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의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5·18민주화운동의 상징적 날짜인 5월18일에 ‘탱크’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케 하는 단어를 활용한 마케팅을 두고 역사적 감수성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이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가 경질되는 등 후폭풍도 이어졌다. 기업의 역사 인식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문제 제기는 충분히 가능하다. 소비자 역시 불매를 포함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양상은 우려스럽다. “스타벅스 컵을 들고 다니면 죽이겠다”는 식의 협박성 게시글까지 등장하며 논란이 위험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비판을 넘어 특정 브랜드 이용자를 공격 대상으로 삼거나 매장 직원들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는 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역사적 아픔을 기억하자는 문제의식이 오히려 또 다른 혐오와 폭력으로 변질되는 순간, 사회는 상식의 궤도에서 벗어나게 된다.
기업의 실책에 대한 비판과 이를 빌미로 한 과도한 이념 공세는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 지금 온라인에서는 일부 정치 성향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논란을 ‘좌우 대결’ 프레임으로 몰아가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난다. 정작 중요한 것은 왜 이런 일이 발생했고, 앞으로 어떻게 재발을 막을 것인가인데 논쟁은 점점 진영 싸움으로 변질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현장 직원들에 대한 2차 피해다. 본사의 기획이나 마케팅 결정과 무관한 일선 매장 직원들이 악성 민원과 폭언, 위협에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감정적 분노가 현장 직원에게 향하는 순간, 그 논란은 이미 선을 넘은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비판은 자유지만, 폭력과 협박은 범죄다.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타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특히 온라인 공간의 익명성 뒤에 숨어 자극적 언어를 쏟아내는 행태는 매우 위험하다. 과거에도 특정 기업이나 인물에 대한 집단 공격이 실제 오프라인 위협으로 이어진 사례는 적지 않았다. 혐오와 분노는 순식간에 군중심리와 결합하며 통제 불가능한 방향으로 번질 수 있다. “실제로 그럴 의도는 없었다”거나 “감정적으로 쓴 글”이라는 변명으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갈등이 극단화될수록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공동체의 기본 신뢰와 안전이다.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그것이 혐오와 위협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구매하지 않을 자유도 있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지적할 자유도 있다. 그러나 특정 브랜드 이용자를 적으로 규정하거나, 매장 직원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 순간 그 비판은 정당성을 잃는다. 상식과 원칙의 선을 넘지 않는 절제된 시민의식이 필요한 이유다.
5·18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결코 가볍게 다룰 수 없는 아픈 기억이다. 그렇기에 더욱 냉정하고 책임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역사적 상처를 기억하자는 목소리가 또 다른 증오와 폭력의 언어로 변질된다면 그 역시 민주주의 정신과는 거리가 멀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상대를 향한 적개심이 아니라 기본 원칙과 상식 위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균형감이다. 비판은 날카롭게 하되, 사람에 대한 위협과 광기 어린 이념몰이는 단호히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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