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의 정전' 환호 뒤 숨 고르기… 닛케이, 오전장 5만 6000선 아래로

  • 전날 급등에 따른 이익 실현 및 고유가 경계감 확산

  • 11일 평화 협상 앞두고 관망세 뚜렷… 공급망 마비·금리 상승 등 구조적 악재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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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정전 합의로 전날 역대급 폭등세를 보였던 도쿄 주식시장이 하루 만에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9일 오전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 지수는 전일 대비 311.24(0.55%)포인트 내린 5만 5997.18로 오전장을 마감하며 하루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날 2800 넘게 폭등하며 5만 6000선을 회복했던 것에 따른 이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가운데, 11일로 예정된 미국과 이란의 평화 협의를 앞두고 관망세가 짙어진 결과다.

 

특히 정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일본의 경기와 기업 실적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투자 심리를 억눌렀다. 요미우리신문은 전날의 폭등을 두고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치자 투자자들이 일제히 우산을 접었다"고 묘사했으나, 하루 만에 다시 시장의 불확실성이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닛케이신문 역시 원유 조달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점을 지목하며, 이번 정전 합의가 시장 심리를 단번에 호전시키기에는 실물 경제의 벽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실물 경제의 벽은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견고하고 위태롭다. 산업 현장 곳곳에서는 공급망 마비에 따른 '불가항력' 선언이 속출하며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전 세계 생산의 10%를 차지하는 중동발 알루미늄 공급망은 이번 일시적 공격 중단 조치에도 불구하고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차가 걸릴 전망이다.

 

이란의 공격을 받은 UAE의 대형 제련소는 복구에만 1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알루미늄 가격은 확실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지표인 런던금속거래소(LME)의 3개월 선물 가격은 7일 기준 톤당 3476달러를 기록하며 3월 대비 상승률이 약 10%에 달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4073.5달러)를 기록했던 2022년 3월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입의 30%를 중동에 의존하는 일본 기업들은 호주, 인도네시아 등으로 조달처를 급히 옮기고 있으며, 심지어 금기시했던 러시아산 알루미늄에까지 불가피하게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전략적 딜레마에 빠졌다.

 

석유화학 분야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아시아 염화비닐(PVC) 시장을 주도하는 포모사 플라스틱(FPC)은 원료 조달난으로 인해 4월 수출 가격 제시를 실질적으로 보류하는 이례적인 사태를 맞았다. 대만 현지 매체 등의 보도에 따르면, 원료인 에틸렌 가격이 한 달 만에 2배 이상 폭등하면서 원료 공급사인 포모사 석유화학은 물론 제품 생산사인 포모사 플라스틱까지 잇따라 불가항력 선언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전역의 건설 및 인프라 활동이 정체될 위기에 처했으며, 일본 업체들 또한 나프타 가격 상승과 감산 압박이라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였다.

 

이러한 실물 경제의 혼란은 외환시장과 통화정책의 향방까지 복잡한 고차방정식으로 몰아넣고 있다. 유가 하락에 따른 일시적 물가 안정 조짐이 역설적으로 일본은행(BOJ)의 금리 정책 딜레마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발 물가 상승 부담이 다소 완화되자 시장에서는 BOJ의 조기 금리 인상 명분이 약화됐다는 관측이 힘을 얻었다.

 

실제로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일정 기간 교환하는 익일물 금리스왑(OIS) 시장이 반영한 4월 금리 인상 확률은 8일 기준 60%를 밑돌며, 일주일 전(약 70%)에 비해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아오조라은행의 모로가 아키라 수석 전략가는 "엔/달러 환율이 156엔 정도로 유지된다면 (BOJ가) 금리 인상 카드를 아껴둘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정책 신중론은 금리 차를 의식한 엔화 매도를 부추기는 불씨가 되고 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유로와 호주달러 등 주요 통화가 엔화 대비 일제히 강세를 보인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유가 하락이 가져온 금리 인상 유보 가능성이 엔저 고착화로 이어지면서, 공급망 위기에 처한 기업들에 수입 비용 상승이라는 '엔저의 굴레'를 씌우는 모양새다.

 

결국 '금리 있는 세계'로의 회귀가 증시의 발목을 잡는 근본적인 압박이 될 것이라는 경고는 여전히 유효하다. 7일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2.43%를 기록하며 1999년 이후 27년 만의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주식 시장의 예상 배당 수익률(1%대)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안전 자산인 국채로 자금이 역류하는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PGIM재팬의 가모시타 타케시 주식운용부장은 "장기 금리가 2.5%를 넘어설 경우 주식 시장도 이를 무시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닛케이신문은 주식의 이익수익률과 장기 금리의 차이인 '일드 스프레드(Yield Spread, 채권 대비 주식의 상대적 매력도를 보여주는 지표)'가 2010년 이후 주식이 가장 고평가된 수준에 이미 도달해 있다고 분석하며 중동발 훈풍에도 불구하고 고유가 지속 가능성과 공급망 붕괴, 그리고 금리 상승이라는 구조적 장벽이 일본 경제의 전고점 탈환을 가로막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 역시 "8일의 급등은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을 전하며 신중론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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