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호의 모시모시] 시진핑이 끝내 대만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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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가장 오래, 그리고 가장 민감하게 논의된 의제는 결국 대만이었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시진핑이 미국이 대만을 지킬 것이냐고 물었다”고 공개했을 정도다. 겉으로는 관세와 무역, 공급망 이야기가 오갔지만, 시진핑의 머릿속 중심에는 대만이 있었다는 의미다.
 
중국이 대만 문제를 “핵심 이익 중의 핵심”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 집착은 이전과 전혀 다른 차원으로 강해지고 있다. 이유는 대만이 세계 인공지능(AI) 산업의 심장부가 됐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만 문제는 역사와 민족주의, 영토 주권의 문제로 주로 해석됐다. 물론 지금도 그것은 중요한 축이다. 시진핑 체제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단순한 경제 성장 구호가 아니다. 2049년 중국 건국 100주년까지 대만 통일을 완성하겠다는 정치 프로젝트에 가깝다. 중국 공산당에게 대만은 단순한 섬이 아니라 체제 정당성과 연결된 상징이다.
하지만 지금의 대만은 거기에 하나가 더 붙었다. 바로 AI 패권이다.
 
오늘날 세계 AI 산업은 사실상 대만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도, 애플과 메타의 서버도,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도 결국 대만 TSMC의 첨단 공정을 거친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아무리 설계를 잘해도 생산은 대만에 의존한다. 세계 최첨단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이 대만에 집중돼 있는 구조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의 반도체 제재 속에서 중국은 “엔비디아 없는 AI 생태계” 구축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 중국 기업들이 개발한 AI 반도체 역시 상당수가 TSMC 생산라인에 의존하고 있다. 베이징 국제모터쇼에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자랑한 AI 차량용 칩조차 “TSMC 4나노 공정”이라는 설명이 빠지지 않았다.
 
결국 미국도, 중국도, 심지어 글로벌 AI 산업 전체도 대만 위에 올라서 있는 셈이다. 시진핑이 대만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거의 대만이 정치적 상징이었다면, 지금의 대만은 미래 산업의 전략 자산이다. 반도체는 이제 단순한 부품이 아니다. 군사력과 경제력, AI 경쟁력 전체를 좌우하는 국가 안보의 핵심 인프라다. 시진핑 입장에서 대만은 “반드시 통일해야 하는 영토”이면서 동시에 “절대 미국에 넘겨줄 수 없는 기술 거점”이 됐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중국 지도부의 시간 감각이다. 미국은 선거에 따라 정책이 급변하지만, 중국은 10년, 20년 단위로 움직인다. 중국 내부에서는 이미 “시간은 중국 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 중국과 대만의 경제 관계는 갈수록 더 깊어지고 있다. 양안 무역 규모는 10년 전보다 크게 늘었고, 산업 연결도는 오히려 강화됐다.
 
시진핑 체제가 장기 집권 구조를 굳혀가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중국은 새로운 5개년 계획 체제에 들어갔고, 2027년 이후에도 시진핑 중심 체제가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는 대만 전략 역시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 프로젝트라는 뜻이다.
 
문제는 AI 시대가 시작될수록 대만의 전략 가치가 더 커진다는 점이다. 과거 석유를 둘러싼 패권 경쟁이 중동을 흔들었다면, 앞으로의 세계는 반도체를 둘러싼 경쟁이 동아시아를 흔들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중심에 대만이 있다.
 
1954년 마오쩌둥은 “미국과 중국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만 문제이며, 장기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7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말은 거의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달라진 것은 하나다. 당시의 대만이 냉전의 지정학이었다면, 지금의 대만은 AI 시대 세계 경제의 핵심 엔진이 됐다는 점이다.
 
그래서 시진핑은 대만을 포기하지 못한다. 단지 영토 때문만이 아니다. 미래 세계 질서의 주도권이 그 섬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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