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메드 잠루니 빈 칼리드 주한 말레이시아 대사는 22일 아주경제·AJP와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안보는 양국 전략 협력의 출발점”이라며 “말레이시아의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역량과 한국의 에너지 활용 산업 경쟁력이 결합하면 상호 의존적이면서도 보완적인 협력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을 가장 현실적인 협력 분야로 꼽았다. “한국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말레이시아의 고갈 저류층에 저장하는 방식은 양국이 즉시 추진할 수 있는 대표적 모델”이라며 “국경을 넘는 탄소 가치사슬 구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제안은 중동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며 아시아 국가들의 에너지 취약성이 드러난 상황과 맞물린다. 전 세계 석유와 LNG 물동량의 20% 이상이 통과하는 이 해협이 막히자, 역내 조달 다변화 필요성이 급부상했다.
약 27억 배럴의 확인 매장량을 보유한 말레이시아는 단순 LNG 공급국을 넘어 지정학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대안적 에너지 공급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칼리드 대사는 “양국 관계는 이미 공급망, 반도체, 에너지 안보를 중심으로 폭넓은 기반을 갖추고 있다”며 “경제·기술·방산 분야로 협력이 확대되면 보다 전략적 관계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교역 규모는 2025년 기준 약 274억 달러로 수년째 200억 달러를 웃돌고 있다. 그는 “파트너십 초기 단계에서 이미 2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말레이시아의 산업 전략도 한국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정부는 ‘신산업 마스터플랜 2030(New Industrial Master Plan 2030)’을 통해 첨단 제조업 육성, 디지털 전환, 스마트 공장,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핵심 성장 축으로 제시했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말레이시아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투자무역산업부(MITI)와 투자개발청(MIDA)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전 세계 반도체 조립·테스트·패키징 시장의 약 13%를 차지하며 수출 규모는 세계 6위다.
칼리드 대사는 “이 같은 산업 전략은 한국의 강점과 맞닿아 있다”며 첨단 반도체 제조, 디지털 전환, 스마트 제조, 친환경 에너지 분야를 핵심 협력 영역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 그린수소, CCUS, 의료기기, 자동화, 전자상거래, 핀테크, 인공지능 등도 유망 분야로 꼽았다.
그는 “이는 한국의 기술 성숙도와 말레이시아의 넷제로 목표, 자원 가용성을 결합하는 것”이라며 “양국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함께 도약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CCUS 전략에서 말레이시아는 ‘활용(Utilization)’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차별화된다. 한국이 주로 탄소 포집·저장(CCS)에 초점을 맞춘 반면, 말레이시아는 포집한 탄소를 재활용하는 단계까지 포함한다.
그는 “포집한 탄소를 활용하고 저장까지 연계하는 만큼 ‘U’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도적 기반도 빠르게 구축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최근 CCUS법을 통과시키고 전담 기관을 설립해 포집·수송·영구 저장을 포괄하는 규제 체계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한국 기업들의 참여 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협력 창구는 국영 에너지 기업 페트로나스(Petronas)가 중심이다. 삼성엔지니어링과 한국석유공사(KNOC) 등 한국 기업들도 협력에 참여하고 있다.
칼리드 대사는 “이 협력은 한국 기업들에 기술 공급자이자 저탄소 연료 수요자로 동시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다”며 “장기적으로 한국의 수소경제와 연계한 에너지 공급망 확보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과 할랄 산업에서도 협력 여지가 크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말레이시아 관광객은 30만명을 넘어섰다. 그는 “기도실뿐 아니라 예배 전 정결 의식(우두)을 위한 세정 시설 접근성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식품·화장품·관광을 아우르는 할랄 산업에서 협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2500만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했으며, ‘비짓 말레이시아 2026(Visit Malaysia 2026)’ 캠페인을 추진 중이다. 다문화 매력을 내세운 ‘Malaysia Truly Asia’ 슬로건 역시 한국 관광객 유치에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류를 매개로 한 문화 교류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에 따르면 2025년 조사에서 말레이시아 응답자의 70.2%가 한국 문화 콘텐츠 접촉 이후 한국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다고 답했다.
프랑스 대사를 지낸 직업 외교관인 칼리드 대사는 2024년 주한 대사로 부임했다. 그는 “서울에서의 지난 2년은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다”며 한국과의 협력 확대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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