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시사평론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는 우리 헌정사에 기록될 굵직한 성과를 남겼다. 앞서 여야 의원 187명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 공고안을 심의·의결했기 때문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빠져서 ‘반쪽’이라는 비판을 면키는 어렵게 됐지만 과반 의석을 가진 여당이 다른 야당과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추진 동력도 얻게 됐다.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이 대통령도 “이번만큼은 가능한 수준이라도 개헌에 물꼬를 틀 수 있도록 초당적 협조가 필요하다”며 개헌안에 힘을 실었다. 개헌 절차에 따라 이날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된 만큼 20일 이상 공고를 거쳐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가게 된다. 결국 국회에서의 논의, 특히 국민의힘 동참 여부가 최대 관건인 셈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논의가 제대로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회에서 발의할 때부터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빠진 것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결국 모두가 반대한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 여야 합의 없이는 현실적으로 국회 문턱을 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개헌을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재적의원 295명 가운데 197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에서 최소 1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여기서부터 개헌이 꼬일 수밖에 없다. 물론 국민의힘에도 개헌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많다. 공개적으로 개헌을 주장하는 의원들도 있다. 하지만 개헌에 찬성한다고 해서 이번에 공고된 헌법 개정안도 찬성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기회를 당내 단합의 계기로 삼을 것이다. 그리고 당론으로 민주당이 주도하는 개헌안을 좌절시킬 것이다. 그 신호탄은 이미 장동혁 대표가 쏘아 올렸다. 지난 7일 청와대에서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 회담 및 오찬’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장 대표는 이 대통령을 향해 “개헌 논의에 앞서 대통령이 중임이나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국민에게 먼저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먼저 자신의 연임 여부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얘기다. 현행 헌법은 개헌을 통해 임기 연장이나 중임 변경을 하더라도 재임 대통령에겐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헌법 제128조2항). 이 대통령이 굳이 자신의 임기 얘기를 하지 않더라도 그건 애초 불가능하다. 게다가 이번에 공고된 헌법 개정안에는 대통령 임기 관련 조항도 없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연임 여부에 대해 물을 필요조차 없다. 판사 출신인 장 대표가 이런 내용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장 대표가 이 대통령 면전에서 중임이나 연임 여부를 밝혀 달라고 요구한 것은 다른 정치적 속내가 있다고 봐야 한다. 한마디로 이번에 공고된 헌법 개정안은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집권 연장을 위해 ‘불순한’ 의도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야 장 대표 중심의 ‘반이재명 투쟁’이 힘을 받을 수 있으며 당 내부의 이탈도 막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장 대표는 다음 날인 8일에도 SNS를 통해 “대통령 한 번만 하겠다는 말을 왜 못하느냐”며 이 대통령을 비난했다. 심지어 청와대가 해명해도 “설명이 길면 다른 속마음이 있는 것이다. 연임 속내를 인정하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이건 상식과 법리, 팩트의 문제가 아니다. 개헌 문제도 ‘반이재명 투쟁’의 수단으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지지층을 결속시키고 덩달아 벼랑 끝으로 몰리는 자신의 리더십도 회복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런 식이면 이번 개헌도 정쟁만 더 격화될 것이다.
이번에 공고된 헌법개정안 내용도 국민의힘을 설득시키기엔 부족하다. 개정안의 큰 특징은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한 국회 통제권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이것만 놓고 보면 너무도 당연하고 바람직하다. 그러나 국민의힘 입장에 볼 때는 얘기가 다를 수 있다. 한마디로 ‘윤석열 방지 헌법’ ‘국민의힘 방지 헌법’을 하겠다는 것으로 볼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윤 어게인 세력’과 동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발목을 잡는 개정안에 찬성할 수 있겠는가. 계엄 조항은 드러내 놓고 반대하지는 못하더라도 다른 이유로 반대 목소리만 높일 것이다. 장 대표가 상식 밖의 연임과 중임을 물은 것도 이튿날 SNS를 통해 ‘연임’ 운운하며 근거 없는 의혹을 부풀린 것도 이런 배경이라 하겠다.
역대 개헌 논의가 대체로 야당의 반대로 논의조차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에 공고된 헌법개정안도 아쉬운 대목이 많다. 국민의힘이 반대하면 통과시킬 수 없다는 것도,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대할 내용이 많다는 것도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밀어붙이고 있다. 반면에 ‘87년 체제’가 만든 ‘제왕적 대통령제’를 해소할 권력구조 문제는 아예 빼버렸다. 가장 절박한 개헌 사안을 빼버리고 그 자리에 비상계엄 문제를 넣은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나 다름없다. 현시점에서 이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폭넓은 개헌 논의는 어렵다. 그래서 ‘단계적 개헌론’으로 가는 것이 옳다. 그러나 그 첫 단계는 ‘권력구조’ 문제가 되어야지 비상계엄 문제가 되어버리면 어떻게 야당 동의를 구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일정도 너무 촉박하다. 결국 이번에도 헌법 개정안 통과는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이 좀 더 현실적이고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 가장 절박한 개헌 내용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해소하는 것이다. 우리 정치권의 고질적 병폐는 대부분 제왕적 대통령 권력에서 기인한다. 강성 당원들의 전횡부터 적대적 대결 정치까지,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장악하려는 싸움판이 우리 정치의 민낯이다. 이것부터 바꾸자는 얘기다. 그렇다면 권력구조 개혁, 딱 한 개만 바꿔도 좋다. 이른바 ‘원포인트 개헌론’이다. 그리고 권력구조의 내용 또한 야당에 먼저 묻는 것이 옳다. 그래야 국민의힘이 개헌에 앞장설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시점도 이번 지방선거가 아니라 차기 총선이 더 바람직하다. 그러면서 차기 대선과 지방선거의 일정까지 맞추면 금상첨화다. 제7공화국은 이렇게 시작돼야 한다. 이번에도 개헌이 어렵다면 다음 총선 때는 좀 더 현실적으로, 야당 중심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필자 주요 이력
△시사평론가(현) △인하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전) △혁신과미래연구원 원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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