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호 후유증] "배를 못 타겠어요" 선원들 불안감 호소에 대응책 마련 부심

  • 나무호 피격에 중동 항로 승선 기피 확산

  • 선원들 피로감↑ "가족이 먼저 하선 권유"

  • 보험·운항비 급등으로 선사 부담도 확대

지난 8일현지시간 벌크 화물선 HMM 나무호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항의 수리조선소 드라이 독스 월드 두바이에 접안해 있다 HMM과 주두바이 총영사관 등에 따르면 정부 조사단은 HMM 나무호에 승선해 본격적인 화재 원인 조사에 들어갔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8일(현지시간) 벌크 화물선 HMM 나무호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항 수리조선소 '드라이 독스 월드 두바이'에 접안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합동조사단이 한국 선박인 HMM 나무호 화재 원인을 '외부 충격'으로 공식 발표하면서 국내 해운업계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대기하던 다른 선박들까지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선원 보호와 선박 대피 대책 마련 요구가 비등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나무호 승무원들은 현지에서 사고 조사와 선박 점검 상황을 지켜보며 대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집단 하선 요청이나 큰 동요는 없는 상황이지만 장기간 긴장 상태가 이어지면서 심리적 충격과 피로감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정근 HMM 해상노조위원장은 "나무호 승무원들은 담담하게 대기하고 있지만 심리적으로는 상당한 충격과 압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전쟁 위험 지역에서 하선은 선원들로서는 정당한 권리인 만큼 교대를 요청하면 즉시 추진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HMM도 역시 교대를 희망하는 선원이 있으면 빠르게 선원 교대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HMM은 "현재 선박 수리와 사고 조사에 우선 집중하고 있으며 교대를 희망하는 선원이 있다면 바로 교대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문제는 선원 교대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언제 추가 공격이 발생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분쟁 해역으로 투입될 선원을 구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미 중동 전쟁으로 장기간 해상 대기가 이어지면서 선원들 사이에서는 중동 노선 승선 기피 현상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쟁 초기만 하더라도 전쟁 위험수당 등 높은 임금을 이유로 중동 항로 승선을 감수하려는 선원들도 적지 않았지만 이번 나무호 피격 이후 분위기가 급격히 달라졌다"며 "최근에는 가족들이 먼저 하선을 권하거나 중동 노선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머물고 있는 한국 관련 선박은 총 26척, 한국인 선원은 160명 수준으로 파악된다. 업계와 정부는 식수·식재료 등 기본 보급 상황을 매일 점검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선원들의 심리적 공포감이 이미 임계치에 달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해운사들의 재무 부담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선원 교대 차질과 함께 전쟁보험료, 유류비 증가 등이 겹치며 운영비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한국해운협회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고립된 선단이 부담하는 전쟁보험료와 유류비 등 추가 비용만 하루 약 4억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업계는 이번 정부 조사 결과로 글로벌 보험시장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에 대한 전쟁보험료와 보험요율이 상승한 상황에서 실제 피격 사례까지 확인되며 선사들의 추가 비용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중동발 물류 셧다운 우려까지 거론된다. 구교훈 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종전되더라도 공급망 혼란과 물류 지연은 일정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중동 지역은 글로벌 원유와 물류 흐름의 핵심 축인 만큼 불안 심리가 확대되면 해운·물류 시장 전반에 연쇄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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