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노동시장] AI·휴머노이드까지 끼어든 임단협…벤치마크 없어 대혼란

  • 금속노조, 올해 교섭안 'AI' 포함…완성차 협상 테이블에

  • 정부 정책 전환 추진까지…교섭 범위 등 사례는 전무해

참고 이미지 사진챗GPT
참고 이미지 [사진=챗GPT]

급여와 성과급 중심이던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협상 테이블에 인공지능(AI)·휴머노이드 등이 새로운 논의 안건으로 오르며 산업계 전반에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과도기라 명확한 벤치마크 사례도 없어 곤혹스러움을 호소하는 기업들이 많다. 
 
9일 산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올해 중앙교섭 요구안에 AI 도입 시 노동 인권과 고용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AI 도입 때는 미리 노조에 통보하고, 노조가 요청하면 AI 도입이 조합원 고용·노동 조건에 미치는 영향을 노사 합동으로 사전 평가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결국 AI 기술이 노동자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활용돼야 하고 동시에 노동자를 대체하는 수단이 되면 안 된다는 취지다.
 
일선 생산 현장에서는 충돌이 가시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도입에 대해 사측 설명회를 요구하고, 노사 합의 없는 현장 도입은 안 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기아 노조 역시 최근 미래발전위원회를 통해 회사와 AI 산업 전환 대응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로봇 반입 여부를 넘어 향후 생산공정 변화와 인력 재배치, 고용 재편 등 노사 간 협상 범위를 어디까지 확장할지에 대한 신경전이 시작된 양상이다. 노조는 신기술 도입이 생산성 향상이라는 명분하에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거두지 않는다. 
 
AI·휴머노이드 등 활용이 노사 자율 협의만으로 정리되지 않을 수도 있다. 고용노동부가 'AI 윤리 가이드라인'이나 '산업전환 고용안정 기본계획' 등 수립을 추진하는 등 노사 대화에 정부 입김이 개입될 여지가 커지는 상황이다. 
 
실제 일부 노조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바라는 모습이다. 최근 현대차·기아·한국GM 노조는 AI 도입과 디지털·전동화 전환에 따른 일자리 보호 방안 마련을 위해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3개 노조는 지난 2일 청와대에 해당 요구안을 전달했다.
 
문제는 기업이 참고할 만한 벤치마크 사례가 거의 없다는 데 있다. 미국·유럽·일본 등 기업도 관련 논의를 막 시작했거나 진척도가 높지 않다.

필요한 투자를 제때 진행하면서 근로자 불만을 최소화할 해법 찾기가 녹록지 않다는 게 공통된 고민이다. 또 생산공정 자동화, 협동 로봇, 휴머노이드 투입 등 업종별 필요성이 다 달라 모범 답안 도출이 어렵다. 이에 따라 신기술 도입 과정에서 노사 간 주도권 싸움이 올해 임단협에서 추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기술 도입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긴 어렵지만 무엇을 사전에 설명하고 어디까지 합의해야 하는지 기준이 모호하다"며 "올해 임단협은 임금 협상인 동시에 산업 전환의 룰을 정하는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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