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컬럼] 로봇이 지키는 국경, 인간이 설계하는 전쟁

  • — 정의선의 선택이 앞당긴 '로봇병사 시대'

현대자동차그룹이 육군과 손잡고 전방에 로봇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찰·수색·경계·보급 등 비전투 영역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구상이다. 병력 감소라는 구조적 압박 속에서 로봇이 전력 공백을 메우는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시도는 단순한 장비 도입이 아니라, 군의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는 전환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군이 직면한 환경은 분명하다. 상비 병력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병력 규모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기존처럼 사람 중심의 경계·순찰 체계를 유지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진다. 단순히 복무 기간을 늘리거나 예비전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해결이 제한적이다. 결국 기술을 통한 전력 재구성이 불가피하다. 그 중심에 로봇이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자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구글의 AI 제미나이가 적용돼 한층 똑똑해진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의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자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구글의 AI '제미나이'가 적용돼 한층 똑똑해진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의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협력에서 거론되는 장비들은 이미 산업 현장에서 검증된 기술들이다. 현대차그룹의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 웨어러블 로봇 ‘엑스블 숄더’, 그리고 자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 등이 대표적이다. 이 장비들은 험지 이동, 하중 보조, 원격 감시 등에서 높은 효율을 보인다. 전장에 투입될 경우 병사의 위험 노출을 줄이고 작전 지속 능력을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 흐름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이미 주요 군사 강국들은 로봇과 무인 체계를 군의 핵심 전력으로 편입하고 있다.



미국은 가장 앞서 있는 사례다. 미국 국방부는 수년 전부터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를 핵심 전략으로 추진해왔다. 특히 미 육군은 병력 감소와 작전 효율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로봇 전력화를 확대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역시 미군 실험에 활용된 바 있으며, 폭발물 처리, 정찰, 위험 지역 접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험 운용이 이뤄졌다.



이스라엘은 실전 적용 측면에서 가장 적극적이다. 국경 지역에 무인 감시 시스템과 자동화된 경계 장비를 배치해 병력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무인 감시탑, 원격 사격 시스템, 자율 순찰 차량 등이 이미 운영되고 있으며, 일부 구간에서는 사람이 직접 서지 않아도 경계가 유지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는 병력 절감과 동시에 대응 속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중국 역시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로봇 개, 무인 차량, 드론 군집 등을 결합한 ‘지능형 전투 체계’를 개발 중이다. 특히 국경 분쟁 지역과 도시 작전 환경에서 로봇을 활용한 실험이 지속적으로 공개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시연이 아니라 미래 전장 개념을 선점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다.



이처럼 로봇 전력은 이미 ‘선택’이 아니라 ‘경쟁’의 영역에 들어섰다. 뒤처질 경우 전력 격차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구조적 열세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지점에서 현대차그룹의 역할은 주목할 만하다. 정의선 회장은 일찍부터 로봇을 미래 핵심 산업으로 설정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웨어러블 로봇 개발, 자율주행 기술 축적 등은 단순히 자동차 산업을 넘어서기 위한 전략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투자는 산업 경쟁력뿐 아니라 국가 안보 역량으로까지 연결되고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로봇 기술이 ‘이중 용도(dual-use)’ 성격을 갖는다는 점이다. 산업에서 개발된 기술이 군으로 이전되고, 군에서 검증된 기술이 다시 산업으로 확산되는 구조다. 이는 단순한 방위산업을 넘어 국가 전체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선순환을 만든다.



하지만 로봇 전력 도입은 단순한 장비 구매로 끝나지 않는다. 세 가지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기술 통합이다. 로봇은 단독으로 작동하는 장비가 아니다. 통신, 인공지능, 센서, 데이터 처리 시스템과 결합돼야 전력으로 기능한다. 즉 로봇 도입은 곧 군 전체의 디지털 전환을 의미한다. 네트워크 기반 작전 능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로봇은 단순한 기계에 머물 수밖에 없다.


둘째, 운용 개념의 재설계다. 기존 군은 인간 병사를 중심으로 조직돼 있다. 로봇이 투입되면 작전 방식, 지휘 체계, 훈련 방식까지 모두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정찰 임무를 로봇이 수행할 경우, 병사는 판단과 통제 역할에 집중하게 된다. 이는 군 조직의 역할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작업이다.


셋째, 산업과 군의 협력 구조 확립이다. 이번 현대차와 육군의 협력은 그 출발점이다. 군이 요구하는 성능과 조건을 산업이 반영하고, 산업이 개발한 기술을 군이 실전에서 검증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는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개발 속도를 단축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물론 우려도 존재한다. 로봇이 전장에 투입될 경우 윤리적 문제와 안전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자율무기, 오작동, 통제 문제 등은 국제적으로도 논쟁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비전투 영역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은 이러한 리스크를 관리하는 현실적 접근이다. 기술을 거부하기보다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하나 짚어야 할 점은 비용 대비 효과다. 로봇 전력은 초기 투자 비용이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병력 유지 비용과 위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인구 감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대체 수단으로서 경제성도 점점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질문은 단순하다. 병력 감소를 위기로만 볼 것인가, 아니면 전력 구조를 혁신할 기회로 볼 것인가. 로봇병사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문제는 그 흐름을 따라갈 것인지, 아니면 주도할 것인지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행보는 하나의 방향을 제시한다. 산업에서 출발한 기술이 안보로 확장되는 구조, 그리고 민간 기업이 국가 전력의 일부를 구성하는 시대. 이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로봇이 지키는 국경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중요한 것은 그 국경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다. 기술은 이미 준비돼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전략과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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