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관세만으론 안 된다…美 제조업 약화는 투자 부족 탓"

장하준 영국 런던대 교수 사진연합뉴스
장하준 영국 런던대 교수 [사진=연합뉴스]
장하준 영국 런던대 에스오에이에스(SOAS) 교수가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만으로는 미국 제조업을 되살리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관세는 기업을 외부 경쟁으로부터 일시적으로 보호하는 수단일 뿐 투자 확대와 생산성 개선, 장기 경쟁력 회복까지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18일(현지시간) 공개된 아르헨티나 언론 ‘페르필’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중국의 부상에 위협을 느끼고 대응에 나섰지만, 시점이 늦었고 방식도 무질서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조선, 반도체, 재생에너지, 전기차, 희토류 가공 등에서 수십년에 걸쳐 생산 기반과 공급망을 구축해왔다. 반면 미국은 관세 보호 대상을 지나치게 넓게 설정해 전략의 초점을 흐리고 있다는 게 장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는 공급망 재편도 쉽게 이뤄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관세의 한계도 분명히 짚었다. 관세는 외국 기업과의 경쟁을 막아 자국 기업에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하지만 그 뒤에 투자와 생산성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 국제 경쟁력을 되찾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장 교수는 “19세기 미국과 독일, 20세기 일본과 한국도 보호 장벽만 세운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산업 역량을 키웠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접근 방식도 문제 삼았다. 그간 성공한 보호 정책은 핵심 산업에 선택적으로 집중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보호 대상을 지나치게 넓히고 있다고 봤다. 장 교수는 “이 때문에 전략의 집중도가 떨어지고, 재산업화 효과도 제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제조업 약화의 본질은 관세보다 투자 부족에 있다고도 했다. 장 교수는 “지난 30년간 미국 기업들이 이익의 90~95%를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에 돌렸고, 일부는 빚까지 내 이를 늘렸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인공지능(AI)과 바이오를 제외하면 설비와 생산기반 투자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고 제조 경쟁력도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미국 제조업 비중 하락도 함께 언급했다. 그는 “1950년 미국은 전 세계 제조업 생산의 60%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16~17% 수준으로 낮아졌다”며 “ 조선업처럼 생산 역량이 크게 약해진 분야도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장 교수는 관세만으로는 제조업을 되살리기 어렵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보다는 기업 투자와 생산성 개선을 끌어낼 제도와 산업전략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봤다. 미국 제조업을 되살리려면 단기 주주이익 중심 구조를 바꾸고 장기 투자를 끌어낼 정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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