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선관위 휴직 러시…유권자 신뢰부터 무너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또다시 국민의 불신 한복판에 섰다. 다음 달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관위 휴직자가 176명에 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최근 10년 사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특히 대통령선거·총선·지방선거 등 대형 선거를 앞두고 휴직자가 급증하는 현상이 매번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선거 관리 체계 전반의 신뢰 문제로 번지고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그 선거를 관리하는 조직은 어느 기관보다 높은 책임감과 공공성을 요구받는다. 그런데 정작 가장 바쁜 시기에 대규모 휴직이 반복된다면 국민이 선관위를 어떻게 바라보겠는가. 선거를 치르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선거철마다 인력 공백에 시달리는 현실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육아휴직과 질병휴직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다. 이를 무조건 제한할 수도 없고 제한해서도 안 된다. 실제 올해 휴직자 가운데 상당수는 육아휴직이었다. 문제는 특정 시기에 반복적으로 집중되는 현상이다. 선거 일정이 없는 해에는 휴직자가 감소했다가 대형 선거를 앞두면 다시 급증하는 패턴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가 겹쳤을 당시에는 휴직자가 218명까지 늘었고, 올해 역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급증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나 개인 선택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 조직 내부에 ‘선거철은 피하자’는 분위기가 구조적으로 자리 잡은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시·도 선관위에 ‘불필요한 휴직을 자제해달라’는 공문까지 내려보냈다. 올해는 복직 후 전출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경고성 메시지를 냈지만 휴직 증가세를 막지 못했다. 조직 스스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현상이 선관위 전반의 신뢰 하락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선관위는 이미 특혜 채용 논란과 부실 관리 문제로 여러 차례 도마 위에 올랐다.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일부 간부 자녀의 경력 채용 문제가 드러났고, 정치권에서는 특별감사관 도입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철마다 대규모 휴직이 반복되면 국민 입장에서는 “과연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조직인가”라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선거 관리 조직에 대한 신뢰는 단순한 기관 이미지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선거 결과에 대한 승복과 민주주의 안정성까지 연결된다. 유권자가 선거 과정 자체를 불신하기 시작하면 그 피해는 결국 민주주의 전체로 돌아온다. 특히 최근처럼 정치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에서는 선관위의 작은 실수 하나도 거대한 정치적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선관위는 어느 기관보다 엄격한 도덕성과 책임 의식을 유지해야 한다.
 
선관위는 공개채용 확대를 통해 인력 공백을 메우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공채 규모는 최근 몇 년 사이 늘어났다. 하지만 선거 실무는 단기간에 대체 인력을 투입한다고 해결되는 영역이 아니다. 선거 시스템 운영과 현장 대응에는 경험과 숙련도가 중요하다. 핵심 인력이 빠진 상태에서 선거를 치르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안 요소를 안고 갈 수밖에 없다.
 
이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반복되는 선거철 휴직 현상을 단순히 개인 사정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조직 운영과 인사 시스템 전반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특정 시기에 업무 부담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구조는 없는지, 인력 운영은 합리적인지, 책임과 보상 체계는 제대로 작동하는지 전면 점검해야 한다.
 
선거는 국가 시스템의 마지막 신뢰 장치다. 선관위가 흔들리면 민주주의도 흔들린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휴직 러시는 더 이상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유권자들이 보고 있는 것은 단순한 숫자 176명이 아니라, 대한민국 선거 시스템의 책임감과 신뢰 수준이라는 사실을 선관위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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