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거 알려드릴까요? 이번 상승장에서 크게 수익을 올린 투자자 중에 ‘주린이’가 많아요.”
취재 중 만난 증권사 관계자가 한 말이다. 반도체 사이클을 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한 상승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올린 투자자는 투자 종목과 상품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기보다는 익히 이름이 알려진 대형주에 투자하고 매도 타이밍을 잡지 못한 채 장기 투자한 투자자가 상당수라는 이야기였다.
파죽지세, 전입미답. 지난 1년 동안 써내려온 코스피 신화에는 어떤 표현을 갖다 붙여도 무색할 지경이다. 전날 종가 기준 사상 처음으로 8000선을 넘은 코스피는 바로 다음 날 장중 8400선을 돌파하며 또 한번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딱 1년 전 코스피 종가는 2644.40에 불과했다. 1년 만에 200% 훌쩍 넘는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상승률의 수혜는 대형주와 일부 섹터에만 집중되고 있다.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 포모(FOMO·소외 공포)가 퍼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보유 여부에 따라 수익률이 극명하게 갈렸기 때문이다. 지난 1년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수익률은 각각 476.78%, 1024.38%를 기록했다.
이날 상장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에 투자자 시선이 쏠리는 것이 당연하다. 유가증권 신용융자 잔액이 26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는 중에도 코스피 상승률이 이를 상회한다는 리포트가 쏟아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목표주가 전망치가 지속적으로 상향되는 가운데 레버리지 상품은 사람들은 이미 놓친 기회, 혹여 또다시 놓칠 수도 있는 기회를 붙잡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읽힐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투자협회가 신설한 단일 종목 레버리지 전용 교육은 상장일 전부터 수료생이 20만명에 육박했다. 이번 주 안에 30만명을 돌파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기존에 해외 상장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에 투자한 경험이 있었던 투자자는 심화 교육이 면제됐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상승장에 새로 진입하려는 신규 투자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으로 읽힌다.
문제는 신규 투자자들이 시장의 변동성을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증시 체급이 커진 만큼 같은 변동률이라도 체감 충격은 훨씬 크다. 시장 전문가들과 당국은 레버리지 투자 확대 역시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상승장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어디서 멈춰설지, 어디까지 떨어질지, 언제까지 더 오를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사실 우리는 비슷한 장면을 최근에도 경험한 적이 있다. 코스피는 2020년 3월 팬데믹 충격으로 장중 1439.43까지 밀렸다가 2021년 7월 장중 3316.08까지 치솟았다. 2020년 한 해 동안 신규 개인투자자 약 300만명이 시장에 유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을 시대에 뒤처진 사람처럼 바라보는 분위기까지 형성됐다. 하지만 이후 시장은 장기간 박스권에 갇혔고 고점에서 진입한 투자자 상당수는 긴 시간 손실을 견뎌야 했다.
빠르게 성장한 국내 증시는 이제 투자 문화의 성숙까지 요구하고 있다. 자본시장 교육 역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다른 관계자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구력이 오래된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지 않아요. 일정한 목표 수익률을 채우고 그에 맞춰 투자합니다.” 오랫동안 투자 경험을 쌓은 투자자들은 손실 감당 범위 내에서 투자하기 위한 기준이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역사에서 우리가 배우는 유일한 것은 인간이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는 사실’이라는 말이 있다. 역사는 늘 같은 자리에 있다. 다만 우리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개선하기보다 현재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한 뒤에야 뒤늦게 과거를 펼쳐본다. 상승장은 언제나 끝났을 때 비로소 위험했던 순간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그때마다 시장은 다시 한번 비싼 수업료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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