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국내에서 개발된 농산물 종자와 묘목의 해외 무단 유출 방지에 나선다. 정부는 지난 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종묘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신품종 등록의 출원이 공표된 단계부터 제3자의 무단 수출을 즉각 금지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이는 기존 법안이 품종 등록이 완전히 완료된 이후에만 수출 금지 조치가 가능했던 탓에, 등록까지 걸리는 수년의 공백기 동안 묘목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실제로 일본 농림수산성의 자료에 따르면, 품종 출원 공표부터 실제 등록까지는 평균 3.3년이 소요되며, 과수의 경우 약 6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는 이 심사 기간을 노린 해외 유출이 브랜드 가치 하락의 주범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샤인머스캣의 경우, 중국으로의 무단 유출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이 연간 100억 엔(약 900억 원 상당)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22년 추계치 기준 중국 내 샤인머스캣 재배 면적은 일본의 30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번 개정안은 지식재산권의 일종인 육성자권(품종 개발자의 권리)의 보호 기간도 대폭 늘렸다. 과수의 경우 기존보다 10년 연장된 40년, 그 외 작물은 35년 동안 독점적 판매 및 수출권을 인정받게 된다. 일본 정부는 이번 회기 내에 개정안을 성립시켜 오는 12월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이 이처럼 법 개정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최근 일본산 포도 수출의 급격한 위축이 자리 잡고 있다. 2025년 12월 보고된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주력 수출 품목인 포도의 2024년 1~10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으며, 수출량 역시 22% 줄어들며 과거 최대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도쿄 오타시장의 한 상인은 "수출 현장에서 한국산 샤인머스캣이 일본산보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더 좋다는 말을 들었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라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사쿠야마 타쿠미 메이지대학 교수는 "일본산의 브랜드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가격 경쟁에 매몰되지 말고 '일본산은 반드시 고품질'이라는 평가를 재확립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법적 제도 정비와 더불어 과학적인 방어 수단인 'DNA 식별 기술' 도입도 가속화되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 산하 농업식품산업기술종합연구기구(농연기구)는 최근 딸기 '도쿤(桃薫)'과 '샤인머스캣'의 묘목을 무허가로 판매한 업자들을 적발하는 과정에서 DNA 분석을 통해 해당 품종임을 특정하여 수사를 지원했다. 농연기구의 타카바타케 레오나 상급연구원은 "DNA 식별 기술은 (불법 유통에 대한) 강력한 억제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농연기구는 인공지능(AI)에 샤인머스캣의 화상을 학습시켜 사진만으로 품종을 판정하는 기술과 토양 성분을 분석해 재배지가 일본인지 중국인지 구별해 내는 '재배지 특정 기술'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쿠와나 요시히코 지적재산부장은 "사진으로 즉시 판정할 수 있다면 (현장에서)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해외 현지에서의 직접적인 단속 성과도 보고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홍콩 세관은 중국산 샤인머스캣을 오카야마현의 고급 브랜드인 '하레오(晴王)'로 속여 판매한 유통업자들을 적발해 벌금을 부과했다. 이는 JA전농 오카야마가 현지 수사 당국에 피해를 통보하고 산지 감정에 직접 참여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협력한 결과다. 오카야마현 관계자는 "중국산 위조품은 일본산 가격의 20~30% 수준에 불과하지만, 최근에는 브랜드 스티커까지 정교하게 복제하고 있다"며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이 같은 위조품 대책 강화가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2030년 농림수산물 및 식품 수출액 5조 엔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신품종 개발과 더불어 이미 유출된 품목에 대한 지식재산권 보호를 수출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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