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컬럼] 김동관의 한화솔루션, 이제는 '감당할 수 있는 성장'을 보여줘야 한다

김동관 한화부회장은 지금 두 개의 길 앞에 서 있다. 하나는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대로 확장을 밀어붙이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속도를 조절하며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길이다. 두 길 모두 명확한 정답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제 선택을 미룰 수 없는 시점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몇 년간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태양광을 축으로 한 에너지 전환 전략, 북미 중심의 생산기지 확대, 차세대 기술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까지, 방향성은 분명했고 실행력도 강했다. 과거의 한화솔루션과 지금의 한화솔루션은 완전히 다른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그 변화의 속도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 속도를 기업이 끝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성장은 언제나 비용을 수반한다. 특히 태양광과 같은 자본집약 산업에서는 더 그렇다. 선점이 중요한 시장일수록 먼저 투자하고 먼저 자리를 잡아야 한다. 늦으면 기회를 잃는다. 이런 산업에서는 속도 자체가 경쟁력이다. 김동관이 선택한 길 역시 이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 방향만 놓고 보면 틀렸다고 말하기 어렵다. 오히려 늦었더라면 더 큰 기회를 놓쳤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모든 전략에는 전제가 있다.
그 전략을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한화솔루션이 마주한 현실은 바로 이 전제에 대한 질문이다. 확장은 이뤄졌지만, 그 확장을 내부에서 감당할 수 있는 구조는 충분히 만들어졌는가. 시장이 던지는 질문도 결국 이것이다.


최근의 유상증자 논란은 그 질문을 더 선명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2조4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 계획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자금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다. 성장 투자를 이어가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이미 커진 부담을 감당하기 위한 것인지에 대한 해석이 갈렸다. 그리고 시장은 후자에 더 무게를 두었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신호의 문제다.

기업이 어떤 신호를 시장에 보내고 있는가.

그리고 시장이 그 신호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지금 한화솔루션이 보내는 신호는 복합적이다. 한편으로는 여전히 성장 의지를 강조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재무 부담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 두 신호가 동시에 존재할 때 시장은 가장 혼란스러워진다. 성장 기업인지, 구조 조정 단계의 기업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방향의 수정이 아니라 선택의 명확화다.


확장을 계속할 것이라면, 그 확장을 감당할 수 있는 재무적 한계를 시장에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어디까지 투자할 것인지, 어느 수준까지 부채를 감내할 것인지, 그리고 언제부터 수익이 본격적으로 발생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반대로 속도를 조정할 것이라면, 그 이유와 전략적 판단을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단순한 후퇴가 아니라 전략적 재조정이라는 점을 시장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대응이 이 두 가지 사이에서 분명한 선택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데 있다. 속도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동시에 재무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났고, 그 결과 시장은 방향성을 읽지 못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균형일 수 있지만, 시장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으로 받아들여진다.


기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결단이 아니라 기준이다.
어디까지 갈 것인지, 어디서 멈출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 기준이 있을 때 투자도 설득력을 갖고, 시장도 움직인다.


지금 김동관에게 필요한 기업가정신도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는 “먼저 가는 기업가”였다면, 이제는 “끝까지 책임지는 기업가”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먼저 가는 것은 용기다. 그러나 끝까지 책임지는 것은 능력이다.


확장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자금과 결단이 있으면 가능하다. 하지만 그 확장을 끝까지 유지하고, 수익으로 연결시키고, 시장의 신뢰를 지키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 단계에서 많은 기업들이 흔들리고, 일부는 무너진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는 반복돼 왔다. 재생에너지 산업에서 빠르게 성장했던 기업들이 과도한 차입과 확장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진 사례는 적지 않다. 반대로 같은 산업에서도 투자 속도를 조절하며 현금흐름과 균형을 맞춘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차이는 방향이 아니라 감당 방식에 있었다.

그래픽노트북LM
[그래픽=노트북LM]


한화솔루션이 지금 서 있는 위치도 그 연장선 위에 있다. 방향은 이미 시장이 알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방향을 어떤 방식으로 끝까지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설계다.

그래서 지금의 질문은 단순하다.

계속 갈 것인가, 아니면 조정할 것인가.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해질 때, 시장의 신뢰도 함께 회복될 수 있다. 반대로 이 답이 불명확한 상태가 계속된다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시장은 의구심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기업가에게 가장 어려운 순간은 틀린 길을 포기하는 때가 아니다. 맞다고 믿는 길을, 현실에 맞게 다시 설계해야 할 때다. 속도를 늦추는 것도, 유지하는 것도 모두 고통스러운 선택이다. 그러나 그 선택을 피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위험이다.

김동관의 한화솔루션은 지금 그 갈림길에 서 있다.
방향은 이미 정해졌다.
이제 남은 것은 방식이 아니라 한계의 설정이다.


확장은 계속될 수 있다.
그러나 그 확장은 반드시 감당 가능한 범위 안에 있어야 한다.

지금은 더 빨리 가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정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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