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분26초. 올해 중국 베이징 이좡에서 열린 휴머노이드 로봇 마라톤 대회 1위 기록이다. 지난해 1등 기록(2시간40분42초)의 3분의 1 수준까지 단축한 것으로, 인간 하프마라톤 세계기록(57분 20초)도 깼다.
이 기록의 주인공은 지난해 우승팀인 베이징 휴머노이드로봇 혁신센터의 '톈궁'도, 중국 대표 휴머노이드 기업 유니트리(위수커지)의 'H1'도 아니었다. 바로 올해 처음 출전한 중국 스마트폰 업체 아너(榮耀,룽야오)의 휴머노이드 로봇 '산덴(閃電)'이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총 6개 팀이 산덴 로봇을 앞세워 출전했으며, 완전 자율주행과 원격 조종 팀이 각각 3팀씩 참여했다. 흥미롭게도 이들 6개 팀은 모두 완주에 성공하며 1~6위를 싹쓸이했다. 산덴이 단순한 시제품을 넘어 양산 가능성과 기술 안정성, 생산 일관성을 동시에 입증했다는 평가다. 중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eet-차이나는 "산덴은 아너의 기술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선봉장"이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아너가 개발한 또 다른 휴머노이드 로봇 '위안치짜이(元氣仔)'도 이날 대회에 출전해 사람과 가장 비슷한 안정적인 보행 자세를 선보여 '최우수 보행상'을 수상했다.
이번 마라톤 석권은 아너가 스마트폰 제조사를 넘어 인공지능(AI) 단말기 생태계 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하는 계기로 평가된다.
'화웨이 DNA'...스마트폰에서 AI 생태계 기업으로
사실 휴머노이드 로봇이 21km에 달하는 하프마라톤을 완주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안정적인 보행은 물론 배터리 수명, 발열 제어, 기계적 내구성, 자율주행, 알고리즘 등 복합적인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참가 팀은 20여개에 불과했고, 완주한 로봇도 겨우 6개에 불과했다. 그런데 올해는 100여개 팀이 참가해 절반에 가까운 팀이 완주에 성공했다. 지난해 대부분이 원격 조종이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약 40% 팀이 자율주행을 택했을 정도로 1년 새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특히 올해 첫 출전한 아너가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둔 비결은 무엇보다 화웨이 DNA에서 비롯된 스마트폰 개발 기술에 있다. 2011년 중국 하이테크 기업 화웨이 산하 프리미엄 스마트폰 브랜드로 시작한 아너는 2020년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에서 분사하는 과정에서 화웨이의 핵심 엔지니어와 기술 인력을 대거 흡수했다.
리젠 아너 최고경영자(CEO)는 "휴대폰 분야에서 축적해 온 핵심 기술들이 로봇 연구 개발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액체 냉각 시스템이다. 아너는 스마트폰에 사용하는 액체 냉각 기술을 휴머노이드 로봇에 완벽하게 접목시켰다. 산덴은 등에 멘 백팩에 자체 개발한 액체 냉각 장치를 탑재했는데, 인체의 모세혈관망처럼 설계된 관로가 모터 내부까지 이어져 분당 약 4리터의 냉각수를 순환시킨다. 이를 통해 고속 주행 중 발생하는 열을 빠르게 제거해 모터 과열을 방지하고 안정적인 출력 유지가 가능해졌다.
스마트폰으로 축적한 기술...휴머노이드 로봇 이식
동력 성능 역시 핵심 요소다. 산덴은 최대 400뉴턴미터(Nm)의 토크를 구현하는 일체형 관절 모듈을 적용해, 작은 관절 안에서도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로봇이 순간적인 폭발력을 발휘하면서도 안정적인 움직임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이다. 이러한 정밀 소형화 기술은 폴더블 스마트폰 힌지(경첩)와 내부 구조 설계에서 축적된 노하우가 반영된 결과다.
'두뇌'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 기술도 결합됐다. 아너는 자체 모션 제어 알고리즘과 여러 센서를 통해 로봇이 복잡한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무게 중심과 보행 패턴을 자동으로 조정하도록 했다. 방대한 데이터를 즉각 처리해 움직임을 제어하는 능력 역시 스마트폰에서 발전시킨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기술의 연장선이다.
사실 산덴은 설계 단계부터 마라톤에 특화된 구조로 제작됐다. 키 169cm, 몸무게 45kg에 다리 길이만 95cm에 달해 엘리트 육상 선수와 유사한 비율을 구현했다. 또 불필요한 구조를 제거해 몸을 최대한 가볍게 만들었다. 손 관절을 생략하고 팔을 가늘게 설계하는가 하면, 발 역시 지면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구조를 적용해 충격을 줄이면서도 단단한 트랙에서 추진력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도록 한 것이다.
성숙한 로봇 공급망 일조...다만 상용화 '검증' 필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중국 내 형성된 성숙한 휴머노이드 로봇 공급망 덕분에 기술적 장벽이 낮아진 것이 크다. 오픈소스 알고리즘 생태계 역시 빠른 개발을 가능하게 한 배경으로 꼽힌다. 현재 중국 내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비용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가오공 로봇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휴머노이드 로봇 한 대의 가격은 10만 위안(약 2160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33% 감소했다.
아너는 지난해 3월 '알파 전략'을 통해 로봇을 핵심 축으로 하는 AI 스마트 단말기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이후 불과 1년 만에 마라톤 완주가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이며 기술력을 입증한 셈이다.
다만 산덴은 마라톤에 특화된 설계인 만큼, 다양한 환경에서 범용적으로 활용되기까지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환경에서 반복 학습과 데이터 축적을 통해 자율 판단 능력을 고도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장기간 다양한 시나리오 데이터를 축적해온 유니트리나 갤봇 등 기존 업체들과의 격차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평가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