구정 일대 수주전이 단순 시공사 경쟁을 넘어 조합이 계약 조건을 주도하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책임준공 확약과 금융 지원, 분담금 유예 등을 전면에 내세워 사업 안정성과 조합원 부담 완화를 동시에 확보하려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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