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공중전에서 해상전으로…호르무즈 '역봉쇄'의 위험한 승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의 선택이 중대한 전환점에 들어섰다. 공중 타격 중심으로 전개되던 미·이란 충돌이 이제 해상 통제권을 둘러싼 국면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간 미국은 ‘항행의 자유’라는 원칙을 내세우면서도 국제 유가 급등을 우려해 이란산 원유의 제한적 유통을 일정 부분 묵인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이란 항구를 출입하는 선박을 직접 차단하는 이른바 ‘역봉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군사 조치를 넘어, 이란의 전쟁 자금줄을 끊고 동시에 이란과 거래해온 국가들까지 겨냥하는 다층적 압박 전략이다. 

이란이 그간 호르무즈 봉쇄 위협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온 흐름을 차단하고, 오히려 미국이 해협 통제권을 확보해 주도권을 쥐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미 중부사령부가 “이란 항구 외의 항구를 출발지나 목적지로 하는 선박의 해협 통과는 방해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면 봉쇄가 아닌 ‘선별적 차단’을 통해 이란 관련 물류만 정밀하게 겨냥하면서도 국제 유가 충격은 관리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 대목에서 전쟁의 성격 변화가 분명해진다. 공중전이 군사시설과 지휘체계를 타격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해상봉쇄는 국가의 생존 기반과 보급로, 수출입 통로를 직접 겨눈다. 전쟁이 하늘에서 바다로 옮겨가는 순간, 군사 충돌은 곧바로 경제전으로 확장된다. 해상봉쇄가 국제법상 전쟁 행위로 간주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존 F. 케네디 행정부가 ‘봉쇄’ 대신 ‘해상 격리(Quarantine)’라는 표현을 쓴 것도 그 파급력을 의식한 선택이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약 20%가 통과하는 대표적 병목 지점이다. 평시에는 효율의 상징이지만, 지금은 지정학적 화약고로 변했다. 개전 이후 이란은 해협을 사실상 통제하면서도 자국 원유 수출은 지속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해왔다. 제3국 선박은 제한하면서도 자국 유조선은 통과시키고, 통행료까지 부과하며 해협을 협상 카드로 활용해온 것이다. 

중동산 원유 공급이 흔들리는 가운데 이란이 전쟁 프리미엄으로 확보한 석유 수익은 전쟁 지속의 재정 기반이 됐다. 따라서 미국의 역봉쇄는 단순히 유조선 몇 척을 막는 차원이 아니다. 이란 정권의 현금 흐름과 협상력을 동시에 겨누는 조치다. 파키스탄에서 열린 종전 회담이 결렬된 직후 이 카드가 나온 것은,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를 미국도 활용 가능한 전략으로 전환해 협상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보여준다. 

압박의 범위 또한 이란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란산 원유를 받아온 국가들, 특히 중국과 같은 이란 우호 거래국들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미국이 이란 항구를 오가는 선박은 물론 거래에 연루된 선박까지 추적·차단할 경우, 이는 단순한 제재를 넘어 글로벌 에너지 거래 질서를 재편하는 조치가 된다. 중국과 러시아 등 제3국에는 “이란과의 회색지대를 더는 활용하지 말라”는 강력한 신호이기도 하다. 

미국은 해상 통제권을 통해 이란의 수익 구조를 조이는 동시에, 이란과 연결된 거래망 전체의 비용과 위험을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병목을 틀어쥐어 상대의 숨통을 조이는 동시에, 그 병목에 의존해온 주변국들의 계산법까지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호르무즈를 건드리는 순간 파장은 국제 유가와 물가, 환율, 해상 운임으로 곧바로 확산된다. 전쟁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 글로벌 경제를 동시에 압박하는 역설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미국 역시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워싱턴이 유가 상승 부담을 일부 감수하는 쪽으로 기운 것은, 에너지 안정보다 전쟁 종결 압박을 우선순위에 두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더 큰 위험은 군사적 충돌이다. 이란은 해협 통제권이 자국에 있다고 거듭 주장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측이 동시에 통제권을 행사하려는 ‘이중 봉쇄’ 구도가 형성되면, 작은 오판 하나가 전면 교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병목은 그 순간 전략 거점을 넘어 폭발 직전의 화약고로 바뀐다. 

양측 모두 그 위험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이란은 해협 통제권을 잃는 순간 협상의 핵심 지렛대를 상실하게 된다. 미국 역시 단기간 내 통제권을 장악하지 못하면 유가 급등과 전쟁 장기화라는 정치·경제적 부담을 동시에 떠안게 된다. 특히 ‘인기 없는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번 봉쇄 카드가 오히려 외교의 동력을 되살리는 반전의 계기가 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역사는 강경함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 한계를 아는 절제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압박은 협상을 위한 수단이어야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중전에서 해상전으로 전이된 지금, 이 국면이 전쟁 종결의 문이 될지, 아니면 더 큰 확전의 입구가 될지는 결국 그 통제력에 달려 있다. 
 

미 중부사령부가 제공한 영상에서 캡처한 이 사진은 2026년 3월 27일 미 해군 상륙강습함 트리폴리함USS Tripoli에서 작전 지역에 도착한 미 해군 장병들과 해병대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미 중부사령부 제공AP연합뉴스
미 중부사령부가 제공한 영상에서 캡처한 이 사진은 2026년 3월 27일 미 해군 상륙강습함 트리폴리함(USS Tripoli)에서 작전 지역에 도착한 미 해군 장병들과 해병대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미 중부사령부 제공/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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