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정상회담 인터뷰] 이지평 "한·일 경제 공동체 전 단계...위기 때 서로 버릴 수 없는 사이 될 것"

  • 日 전문가 이지평 한국외대 교수

  • 안동 정상회담, 위기대응 협력 심화...자원·에너지 공동 비축 절실

  • 5~10년 내 금융· 디지털 등 묶인 '준 경제 공동체' 시나리오 현실적

 
이지평 한국외대 교수 인터뷰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지평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가 20일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양국 관계가 이번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에너지, 공급망, 기술, 안보를 아우르는 위기 대응형 경제 안보 파트너십 단계로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제시한 ‘한·일 경제통합 연대’ 구상을 이론적으로 정립한 이지평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는 20일 아주경제신문과 만나 지난 19일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한·일정상회담의 의의를 평가하며 이같이 말했다.
 
두 나라 정상은 회담을 통해 최근 중동 상황에서 비롯된 공급망과 에너지 시장 불안정성으로 양국의 긴밀한 협력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점에 공감했다. 또한 양국은 핵심 에너지원인 LNG(액화천연가스) 및 원유 분야와 더불어 AI(인공지능), 우주 탐사, 바이오 등 양국 간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 일문일답한 내용.

-안동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는.
 
“에너지, 공급망, 기술, 안보를 아우르며 한·일 관계가 위기 대응형 경제 안보 파트너십 단계로 심화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반도체를 기반으로 AI, 로봇, 수소 등 분야로 협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협력 분야가 크게 확대됐는데, 단순한 경제협력 수준이 아닌 ‘경제 공동체’ 단계로 볼 수 있나.
 
“지금 단계는 ‘경제 공동체’로 가는 전 단계로 볼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의제가 확대된 것은 단순 교역·투자 수준을 넘어 위기 대응을 함께 하는 구조로 들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경제 공동체’라고 부르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협력 체제가 제도화되고 양국 산업의 분업체계가 고도화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공동 규범·표준과 제도화된 상설 협의체가 필요하다. 일정 수준의 정책 조율도 필요하다.”
 
-한·일 양국이 가장 절실하게 협력해야 하는 분야는 무엇인가.
 
“딱 하나만 꼽으라면 에너지·자원 기반의 공급망 안정이다. 한국과 일본 모두 에너지와 중요광물이 막히는 순간 제조와 수출이 흔들릴 수 있다. 원유와 LNG 비축 협력은 중요하다. 한·일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자유 항행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은 이란과 외교적으로 가깝다. 리튬·니켈·코발트·희토류 등 중요광물의 공동 조달과 비축, 위기 시 상호 융통 체계 구축도 절실하다.”
 
-양국 산업 구조는 상호보완적인가.
 
“한·일 산업 구조는 서로 경쟁하지만 상호보완적인 관계도 강하다. 일본은 소재와 부품, 정밀기계, 장비 등에서 한국은 메모리, 파운드리, 배터리, 완제품 제도, AI 응용, 플랫폼 등에서 강점이 있다. 한·일이 경쟁 중인 조선 분야에서도 한국이 대형 유조선, LNG선 등에, 일본은 벌크선에 강점이 있다.”
 
-‘동아시아 경제 네트워크’로 갈 가능성은.
 
“일본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제안한 한·일 협력을 통한 동아시아 각국의 에너지 안정화는 중요한 한 걸음이다. 일본은 ‘파워·아시아’를 구상하고 있다. 한국이 동참하면 아세안·인도·호주까지 포함한 에너지·자원·공급망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중국의 영향력과 동아시아 국가의 발전 속도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일본 내부에서 공급망·기술·안보가 결합된 ‘경제안보 협력’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
 
“반도체, 배터리, 중요광물, 에너지, 첨단 기술 등이 ‘안보 프레임’ 안에서 논의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자국내 반도체 생산기업인 ‘라피더스(Rapidus)’를 육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과의 관계도 ‘좋은 시장·생산기지’라는 인식에서 ‘같이 안보 리스크를 견디는 파트너’라는 인식으로 바뀌고 있다.”
 
-한·일 ‘경제 공동체’ 논의는 어디까지 현실화될 수 있을까.
 
“단기(3~5년)로는 에너지, 공급망, 기술, 안보가 결합된 사실상의 ‘경제 안보 동반자 관계’까지는 갈 수 있을 것이다. 제도화된 정책대화, 공동 프로젝트, 위기 시 공조 체계는 더 촘촘해 질 것이다. 한국의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이 촉진 역할을 할 것이다.”
 
-중기(5~10년)로는 어떻게 전망하나.
 
“중기로는 금융, 규범, 표준, 데이터, 디지털 무역까지 묶인 ‘준 경제 공동체’ 수준도 가능하다. 단시일에 완전히 EU식 경제 공동체까지 갈 것으로 보긴 어렵지만 ‘위기 때 서로를 버릴 수 없는 수준의 경제안보 파트너’ 수준까지는 충분히 현실적인 시나리오다.”


대담 = 한준호 편집국장 
정리 = 전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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